22.12.22 13:15최종 업데이트 23.02.2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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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휴게소는 세계의 자랑입니다.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극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점도 많습니다. 휴게소장과 우리나라에서 휴게소를 가장 많이 운영하는 회사의 본사팀장, 휴게소 납품업체 등 다양한 업무를 거치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18년간 근무하고 있는 네이버 카페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자의 글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고속도로 휴게소의 이모저모를 소개합니다.[편집자말]
얼마 전 알바천국에 실린 어느 휴게소 편의점 구인 광고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한 달 19일만 일해도 세전 450만 원, 세후 410만 원 급여를 제공하겠다는 구인 광고가 주요 포털의 뉴스에 실린 건데요. 오늘은 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참고로 해당 구인 광고는 지원자가 너무 많이 몰려 내렸고 지금은 마감 상태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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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해당 휴게소는 행담도 휴게소(서울 방향)에 있는 CU 편의점입니다. 정확한 모집공고는 아래와 같네요.
 

행담도 휴게소(서울방향) 편의점 직원 모집 공고

 

뉴스에 보도된 것처럼 알바는 아니고요, 스태프입니다. 즉, 단순히 캐셔(판매)만 하는 일이 아니라 매장 관리, 물류 정리, 계산 업무를 포함한 일입니다. 그래도 휴게소 직원의 평균 급여보다 많은 편에 속합니다. 휴게소 초급 관리자 평균 급여는 월 300만 원 내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은 급여를 줄까요? 그보다 이 급여는 어떻게 계산된 것일까요?한 번 추정해 보았습니다.

휴게소 야간근무자 급여 분석

해당 근무는 1일 2교대 중 야간 근무(근무시간 20:00-8:00)에 해당합니다. 이 근무는 기본 근무 8시간과 연장 근무 4시간 그리고 이와 별도의 야간 근무 8시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기본 근무란 시급 100%만 받는 근무이고 야간 근무와 연장 근무는 추가로 50% 수당을 더 받는 근무입니다. 이 경우 야간 근무 12시간은 18시간으로 산정되어 2023년도 최저임금 시급 9620원을 적용할 경우 17만 3160원의 일 급여가 됩니다(시급 1만 원일 경우에는 18만 원). 

한 달 동안 19일을 근무한다고 했으므로 월급은 2023년 최저시급을 적용할 경우 주휴수당, 연차수당을 포함해 약 369만 원, 시급 1만 원일 경우에는 약 384만 원 정도가 될 것입니다(세전 기준).
 

<표> 휴게소 야간 근무자 월급여 추정 ⓒ K-휴게소

 
따라서 공고에 나온 450만 원 급여에는 교통비, 관리자 수당 등이 추가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리하면 스태프 채용 공고이며 보수는 휴게소 평균 급여에 비하면 매우 후한 편에 속합니다.

휴게소 야간근무가 뭐길래

그렇다면 왜 이 구인 광고가 화제가 되었는지 한 번 생각해보겠습니다. 물론 월급이 다른 편의점보다 월등히 많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겠지요. 댓글을 보면 450만 원이면 웬만한 중소기업 차장 급여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급여를 줄 만큼 휴게소의 급한 사정이 무엇이었을까도 생각할 점입니다. 상식적으로 야간에는 손님도 적으니 몸도 편하고 수당까지 주는데 '휴게소 구인난이 이렇게 심각한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지금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직원이 없어 문을 닫는 매장이 많습니다. 10시 이후에는 화장실만 남겨두고 아예 문을 닫는 휴게소도 속출하고 있는데요. 모두 적은 급여와 열악한 근무 환경, 불편한 출퇴근 등에서 비롯된 일입니다(관련기사: 한밤중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벌어진 일... 너무 무서워요 http://omn.kr/1zwdh).
 

행담도 휴게소 CU 편의점

 
휴게소 편의점 야간 근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대부분 휴게소는 야간 근무 시 휴식 시간이 없습니다(수도권 제외). 

원래 12시간 근무에는 2시간의 휴식 시간이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야간근무 중 휴게소에 따로 교대할 직원이 있을 턱이 없죠. 아마도 추가로 직원을 배치할 바엔 아예 휴게소 문을 닫을 것입니다. 그만큼 휴게소 사정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휴식 대신 수당으로 챙겨 줍니다만 돈을 떠나 아무도 없는 밤중에 혼자 일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화장실이라도 가려면 자리를 비워야 하는데 금고나 귀중품도 신경 쓰이겠지만 일단 멀리 떨어져 있는 화장실은 무섭기도 합니다.

해야 할 일도 만만치 않습니다. 손님이 주문한 물건만 계산하는 게 전부가 아니죠. 창고에 쌓아둔 물건도 꺼내 진열해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재고 파악도 해야 하고 할 일이 많습니다.

출·퇴근 비용도 무시 못합니다. 행담도 휴게소처럼 섬에 있는 휴게소는 고속도로가 아니면 출·퇴근이 어렵습니다. 고속도로 통행료와 유류비, 자동차 유지비에 출·퇴근 시간까지. 상당한 부담이 되겠지요(그래서 행담도 휴게소 편의점 스태프 모집공고에 나온 대로 통근버스를 운영하거나 기숙사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산간오지에 있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휴게소가 이와 비슷한 사정입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야간에는 문을 닫는 휴게소가 대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야간에 문 닫는 휴게소... 대책은?

다만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기업의 영업 활동이 이뤄지는 곳이면서 동시에 공공 서비스 장소입니다. 즉 사기업(운영사)과 공기업(도로공사)이 만나는 지점에 있습니다.

이렇게 휴게소(운영사)가 구인난과 경영 악화로 더 많은 비용으로도 직원을 구하지 못해 결국 야간에 문을 닫는 상황이라면 도로공사는 어떻게 공공 서비스의 단절을 해결할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협약서에 정해진 1년 365일, 24시간 영업 의무만 말한다고 해서 무슨 대책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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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부분의 휴게소는 오후 10시만 되면 편의점만 남기고 문을 닫는다. ⓒ K-휴게소

 
대안으로 검토할 만한 것은 전국 휴게소를 거점 휴게소와 간이 휴게소로 나누고 거점 휴게소를 중심으로 상업 시설을 집중시킨 후 24시간 영업 의무를 부여하고, 간이 휴게소는 축소된 영업 시설과 주간 영업만 하는 것으로 역할을 나누면 지금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것입니다.

​이게 아니라면 고속도로에 있는 휴게소에 순차적으로 번호를 부여해 평일에는 돌아가며 휴무와 24시간 영업 의무를 부여하든지요.

지금 도로공사를 보면 휴게소를 짓누르는 각종 규제는 풀지도 않은 채 서비스 단절에 대한 대책도 없으니 휴게소 운영사가 알아서 이 난관을 대처해야 하는 '각자도생' 인 듯해 안타깝기만 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네이버 카페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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