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이 보는 방송화면. 코멘트가 실시간으로 반영된다.
박철현
윤석열 계엄 난동, 일본어로 생중계하니
니코니코 동영상의 라이브는 시청자가 코멘트를 쓰면 메인 화면에 그 코멘트가 바로 뜬다. 이헌모 교수와 나는 12월 3일의 비상계엄령 발령 이유에 대해 (물론 한국인들은 거의 다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 감사원장과 검사 특검, 명태균 구속 등이 가장 큰 원인이라 지적하며 이러한 사안들이 모두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김건희의 비리가 폭로되고 이는 곧 윤석열 정권에게도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에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니코니코 시청자들 중에는 혐한, 넷우익이 상당수 존재한다. 아니나 다를까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그런 성향의 시청자 댓글, 예를 들어 "민주당이 잘못한 거", "미개한 한국인들", "미숙한 민주주의라 역시…", "이래서 연을 끊어야 돼, 절대 상종해선 안 되는 나라.", "단교" 등등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이렇게 발령된 비상계엄을 불과 2시간 30분만에 어떻게 해제시켰나에 대한 설명을 구체적으로 시작하자, 그때까지 아마도 잠자코 듣고만 있던 상식적(?)인 눈팅족들이 조금씩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와, 이런 자세한 내용 처음 듣는다."
"나도 트위터에서 봤어. 밤에 달려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갔다고 하더라고."
"시민들이 뛰어가서 군인들 막은 게 정말이었구나!"
"얼마 전에 영화 <1987>을 봤는데 딱 그거네. 이건 완전 영화야."
"알기 쉬운 설명 감사합니다. 일본 공중파는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던데 잘 접속한 듯."
"나이스 한국! 응원해!"
"방금 찾아봤는데 외국 언론들도 대단한 민주주의라고 해."
이런 코멘트들이 달리면 이쪽도 힘이 난다. 이헌모 교수와 나는 약간 들뜬 마음으로 이후 전망, 곧 '탄핵'을 언급하면서 내란죄와 군사반란죄로 기소돼 결국 사형 혹은 무기징역 결말로 끝날 것이라 말했다. 특히 내란죄에는 시효가 없으며 그 예로 1979년 12월 12일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을 예로 들었다. 그러자 한류영화 팬으로 보이는 몇몇 시청자들이 <서울의 봄>을 언급한다.
"전두환이면 <서울의 봄>에 나왔던 전두광 말하는 건가."
"황정민이 연기했던 그 대머리?"
"<서울의 봄> 얼마 전에 봤는데, 아항, 이번 상황이 그때 그거구나. 바로 이해됐어!"
2시간 15분에 걸친 방송이 끝난 후 앙케트를 받았다. 긍정적인 의견도 많았지만 넷우익들의 혐한 코멘트가 여전했기에 평가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내심 50%만 나와도 좋겠다 생각했는데, 웬걸 '매우 좋았다'가 74%, '좋았다'가 13.0%, '보통'이 9.1%, '매우 좋지 않았다'가 3.9%로 나왔다.(별로 좋지 않았다는 0%)
오츠카 프로듀서는 "한국 관련 방송에서 좋았다 이상이 87%나 나오는 방송은 거의 없었다"며 "조만간 또 한 번 편성해야 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조만간'은 다음날 바로 찾아왔다. 오후에 메시지가 왔다.
윤석열 탄핵안 부결되자 일본인들의 반응
'박상, 탄핵 12월 7일날 하는 거 맞습니까? 지금 아사히에 기사가 떴는데 박 상이 어제 얘기한대로 7일날 한다고 합니다. 당일날 긴급방송을 편성하려고 하는데 혼자라도 괜찮으니 한국 국회 방송을 보면서 해설해 줄 수 있을까요?'
그런데 12월 7일은 도쿄 우에노에서 집회가 열린다. 취재를 가기로 약속했었다. 하지만 스스럼없이 방송을 선택했다. 실외집회도 좋지만 한국정치를 잘 모르는 일본인 수천 명에게 한국적 제도 민주주의(의회)와 직접 민주주의(집회)를 설명하는 것이 훨씬 가치 있지 않을까 판단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