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국이 싫어서> 스틸컷
㈜디스테이션
지금도 그렇지만 한국 사회를 '헬조선'이라고 부르면서 격렬하게 비판하는 작품이 10여 년 전에 많이 나왔다. 나는 그런 비판에 기본적으로 공감한다. 국민소득이 높아졌다고 자동적으로 사람이 살 만한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장강명 소설 <한국이 싫어서>도 그런 계보에 속한다.
기자 출신답게 작가는 당대, 그리고 지금도 지속하는 한국 사회의 암울한 모습을 포착한다. 현실을 충실히 모방한다. 소설을 바탕으로 최근 개봉한 영화 <한국이 싫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장편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과정에서 약간의 변화가 있지만 문제의식은 같다.
20대 후반의 주인공 주계나(고아성)는 한국이 싫어서 뉴질랜드로 떠난다. 그녀의 삶은 원작이 나온 2015년이나 지금이나 그 또래 젊은이가 겪는 고통을 여러 방식으로 재현한다. 계나는 인천 변두리 아파트에서 경비 일을 하는 아버지, "그저 가족들 안 아픈 것이 좋다"고 믿으며 사는 엄마, 진로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여동생과 함께 산다. 계나 가족이 사는 아파트는 재개발 계획으로 들썩인다.
계나 부모는 24평 새 아파트에 들어갈 중도금 3천만 원을 계나에게 도와달라고 한다. 계나는 새벽 6시에 일어나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 1호선, 2호선을 갈아타면서 2시간 걸리는 회사로 출근한다. 이렇게만 적어도 계나가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하는 이유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영화에서 계나가 새로운 삶터로 삼는 뉴질랜드를 이상향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뉴질랜드에도 사람살이의 여러 모습이 나타난다. 계나 같은 이주자는 영어를 못한다고 무시당하고, 이런저런 인종 차별이 있다. 계나가 머물렀던 교포 가족을 비롯해 다들 어려움이 있고 불의의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만이 제공하는 뾰족한 느낌을 별로 받지 못했다. 어디서 이미 다 본 얘기다. 계나와는 달리 한국에 남은,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 지명(김우겸), 계나의 대학 동기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취업 N수생 대학 동기 경윤(박승현)의 삶을 계나의 탈출과 비교하며 좀 더 깊이 들여다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는 현실을 모방하는 "나쁜 버릇"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못하다.
'세상을 바꾸는 작은 모임'과 고등학생 송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