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1.10 11:58최종 업데이트 25.01.1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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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내란 사태 종식이 내란 방조 세력의 방해로 지체되면서 2025년 한국이 당장 해결해야 할 긴급한 현안들을 놓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한국에 가할 이른바 '트럼프 쇼크'에 대한 대책이다.

트럼프는 작년부터 취임일에 ▲ 불법 체류 중인 1300만 명의 이민자 추방 ▲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 부과 ▲ 중국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 부과 행정 명령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취임 후 100일 동안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분쟁 해결 ▲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10~20% 보편 관세 부과 ▲ 유럽연합·일본·한국에 대한 방위비 인상 등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미국의 외교 전문 매체 〈포린 어페어스〉는 작년 12월 20일 "트럼프는 미국이 처한 무역적자에서 감염병까지 모든 형태의 악의 뿌리가 중국에 있고, 트럼프만이 진압할 수 있는 적으로 보기에 미·중 갈등은 앞으로 더욱 거칠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러한 내용을 참고할 때, 각국 정부와 언론, 정치, 기업, 시민사회는 '화석연료 복음주의'와 '보호무역주의'로 무장한 트럼프 정책이 자국에 미칠 다양한 영향을 고려하면서 트럼프 취임과 동시에 달라질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하고 있다. 〈시엔엔〉 〈폭스뉴스〉 등 해외 언론 또한 이러한 문제를 연일 자세히 다루고 있다.

그런데 지금 세계에서 유독 한국만 트럼프 쇼크에 대한 대응이나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내란 사태 종식이 지체되면서 '트럼프'라는 긴급 현안이 묻혀 버렸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상이 아니다. 내란 사태가 빠르게 정리되지 않으면 작년 12월 18일 미국의 〈포브스〉가 언급한 '윤석열의 극단적인 책략이 아시아의 4번째 경제 규모인 한국을 밑바닥까지 추락시킬 것'이라는 보도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한국은 하루빨리 지금의 비정상적인 정치적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의 이런 딱한 사정을 트럼프 행정부가 봐주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멕시코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부터 위기

2017년 8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기자회견에 앞서 캐나다, 미국, 멕시코의 국기가 세워져 있다.연합뉴스

우선, 트럼프 취임 첫날 행정 명령부터 한국 산업은 직접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지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22년 8월에 결정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멕시코, 캐나다,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자동차에 대해 1대당 7500달러(약 1100만 원)의 보조금과 세금 감면을 지원해 왔다.

아울러 멕시코와 캐나다, 미국 간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에 따라 멕시코 생산 제품들은 모두 미국 수출 시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었다. 이 혜택은 전기차, 배터리, 자동차 부품에도 적용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에 따르면 한국 자동차 기업들과 자동차 부품 기업 등은 멕시코에 2022년 7억 달러(약 1조 290억 원), 2023년 9억 달러(약 1조 3200억 원)를 투자했고, 2024년 2분기에는 14억 달러(약 2조 580억)를 투자해 한국이 멕시코 7대 투자국이 되었다고 한다.

기아자동차는 미국 수출을 기대하고 멕시코 몬테레이시에 자동차 제조업과 부품공장을 만들고, 2025년부터 소형 자동차를 본격 양산할 계획이었다.

