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27 06:18최종 업데이트 24.03.27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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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의정 갈등'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정부의 의대 증원 2000명 조기 배정이 자충수가 됐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증원 규모에 '대못'을 박아 사태 해결을 앞당기려던 조치가 대화 재개 국면에서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입니다. 중재자로 떠오른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증원 규모에 대해선 언급을 자제해 역할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결국 2000명 족쇄를 풀 수 있는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밖에 없다는 견해가 여권 내에서도 나옵니다.

대통령실은 26일 의료계의 증원 철회 요구에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전국 의대 배정 완료"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지난 20일 이미 내년도 의대 증원 배분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에 번복하면 혼란이 크다는 주장입니다. 윤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의대 증원 규모가 대학별로 확정됨으로써 의료 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 조건이 만들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학별로 증원 규모를 통보한 터라 재조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정치권에선 대통령실의 이런 태도는 스스로 퇴로를 차단했다는 점에서 전략적 실패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총선을 불과 2주일 앞두고 의정 충돌에 정치적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증원 절대 고수는 여당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여당 내에서도 공연히 증원 배정을 앞당기는 바람에 어렵게 조성된 대화 분위기를 더 얼어붙게 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성급한 의대 증원 배정이 발목을 잡은 꼴이라고 지적합니다. 당초 관련부처에서는 대학 입학전형을 매년 4월 공표하는 일정에 맞춰 배정안을 발표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발표를 앞당길 것을 지시해 일정이 꼬였다는 얘기가 돌았습니다. 대통령실에서 증원 규모에 '대못'을 박아 사태를 조기에 매듭지으려는 의도였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증원 배정을 조기에 완료하면 의료계의 투쟁 의지가 꺾일 것으로 기대했다는 겁니다.

윤 대통령, 결자해지 자세 필요 

하지만 대통령실 판단이 틀렸다는 사실은 의료계의 투쟁 의지가 더 거세졌다는 점에서 확인됩니다. 의대 교수들은 예정대로 사직서 제출과 외래진료 축소에 돌입하며 정부를 상대로 배수진을 쳤습니다. 총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던 한 위원장의 중재 역할도 무위로 돌아간 모습입니다. 한 위원장은 증원 규모 조정에 "방향을 제시하는 건 오히려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해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일각에선 의대 증원 배정이 불가역적인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통상 각 대학은 이달 안으로 증원된 정원을 반영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신청해 승인을 받습니다. 대교협이 최종 승인을 하면 대학들이 5월에 대학별 모집요강을 발표하게 됩니다. 이런 절차가 진행되는 도중에 정원 조정의 길이 열려있다는 얘깁니다. 다소의 혼란은 있겠지만 복지부와 교육부 등 관련 부처 협의를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주장입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의지입니다. 윤 대통령은 그간 2000명 증원을 진두지휘하다시피 했습니다. 정부 내의 유연한 시도를 앞장서 차단해왔다는 말이 돌았습니다. 정부는 대화 기구를 꾸린다는 방침이지만 알맹이 없는 대화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리 없습니다. 의정 갈등을 증폭시켜온 윤 대통령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2000명의 덫을 푸는 것만이 파국을 면할 수 있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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