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드 무브 커뮤니티에 참여한 모주영(좌), 이승일(우)씨가 가전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LG전자
- '볼드 무브'를 같이 기획하면서 참여자의 '나다움'을 찾아보자는 컨셉을 잡았다. 돌아보니 '나다움'과 가전제품이 어떻게 연결되었다고 생각하나?
"가전제품은 나의 공간에 들어와 있는 존재고,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쓸 수 있지 않나. 세탁하는 방식도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헹굼을 두 번 돌리고, 어떤 사람은 표준 코스로만 돌리고. 가전제품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하고, 내가 무얼 원하는지 깨닫게 해 주기도 한다.
볼드 무브에 참여했던 김지우씨(유튜버 굴러라구르님)가 이렇게 말했던 게 기억난다. '휠체어로는 건조기를 쓰기 어려워 써본 적이 없는데 자취하면서 건조기를 처음 쓴 후 갓 나온 따뜻한 빨랫감을 들고 가는 기분을 처음 느꼈다. 아, 나는 빨래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가 있는 고객 중 가전제품을 처음 써본 후 자기 자신이 청소나 요리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기도 하더라. 가전제품은 삶을 도와주는 도구다. 가전제품을 나답게 쓰는 경험이 늘어나면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거나, 더 나아가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전제품을 쓰는 나만의 루틴을 해보고 인증하기'를 커뮤니티에서 했었는데, 한 분이 '따뜻한 물을 아침마다 마셔보겠다'고 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분인데,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 옮기다가 덴 후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겨 그 뒤로 정수기 온수 버튼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챌린지를 계기로 온수 버튼을 누르게 된 거다. 이처럼 커뮤니티 활동을 계기로 삶의 작은 변화를 만들 수 있게 되길 바란다."
- 앞으로 더 많은 컴포트 키트가 나오게 되나?
"디자인팀, 상품전략팀, 개발팀과 함께 더 다양한 컴포트 키트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는 액세서리 형태로 따로 구입해야 하지만 편리함이 입증되면 아예 정식 기능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예를 들어 식기세척기 맨 밑 칸에 다는 '이지 핸들'은 많은 비장애인 고객도 허리를 덜 구부릴 수 있다며 호평한다.
4월 28일까지 특허청과 함께 '
LG 컴포트 키트 아이디어 공모전'을 하고 있다. 좋은 아이디어는 상품화뿐 아니라 특허 출원까지 할 계획이다. 5월에는 '볼드 무브 접근성 매거진' 창간호를 준비하고 있고, 하반기에는 '볼드 무브' 2기 커뮤니티도 계획하고 있다. '메이드 바이 볼드 무브'(Made by Bold Move, 볼드무브 커뮤니티 멤버들이 만들어낸 제품)가 나올 때까지 꾸준하게 운영하고 싶다."
박세라 선임연구원은 인터뷰 막판에 이렇게 덧붙였다.
"아버지가 사고로 다리가 불편하셨는데 지금은 시력까지 많이 나빠지셨어요. 출입문 번호 키에 제가 만든 점자 스티커를 붙여 드렸어요. 동료들과 얘기 나누다 보면 집안 누군가는 장애가 있는 가정이 많더라고요. 장애는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걸 느껴요. 지금 제가 하는 일이 남을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내 가족을 위한 것일 수도, 미래의 나를 위한 것일 수도 있어요."
'장애인이 편하면 모두가 편하다'라는 말은 진부하지만, 그런 제품이나 서비스를 실제로 고안하고 출시하는 건 쉽지 않다. 컴포트 키트처럼 장애인 고객의 의견을 들었더니 모두에게 편해지더라는 유니버설디자인에 더 많은 기업이 도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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