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1.10 06:28최종 업데이트 25.01.10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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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재발부된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 보이는 인물이 수행원 및 경호원들과 함께 관저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이 '오마이TV'에 포착됐다.오마이TV 방태윤

한달 째 '관저 농성' 중인 윤석열의 현재 심리는 불안과 공포일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자신이 사는 곳에 철조망과 쇠사슬, 대형버스 등을 겹겹이 쌓아놓았을리 없다. 죄인을 달아나지 못하도록 귀양지 둘레에 가시가 많은 탱자나무를 둘러치고 그 안에 사람을 가두던 것은 봤어도 스스로 위리안치(圍籬安置)를 하는 꼴은 처음 본다.

그 살풍경인 요새 속에서 윤석열은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집안에 틀어박혀서도 안심이 안 됐던지 방어 상태를 점검하고 주변 인물들에게 뭔가도 지시했다. 극성 지지층을 향한 과시용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체포 집행에 겁이 나서라고 보는 게 더 그럴듯하다. 언론에 보도되기로는 요즘 술도 안 먹고 또렷하다는데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잡혀갈 거라는 공포심이 그렇게 만들었을 터다.


윤석열 대리인단의 횡설수설 기자회견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헌법재판소에 출석을 하겠다는 건지, 않겠다는 건지,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따르겠다는 건지, 아닌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단 하나, 절대 체포영장 집행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건 분명히 했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구치소행은 피해보려는 속내가 여실하다.

쿼블러 로스라는 심리학자는 임종을 맞이하는 말기환자들을 오랜기간 연구해 죽음에 이르는 정신상태를 5단계로 구분했다. 부정·분노·거래·좌절·수용의 단계를 거치는데, 이 연구를 빌자면 현재 윤석열은 세 번째 단계를 향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계엄령 해제 후 윤석열은 한동안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현실을 거부하고 의심하는 '부정'의 단계였다. 계엄이 실패했을 리 없다는 망상에 사로잡혔다. 이후 윤석열의 정신상태는'분노'로 치달았다. "국회에 500명 투입했다"는 말에 "1000명은 보냈어야지"라며 김용현을 질책하고, 총을 쏘고 도끼로 출입문을 부숴 의원들을 끌어내지 않은 현장 지휘관들을 나무랐다. 자신의 충정을 몰라주는 국민을 원망하고 사법시스템이 잘못됐다며 삿대질을 했다.

현재 윤석열의 모습은 3단계 '거래'로 진행중이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 이리저리 빠져나갈 궁리를 하는 게 이 단계의 특징이다. 변호인들을 통해 끊임없이 수사기관과 사법부를 회유하고 타협을 시도한다. 관저 앞 극우 시위대에 편지를 보내 도움을 요청하고,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허황된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이런 대응이 무의미한 것으로 판명나면 윤석열은 결국 나머지 단계인 '좌절'과 '수용'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포승줄에 묶이고 구치소에 갇혀 법의 심판대에 오르는 게 예정된 행로다.

윤석열은 얼마 전까지 국정의 최고책임자였으며 국군통수권자였다. 대한민국을 대표해 해외를 다니며 국익을 위해 외교활동을 폈던 사람이다. 그런 인물이 지금은 한남동 관저에 웅크린 채 경호원들과 소수 지지층, 극우 유튜버들에 둘러싸여 목숨을 구걸하고 있다. 그 초라하고 구차한 모습이 전국민, 나아가 전세계에 생중계되고 있다.

윤석열은 과거 국무회의에서 당시 한동훈 법무장관 아파트를 찾아간 유튜브채널을 겨냥해 "법을 제대로 안지키면 어떤 고통이 따르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화물연대 파업사태도 언급하며 "불법이 버젓하게 저질러지는 게 문제다. 관행으로 '좋은게 좋은거'라고 넘어가선 안 된다"고도 했다. 지금의 윤석열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내란 사태가 끝나지 않고 계속되면서 수많은 사람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불면증에 시달리고 불안감과 공황장애를 겪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다수의 국민을 고통에 빠트려놓고 윤석열 혼자 편안하게 놔둘 수는 없다. 자신이 말한대로 법을 지키지 않으면 얼마나 큰 고통이 뒤따르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좋은 게 좋은거'라고 넘어가는 일도 절대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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