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2월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남소연
내란 사태 국면에서 국민의힘 의원들 가운데 유독 윤상현·나경원·김민전 의원이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이들은 영남 등 지역적 족쇄에서 벗어난데다 비례 출신으로 입지가 비교적 자유로운데도 극우 세력과 손잡고 윤석열 수호에 앞장서 의구심을 낳습니다. 정치권에서 이들이 강성 지지자들에 어필해 각자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의도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수도권 최다선(5선)인 윤상현은 윤석열 체포영장 발부 이후 연일 한남동 관저 앞을 찾아가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그는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해 윤석열 탄핵을 막지 못했다며 사죄의 큰 절을 하는 등 아스팔트 극우와 결속을 강화하는 모양새입니다. 전두환의 전 사위이자 박근혜 최측근이었던 윤상현이 어느새 '찐윤'의 대표주자로 발돋움한 셈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당선될때만해도 '친윤핵심계'와는 다소 거리가 있던 것과는 딴판입니다.
윤상현의 변신은 차기 대선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 전광훈 목사가 주관한 집회에 참석한 윤상현이 "잘하면 대통령 되겠어"라는 전광훈의 말에 90도로 고개를 숙인 모습입니다. 강성 보수층의 지지를 얻으면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전략을 짠 것으로 보입니다. 당 경선에서 패배하더라도 차기 당권을 쥘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명태균이 폭로한 공천개입 의혹때 윤상현이 공천관리위원장이었다는 점에서 윤석열과 운명공동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나경원, '사기 탄핵' 외치며 막무가내 주장
서울지역 중진이자 당대표급인 나경원이 극우와 한목소리를 내는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판사 출신의 나경원은 윤석열 탄핵을 '사기탄핵'이라 매도하고, 체포영장 발부는 공수처와 법원의 '꼼수'라고 억지주장을 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탄핵과 수사절차가 정당하고 합법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막무가내 주장을 하는데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을 노려서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정치권에선 작년까지만해도 윤석열의 탄압을 받았던 나경원의 변신을 놓고 뒷말이 많습니다. 4선 중진이지만 정치적 소신과 철학은 없고 강자 사이에서 눈치를 보다 이길 만한 사람에게 붙어서 권력을 연장해왔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친윤계로부터 배반 당하고도 서울시장 후보가 되기 위해선 당주류인 그들과 한통속을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나경원의 행태는 권력을 향한 해바라기 성향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비례대표 초선인 김민전 의원의 변신은 더욱 극적입니다. 교수 출신으로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에 출연했던 김민전은 지난 대선 때 안철수 후보 멘토였다가 윤석열 캠프에 합류했습니다. 정치 입문 동기로 '정치개혁'을 주장했던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탄핵 찬성 중국인 매도 발언에 이어 급기야 5공시절 악명을 떨쳤던 '백골단' 기자회견 주선자로 나서는 등 극우로 줄달음질쳤습니다. 이런 행태를 두고 정치권에선 다음 총선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낙점받는 등 더 큰 정치적 야심을 이루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당 일각에선 "장관 자리라도 약속받은 게 아니냐"는 얘기가 농담처럼 나온다고 합니다.
12·3 내란 사태 이후 국민의힘이 보인 행태는 국가와 국민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생명 연장에만 온 관심이 집중된 모양새입니다. 법치와 공정의 가치를 저버린 채 '윤석열 옹호당'으로 이끈데는 지도부의 잘못이 크지만 수도권 중진 의원인 윤상현과 나경원의 책임도 그에 못지 않습니다. 윤상현은 "국민들은 1년뒤면 다 잊는다"고 했지만 '내란 수괴' 윤석열과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기로 한 결정은 두고두고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할 날이 머지않아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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