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시작날인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 보신각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 주최로 '여성 살해 규탄 퍼포먼스 - 192켤레의 멈춘 신발'이 열렸다. 여성의전화는 '2009년부터 언론보도를 통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여성과 주변인은 최소 1672명, 2023년 한해 동안만 최소 192명이다. 이중 최소 17명은 사망 이전 신고했음에도 보호받지 못한 채 살해되었다'고 밝혔다.
권우성
게이가 써 내려간 66편의 기록들은 시공을 초월해서 반복되는 차별과 혐오의 역사다. 동덕여대의 공학 전환 반대와도 맥이 닿아 있는, 대학을 무대로 한 안전 공간에 대한 희구에 대해서도 게이는 말한다. "안전한 공간이라는 발상을 조롱하는 이들은 안전을 당연하게 여길 수 있는 위치인 경우가 많다"라고.
반대로 한계점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사는 이들은 '안전한 공간'을 원하게 되며, 이를 가혹한 현실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피난처로 여긴다는 것이다. 대학 강단에 서는 그는 학생들이 정체성이나 정치적 지향에 상관없이 자신의 모습 그대로 들어설 수 있는 '안전 공간'으로서의 강의실을 만든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진짜 세계'를 맞이할 학생들에게 이렇게 덧붙인다. '안전을 추구하면서 안전이 보장되는 세상을 위해 분투할 수 있기를'. 그 말에 게이의 세계관이 다 함축돼 있다.
지금 여기를 살면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분투를 멈추지 말 것. '무던하라'는 소리에 '누구를 위해 둔감해지라는 것인가?'라며 날을 세울 것.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말은 이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 안온함을 느끼는 자의 것이기에, 게이는 둔감할 것을 거부한다. '화가 많다'는 비난이 가진 함의에 발끈하지만, 분노야말로 불의에 대한 타당한 반응이므로 그는 기꺼이 '화를 낸다'.
게이가 트럼프의 재선 직후 쓴 <뉴욕타임스>의 칼럼은 다음과 같은 말로 끝난다. "(트럼프의 재당선으로) 무슨 일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는 항복의 의미가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불가능한 싸움에 대비하기 위한 수단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8년 전 트럼프의 당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을 더욱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던 게이는 다시금 트럼프를 선택한 정의롭지 않은 '우리' 자신에게로 화살을 돌리는 한편으로 다시 싸울 태세를 갖춘다. 나 또한 수많은 차별과 혐오에 맞서 같은 글을 쓰고 또 쓰고 같은 말을 하고 또 할 태세를, 게이의 삶을 통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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