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AI 혁명에 부응한 선제적 전력공급·전력망 확충 긴요'(왼쪽)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
국회입법조사처·산업통상자원부
한국은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재생에너지와 무탄소 전력을 공급할 의지와 역량을 갖고 있을까? 윤 정부는 그동안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대신 원전, 수소 등을 중심으로 무탄소 전력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런데 현재 무탄소 전력의 불확실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9월 산업부가 공청회에서 발표한 윤 정부의 장기 전력 정책인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이하 11차 전기본)에서는 10년 뒤인 2034년까지 한국은 무탄소 전원 진입이 불확실하다고 보고하고 있다. 아울러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도 너무 낮게 설정하고 있어 문제다.
11차 전기본은 향후 15년 뒤인 2038년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를 6.2GW로 예상했다. 당장 5년 뒤 52.9GW의 전력이 더 필요하다는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와 차이가 매우 크다. 지난 5월의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가 산업부 자료에 근거해 있다는 점에서, 산업부는 정보공개를 통해 그 차이의 실체를 밝혀야 할 것이다.
현재 정부 계획을 볼 때, 10년 뒤에도 AI에 필수적인 무탄소 추가 전력보급이 불확실하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무엇을 근거로 3년 뒤인 2027년까지 AI 3대 강국 도약을 선언했을까?
윤 대통령은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출범식에서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민·관 합작 투자로 만들고, 65조 원 규모로 민간의 AI 분야 투자를 견인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민간의 AI 투자를 견인하는 동력은 대통령의 말이 아니라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대규모 전력이다. 이 전력이 공급되지 않으면 AI도 없다는 뜻이다.
전력공급을 하는 것이 정부의 진짜 역할이다. 그런데 국가인공지능위원회의 비전과 전략 어디에도 이런 논의는 없다. AI 시대에 한국이 어쩌다 이런 딱한 처지가 되었을까?
AI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정부의 역할을 보여주는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2030년이 되면 AI로 인해 데이터센터들이 미국 전체 전력의 9%를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의 경제 주간지 <블룸버그>는 9월 12일 백악관에서 전력수요 증가에 대비해 AI 기업인 오픈AI, 엔비디아, 구글, 아마존 등의 최고 경영진들과 바이든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만났다고 보도했다. 기업들은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이기려면 데이터센터에 청정에너지를 공급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고 한다.
바이든 정부는 이번 모임이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고, 전력망을 현대화하고 확대하는 중요한 기회가 되었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가 AI 시대에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명확한 메시지를 기업에 준 것이다. 그것은 자국 AI 기업을 지키기 위한 재생에너지 개발과 전력망 확보이다. 한국의 실정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