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18 06:28최종 업데이트 24.03.18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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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2월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언급은 언론을 대상으로 한 겁박이라는 점에서 심각합니다.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보도를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위협이나 다름 없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적대적인 언론관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황 수석의 사과 한 마디로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사태 수습을 위해선 윤 대통령의 사과와 황 수석 경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여권 내에서도 나옵니다. 일각에선 언론의 방관적 태도가 급기야 기자들에 대한 노골적인 협박으로 이어졌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황 수석 발언의 배경에는 윤 대통령의 그간 언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회견 이후 20개월째 오픈된 방송회견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자들과의 공개문답도 2022년 11월 도어스테핑 중단이후 한 번도 없습니다. 언론과 기자들에 대한 '탄압'도 민주화 이후 전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거셉니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사건' 수사를 봐준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들을 6개월째 수사 중이지만 아직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류희림 체제의 방심위는 가짜뉴스 심의를 내세워 비판언론 탄압에 앞장서는 등 무리수를 연발하는 모양새입니다. 권력만 좇는 불공정·편향 방심위라는 오명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대통령실은 이종섭 주호주대사 출국 의혹이 커지자 '공수처·야당·좌파언론이 결탁한 정치공작'으로 몰아가는 분위기입니다.

언론의 방관자적 태도, 우려 목소리 

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 한국의 언론 자유 수준은 뒷걸음질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는 2022년 43위에서 지난해 47위로 2년연속 떨어졌습니다. 최근 스웨덴에 본부를 둔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는 연례보고서에서 한국에 대해 "독재화로 전환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 배경으로 비판적인 방송·언론에 대한 정부 검열, 미디어의 자기 검열, 기자에 대한 탄압 등 언론·표현의 자유 위축이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가 18~20일 서울에서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최하는 것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도 '입틀막 정부'라는 말이 알려질 정도로 표현의 자유 침해가 광범위하게 자행되는데 자유, 인권, 법치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가 합당하느냐는 반론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됩니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의에서 그간 민주주의를 가꾸고 발전시켜 온 한국의 경험과 성과를 국제사회와 공유하겠다"고 밝혔는데 과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언론인 테러 언급 발언과 관련해 언론의 책임을 지적하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이번 황 수석 언급 사태에 대해 언론의 보도는 소극적이었습니다. 지난 14일 대통령실 출입기자들과의 점심 식사에서 황 수석이 부적절한 발언을 쏟아냈지만 보도한 곳은 이날 저녁 MBC에 불과했습니다. 통상 사석에서 나온 정부 당국자 발언은 비보도가 관행이지만 사안이 중대할 경우 이를 지키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더구나 황 수석의 '회칼 테러' 언급은 모든 언론을 향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마땅히 보도했었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대다수 언론은 '바이든-날리면' 보도로 MBC에 대해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할 때도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았고, 방심위의 편파적 심의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습니다. 과거 언론들은 권력이 언론 자유를 위협할 때 보수∙진보 성향 관계없이 언론사 또는 출입기자단 차원에서 성명 발표 등으로 항의해왔습니다. 언론계 내에서도 이번 사태처럼 언론 전체에 대한 정권의 겁박에도 언론이 방관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언론과 기자들 스스로 언론 자유를 지키려는 노력이 요구된다는 지적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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