한국 전자부품 제조업인 LG이노텍도 2025년부터 차량 모터와 센스를 본격 생산하기 위해 제조시설에 투자했다. 그런데 이 기업들은 트럼프 취임 첫날부터 위기에 처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바이든이 추진해 온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신종 '녹색 사기'로 부르며 강도 높게 비난했고, 북미자유무역협정을 부정하면서 멕시코에서 생산한 모든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멕시코에 시설을 투자한 한국 기업들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태가 된다. 트럼프 쇼크는 1월 20일부터 이렇게 매우 구체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트럼프 쇼크를 앞두고 한국 정부는 현재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작년 11월 22일 산업부가 서울 롯데호텔에서 '멕시코 진출기업 간담회'를 열었는데, 당시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정부는 미국과 멕시코 신정부의 통상정책 동향을 주시하고,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멕시코 주(州)정부와 협력 채널을 가동해서 경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한국 정부의 이런 대책은 위기에 놓일 한국 기업들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트럼프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문제를 돌파할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할 정부가 지금 트럼프에게 일방적으로 무시당하고 있는 멕시코 주정부와 협력을 하겠다고 하고 있다. 지금 한국의 산업부는 해법 대신 무능함만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트럼프 쇼크의 표적이 된 한국 기업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을 만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12월 2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 정부 기능이 중단되다시피 한 현재 한국의 대기업들은 트럼프에게 직접 로비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4일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최근 두 달 동안 트럼프는 취임식, 대통령도서관 건립 등을 이유로 2억 달러(약 3000억 원) 이상을 모금했다고 밝혔다. 아마존, 오픈AI 등 빅테크 경영자들이 개인적으로 100만 달러를 내고, 포드자동차와 도요타자동차도 동참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로비 기업 '차트웰 스트레티지 그룹'을 통해 기업 모금액 300만 달러(약 44억 원)가 트럼프에게 전달되었는데, 트럼프 관세에 영향을 받는 한국의 현대자동차와 SK그룹 미국 지사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기업들의 로비로 관세에 대한 트럼프의 태도를 바꿀 수 있을까?

작년 12월 16일 대한상공회의소의 세미나에서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루거센터'의 폴공 선임연구원은 "트럼프는 미국이 처한 무역적자를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해악으로 보고 있고, 어떤 설득도 그의 이런 생각을 바꿀 수 없다"라고 말했다. 대미 무역흑자를 보고 있는 나라에 트럼프는 10~20%의 보편 관세 공세를 펼칠 것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1278억 달러(약 187조 9000억 원), 무역흑자 규모는 557억 달러(약 81조 9000억 원)로 사상 최대다. 2024년 자동차 산업이 대미국 무역흑자의 60%를 차지했다.

따라서 트럼프는 한국이 미국에 해악을 끼치는 나라로 분류하며 한국에 10~20%의 관세를 요구할 것이다. 특히 이번에 트럼프의 2억 달러 모금에 동참한 현대자동차는 트럼프의 관세부과 표적이다. 한국이 사상 최대의 무역흑자를 본 중심에 현대차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최악의 상황 대비해야

2022년 2월 2일(현지시간)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시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 국기가 겐팅스노우파크에 걸려있다.연합뉴스

작년 12월 23일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매출액 1000대 제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수출 전망 조사'를 발표했다. 2024년 한국이 역대 최대 수출을 기록한 것과 달리 2025년 수출은 경기 부진과 보호무역주의로 크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그동안 무역흑자를 주도해 온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선박, 전자 산업은 악화 업종으로 분류되었고, 주요 수출 10대 품목을 포함해서 악화 응답 비율이 무려 42.9%에 달했다.

아울러 트럼프가 촉발할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심각해 보인다. 한경협 조사에 따르면 2025년 수출 여건이 가장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지역을 다수의 기업은 미국(48.7%)과 중국(42.7%)으로 답했다.

이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길을 찾기 위해서 트럼프 대책을 이미 세워 놓은 유럽연합의 시나리오를 살펴보자.

작년 12월 16일 유럽연합집행위원회 부위원장 테레사 로베로는 유럽연합이 트럼프와 협상을 하겠지만 "미국의 기후 노력을 엉망으로 만든 트럼프와 같은 길로 가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로베로는 유럽연합이 선택할 2가지 길을 제시했는데, 기후 문제를 해결할 '청정 산업 혁명'과 인공지능 시대를 여는 '디지털 혁명'이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태양광과 같은 청정 산업에 대해 유럽연합이 투자를 강화하면서 트럼프가 놓친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것이 유럽연합의 대 트럼프 전략이다.

한국도 트럼프와 협상을 하면서 그가 놓친 미래를 대비하는 다양한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당장은 윤석열 내란 사태를 빠르게 종식하고 무정부 상태를 극복하는 것이 순서다. 트럼프 쇼크에 대비한 구체적인 정책이 없이 윤석열 내란 사태로 시간이 지체된다면 한국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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