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프랑스 극우 정치인 장 마리 르펜이 사망한 지 몇 시간 후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반자본주의신당(NPA)이 주최한 대규모 행사 '르펜은 죽었다!'에 참석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있다.
연합뉴스
극우 정치는 이후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장하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와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같은 지도자들이 실제로 집권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정권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측면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이라는 강력한 구호 아래 보호무역과 이민 제한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 제조업 고용 증가나 경제적 불평등 해소와 같은 약속된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보우소나루의 브라질 역시 팬데믹 대응 실패와 환경 파괴로 인해 국제적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사례들은 극우 정치가 분명한 비전과 실질적 정책보다 이미지 정치와 선동에 의존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극우 정치의 본질적 문제는 정치가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국민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사회적 분열과 배타적 증오를 부추긴다는 데에 있다. 이러한 갈등의 정치가 초래하는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다. 극우 정당이 약진한 유럽 여러 나라와 미국에서 나타난 정치적 양극화는 민주주의의 작동을 방해하고, 신뢰를 기반으로 한 공동체 형성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치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갈등과 증오를 조장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은 현대 정치가 직면한 심각한 도전 중 하나다. 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은, 이 문제를 단순히 극우 세력의 부상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점이다. '반(反)극우' 진영의 심각한 전략 부재와 안일한 대응 또한 이 상황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극우 정치의 부상은 단지 이념적 문제가 아니라, 그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불안과 분노에서 비롯된 현실적인 문제임을 직시해야 한다. 극우 정치 세력의 성장 배경에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소외감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 유권자를 비난하거나 배제하는 접근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더욱 극단적인 반발과 양극화를 초래할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극우 정치 지지층은 단순히 자신들의 목소리가 억압된다고 느끼는 것을 넘어, 법과 질서를 무시하고 헌법적 질서를 유린하는 행위까지도 정당화하게 된다. 그들은 자신들이 옳다고 믿으며,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정치적 담론 속에서 더욱 단단히 결속한다. 이는 단순히 정치적 대립의 문제를 넘어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정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며, 특히 오늘날과 같은 혼란과 분열의 시대에는 통합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통합이란 단순히 이념의 타협을 넘어, 국민 모두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존중 받고, 자신들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반영될 수 있다는 신뢰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갈등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극단주의와 극우 정치의 발흥은 계속될 것이며, 그 결과는 더욱 심각한 사회적 균열로 이어질 것이다.
르펜이 현대 정치에 남긴 유산은 분명하다. 증오와 배타의 유혹은 강렬하고 구체적 행위들은 통쾌하지만, 그것들이 남긴 갈등과 분열의 상처는 점점 깊어진다. 사회악은 철저히 응징해야 하지만, 주권자 가운데 소외계층이 만들어진다면, 사회악에 대한 응징은 그만큼 어려워지고 오히려 그들이 사회악을 둘러싸는 장벽과 철조망이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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