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보면 경련을 일으키는 뇌성마비 장애학생들이 있어 나사렛대학교가 설치한 표지판.
민승기
- 다른 동물에 반응하는 장애 당사자들도 있나?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런 일을 겪고 있는가?
"대학 때 친구들을 보면 동물 동영상이나 사진만 봐도 경련이 오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장애인이 이런 고통을 겪고 있는지 통계가 없다. 우리와 같은 장애인들의 이동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 데이터조차 없는 셈이다.
보건복지부 장애인 실태조사의 일상생활 체크 항목에 반려동물을 보았을 때 경련이 일어나는 경우 등을 추가하자는 의견을 전한 적이 있었는데 조사 항목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기도 했다. 기본 이동권이 침해되는 만큼 국가가 적어도 숫자 정도는 파악했으면 좋겠다.
살 집을 찾을 때도 '노펫존'을 일부러 찾고 있다. 학교를 졸업할 때 '반려동물 절대 출입금지' 푯말에 고개 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얼마 전 학교 교무처에 갔다가 한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캠퍼스 외에는 너희가 마음 편할 곳이 없어서 너무나 속상하다. 네 덕분에 반려동물에 경련 일으키는 많은 장애학생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었으니 고맙다'고. 선생님도 내가 문제제기한 후 길에 사람보다 동물이 더 많다는 게 새삼 눈에 뜨이셨다고 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많은 애견인, 애묘인들에게는 너무 죄송한 말씀이지만 나는 사실 반려동물이 다가오면 감지해서 알려주는 안경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워낙 반려인 인구가 많다 보니 우리의 목소리가 얼마나 들릴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
-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장애인재활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대학원에서는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뇌성마비 아동을 치료하는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들의 인식과 보조공학 정책 개선 방향을 함께 연구해 보려고 한다."
승기님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어린 시절부터 교류하던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선생님들과의 인연과 보조공학에 대한 열정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걷기 재활을 하면서 피투성이가 되도록 넘어졌던 기억을 아픔 대신 장래 희망으로 승화했다는 그가 소망하는 '개 없는 세상'은 영영 오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 동물의 도움이 있어야 이동이 가능한 사람, 동물을 보면 경련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같이 어우러져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것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 근거를 위한 인구통계 정도는 적어도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