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블라카 CEO 프레데릭 마젤라가 프랑스 파리에 있는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4.17.
AP/연합뉴스
카풀제도에 대한 기존의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인상을 불식시켜 준 첫 경험 이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떻게 이런 제도가 이토록 잘 안착될 수 있게 된 건지 궁금해졌다. 하여, 그들의 길지 않은 발자취를 살펴보았다.
때는 2005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당시 29살이던 프레데릭 마젤라(Frédéric Mazzella)는 명절을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해 부모님이 계시는 프랑스 남서 지방, 방데로 가는 기차표를 구입하려 했다. 크리스마스 한 달 전이었지만, 이미 모든 표는 매진된 상태였고, 그에게는 차가 없었다.
결국, 다른 지방에 사는 여동생의 차를 어렵게 얻어 타고 부모님께 가는 길, 고속도로에서 그는 수많은 나 홀로 차량들을 목격한다. 이 많은 나 홀로 차량들이 서로의 옆자리를 채워서 갈 수 있다면 서로에게 이득일 텐데, 왜 이걸 가능케 해주는 서비스가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파리의 에콜 노르말 쉬페리외르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후,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IT관련분야의 석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프랑스로 돌아와 인시아드(INSEAD)에서 경영학 석사(MBA) 코스를 밟으며 다방면에서 경험과 지식을 쌓았다. 블라블라카를 설립하기 전, 미우주항공국(NASA)에서 과학 연구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다양한 학문적 배경과 경험을 가진 그는 성탄절에 부모님 댁으로 향하던 꽉 막힌 고속도로 안에서 이 일상의 불편을 해결할 멋진 방법을 찾으리라 생각했다.
물론 당시에도 이미 프랑스에는 장거리 카풀제 사이트는 존재했다. 에꼴 폴리테크닉에 다니는 공학도 뱅상 카론이 2004년에 만든 코부와튀라즈(covoiturage.fr)가 그중 하나였다.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운영되던 이 카풀 사이트는 적당한 대중교통도, 차도 없을 때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을 제시하긴 하였으나, 이런저런 잡음을 종종 빚곤 했다. 운전자의 태도가 썩 단정하지 않다거나, 동승자가 내릴 때가 되어서야 현금이 없다고 하며 지불을 미루는 등, 불편한 경험들이 종종 발생한다는 이야기들을 적잖이 들을 수 있었다.
새로운 집을 짓는 대신, 있는 집을 쓸만하게 고쳐 쓰기로 한 프레데릭 마젤라는 친구 두 사람과 함께 스타트업 회사를 차리고 인시아드(INSEAD)로부터 6만 유로를 지원받아 코부와튀라즈를 사들여 기존의 단점을 보완하기 시작했다.
사용자 리뷰, 각 멤버의 사진, 약력 등이 포함된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사용자들이 서로를 미리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 갔고, 그 결과 2008년 말 이들의 사이트는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회원을 확보한 카풀 사이트가 되었다. 2009년에는 영역을 스페인까지 확장했고, 2011년에는 영국, 독일까지 진출했다.
매년 사업 영역은 점점 확대 됐지만, 재정적으론 여전히 안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2012년 온라인 예약 서비스를 통해 먼저 승객이 사이트에 결제를 하고, 운전자는 이후 자신의 몫을 지급받으며, 사이트가 20%의 수수료를 가져가는 최종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구축되면서 이들은 비로소 2013년에 이르러 창업자금 4만 유로를 갚을 수 있었다.
이후 서유럽, 남유럽, 동유럽은 물론, 발칸반도 국가들로 네트워크를 확장한 데 이어, 2014년엔 우크라이나, 러시아에 진출했고, 2015년엔 인도, 멕시코, 2016년엔 브라질까지 발을 뻗었다.
2021년말 통계로 블라블라카는 22개국, 1억 명 이상의 회원을 가진 세계 최대의 카풀사이트로 성장했다. 프랑스에서만 그 사용자가 2000만 명을 넘어서는데, 이는 프랑스 성인의 2/5가 이 사이트의 이용자임을 의미한다.
급증하는 카풀제 이용자들을 맞이하기 위해 전국 곳곳엔 이들이 서로를 만나 탑승하게 하는 주차 공간들이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블라블라카가 빠른 시간 내에 카풀 시장 90%를 점하는 독점적 강자가 되면서 발생한 문제들도 적지 않다.
공룡이 된 블라블라카의 그늘
첫 번째 문제는 공존해오던 군소 카플사이트들의 몰락이다. 전국 단위의 카풀 사이트 뿐 아니라 특정 지역내에서 무료로 운영되던 카풀 사이트들도, 점점 블라블라카의 회오리 속에 흡수되어가는 추세다. 각 지역공동체 입장에서 보면, 공룡에 의해 단란한 지역의 네트워크가 훼손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4월 6일 자 <르몽드>에 따르면 블라블라카는 카풀제도를 강화하는 방식을 통해 에너지 절약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선정되어 2012년부터 정부로부터 연간 수만 유로에 달하는 정부 지원의 혜택을 받는 주요 기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반적 상식과 달리 과연 이들이 이 정도의 정부 지원을 받을 만큼 생태보호에 큰 기여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저널리스트 파비앙 지니스티는 자신의 저서 <블라블라카와 세계, 숨겨진 이면(BlaBlaCar et son monde: Enquête sur la face cachée du covoiturage)>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블라블라카 승객의 69%가 기차 이용자에서 블라블라카 이용자로 전환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지적하며, 블라블라카의 놀라운 성공은 결국 훨씬 더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인 철도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가장 안전하고 빠른 장거리 대중교통인 철도의 치명적 단점은 그들의 노선이 상대적으로 단조롭단 사실이다. 나의 경우에도, 파리집에서 시골집이 있는 부르고뉴에 가기 위해선 2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가까운 역에서 내린 뒤, 마중 나온 남편의 차를 타고 다시 30분을 달려야 시골집에 도착할 수 있다. 블라블라카의 신세계를 발견한 후엔, 기차역보다 더 가깝게 우리 시골집을 지나는 운전자가 있을 때 망설임 없이 블라블라카를 이용한다. 비용은 블라블라카가 철도보다 조금 더 싸다.
프랑스 철도공사(SNCF)는 이용자의 불편에 아랑곳하지 않고, 채산성 낮은 노선들을 차례로 폐쇄해 버렸다. 시골집 앞에도 도보 10분 거리에 철도역이 있었지만, 70년대에 문을 닫았다. 몇 년 전엔 있던 철로마저 철거해 버렸다.
철도의 미래는 카풀 제도가 나타나 빈 좌석을 채워 달리기 훨씬 이전, 철도공사 스스로가 위협한 셈이다. 철도가 제공해 주는 노선이 단순해지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차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프랑스인의 75-80%가 장거리 이동 시 승용차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는 카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