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15 06:46최종 업데이트 24.03.15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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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인천항 수로 및 팔미도 근해 노적봉함에서 열린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식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2023.9.1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파동을 보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내가 정무감각이 없다"고 한 발언이 떠올랐다. 당시는 자신이 정치적이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려는 의도였겠지만, 지금 와서는 '진실 고백'이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 현안에 대한 정치적 결정을 하고 파장에 책임을 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런종섭' 사태는 씻을 수 없는 잘못이기 때문이다.  

보수 지지자들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게 왜 윤 대통령이 이 시점에서 채 상병 수사 외압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을 내보내려 했느냐는 거다. 총선이 코 앞인데 굳이 무리수를 둔 이유가 도대체 뭐냐는 것이다. 대통령실 해명을 따르더라도 공수처가 관련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상황 아닌가. 자신이 정무감각이라곤 전혀 없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려던 걸까. 되레 야당과 공수처의 '정치 공작' 운운하는 걸 보니 이런 추측이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정권심판론 가리고 싶었던 권력 1,2인자의 착각 

윤 대통령의 헛발질에 불길이 약해지던 정권심판론은 다시 활활 타오를 기세다. 여권이 짜놓은 선거 전략도 엉클어졌다. 당초 한동훈을 국민의힘의 구원투수로 내세운 데는 윤 대통령을 한발짝 뒤로 물러나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터다. 한 위원장은 열심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을 공격하고, 윤 대통령은 민생행보에 전념하는 전략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자충수를 뒀으니 여권으로선 기가 막힐 노릇일 게다.


윤 대통령이 종횡무진하는 '민생토론회'도 그런 맥락에서 보면 실패작이다. 갈수록 퍼주기의 효과보다는 관권선거 논란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차분히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취지였는데 윤 대통령의 전국 순회 행보만 부각되고 있다. 게다가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니 여당은 할 일이 없어졌다. 한 위원장이 내놓은 정책이나 공약이라고는 기억나는 게 거의 없다.  

애초 구상과 다르게 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는 배경과 관련해 여의도 정가에 떠도는 얘기가 있다. 총선 판세가 국민의힘에 유리한 상황이 되자, 그 과실이 한동훈에게 돌아갈 것을 꺼린 윤 대통령이 태도를 바꿨다는 게 골자다.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윤 대통령으로선 총선 후 주도권이 한동훈에게 넘어가는 것은 용인할 수 없는 일이다. 잠시 봉합된 '윤한 갈등'이 선거가 끝나면 활극으로 커질 것을 예고하는 듯하다.

'의료대란'을 사실상 윤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된다. 관련부처에서는 의사들과의 대화를 꺼내는데 윤 대통령은 오로지 직진이다. 대통령 스스로 퇴로를 차단해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여기서도 여당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사회적 갈등 의제에 조정과 중재 역할을 하는 게 여당의 존재 이유인데, 총선이라는 대목을 앞두고 손발이 묶인 꼴이다.

대통령의 얼굴이 커지니 한 위원장의 존재감은 미미해졌다. 이 전 장관 출국금지 사태에서 쓴소리를 할 법도 한데 "공수처가 부르며 올 것"이라고 하나마나한 얘기만 한다. '의정 갈등' 등 현안과 정책에서도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조용한 공천'이라고 자화자찬하지만 끝나고 보니 친윤 인사들이 죄다 살아남았다. 공천을 자신이 주도할 것처럼 말했지만 실은 용산의 뜻이 완벽하게 관철됐다. 지금 한동훈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이재명과 민주당 비난밖에는 없다.

얄팍한 계산으로 정권심판론을 가리려고 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권력의 1,2인자가 대통령과 여당 대표를 나눠 맡는다는 발상 자체가 황당하다. 한동훈의 한계는 처음부터 명확했다. 임기 2년도 안 된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성립할 수 없는 명제다. 윤 대통령은 혼자만 주목받고 싶어했고, 한동훈은 이를 거스를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정권심판론은 권력이 아무리 가리려 해도 가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두 사람은 그걸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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