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2020년 3월 2일 오후 경기 가평 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연수원 건물로 향하고 있다.
이희훈
미빌뤼드의 보고서 서문은 "21세기는 영성의 시대가 되던가, 그렇지 않다면 오지 않을 것이다"라는 앙드레 말로(작가, 초대 문화부 장관)의 말로 시작된다. "현대 사회 도처에서 영성에 대한 인간의 추구가 광범위하게 펼쳐지는 것을 보며, 말로의 선견지명이 옳았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권력, 부 혹은 추악한 본능을 채우려는 개인이나 집단의 영향력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라고 미빌뤼드 단체장 에티엔 아뻬르는 말한다. 개인의 영성 추구에 대한 욕망을 존중하면서, 사이비 종교의 폐해에 조심스럽게 맞서려는 이 기관의 관점을 잘 보여준다. 그들은 크게 4가지 전략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인간의 영적 추구의 영역에 이단과 사이비의 잣대를 들이대는 공권력의 존재는 또다른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기관은 비교적 관대한 눈으로 현상을 바라본다. 그들은 정보의 공유를 통한 예방과 피해자 지원에 초점을 맞춰 영성 추구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미빌뤼드 보고서가 소개하는 그들의 4단계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예방이다. 캠페인, 교육, 강연 등을 통해 사이비 종교 집단의 일반적인 사례들을 공유하고, 이 피해자들을 가장 자주 접할 수 있는 직업군들에 대한 사전 교육을 실시한다. 지난 3년간,미빌뤼드의 자문단은 330회의 교육과 설명회를 진행한 바 있다.
또한 최근에는 20초짜리 대중 광고를 4편 제작, 방영하여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3년마다 한 번씩 발간하는 보고서에는 관련 사건, 단체들에 대한 모든 사례들이 망라되어 있어, 누구든 열람하고 참고할 수 있으며, 그 내용은 언론매체를 통해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다. 또한 중등학교 교과과정에 종파적 일탈 현상을 학생들이 자각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포함되도록 하고 있다.
두 번째는 피해자 지원이다. 미빌뤼드는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전문 사회단체(사이비종교피해자 전국연합 UNADFI 등 5개 단체)들을 통해, 심리 상담을 비롯한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그들이 입은 다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보상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중
UNADFI는 18세 아들이 통일교에 들어간 것을 알게 된 부모가 1974년 처음 설립한 단체(당시에는 ADFI) 로 1982년 전국 규모로 성장했다. 그들은 풍부하게 축적된 노하우를 토대로, 정부 지원하에, 피해자가 홀로 설 수 있도록,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심리상담과 법률적·제도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세 번째는 관련 법규 강화를 통한 제도적 단속과 처벌이다. 현재 프랑스에서 사이비 종교 그 자체는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형법 제222-15조는 '취약 상태 또는 무지에 대한 사기적 악용' 범죄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 법안에 따라, '종파적 일탈 집단에 의해 발생한 피해'는 법적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관련 영역의 피해가 급증한 상황에서, 미빌뤼드는 프랑스 법체계에 '강압적 통제(coercitive control)' 개념 도입과 종파적 일탈 행위에 대한 광범위한 법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마지막은 기존 종교 단체들과의 긴밀한 대화와 협력체계 구축이다. 미빌뤼드는 다양한 종교계 지도자들과 함께, 일탈적 종교 현상에 대한 심층적 논의, 정보 및 분석 공유 체계를 구축해 왔다. 이러한 공유 체계는 다양한 이단적 현상의 형태와 이를 촉진하는 요인에 대한 이해를 풍부하게 해주면서 예방 체계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일단 피해 당사자나 가족이 전화나 메일을 통해 미비뤼드에 사례를 알리면, 보안/교육/종교/청소년/직장/보건의료 등으로 분류된 영역의 전담 상담원들이 사례를 담당하게 된다. 이후, 신고자와 메일, 전화, 직접적인 만남을 통한 상담을 통해 사례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각 피해자가 당한 피해의 성격에 따라, 관련 전문 사회단체로 연결해 주게 된다.
전국 조직을 가지고 있는 이 사회 단체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피해자들이 정상 생활을 회복할 수 있도록 다각도의 지원을 제공한다. 법적인 조치가 필요할 경우, 곧바로 형사 고발로 이어지기도 한다. 2024년엔 총 45건의 형사 고발이 이뤄졌다.
미빌뤼드 보고서는, "코로나 19와 함께 보건 위기와 그에 따른 통제된 시간의 경험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사회적 연결, 영성에 대한 질문, 대안적인 치유 방법을 모색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 기간 동안 극적으로 성장한 인터넷 시장이 영성, 코칭, 웰빙, 종교의 영역에서 다양한 형태의 강좌와 워크숍, 모임 등으로 새로운 고객층을 만들어 갔다"라며 보건 위기와 사이비 종교 현상이 맺는 관련성에 주목한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 중 한 사람인 안드레아 그뤼에프-빈틸라(파리10대학 교수)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사회 심리학에서는 사이비 종교의 증가를 불확실성과 위기 상황에 처한 사회의 특징으로 분석한다. 이는 여러가지 심리사회적, 상황적 요인의 결합으로 촉진된다. 한편으로는 누적된 위기(보건, 환경, 경제)가 시민들로 하여금, 더 이상 정부 시스템이 그들의 요구를 듣지 않거나, 심지어 무시하고 있다고 인식할 때, 사람들은 기존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의미와 안전에 대한 욕구를 키운다. 이는 개인과 집단을 취약하게 만들어 사이비 단체의 핵심 메커니즘인 강압적 통제 전략의 효과를 높인다.
외부 집단으로부터의 고립, 의심이나 비판의 배제, 신체적·성적 착취, 심리 조작과 압박, 위협, 협박을 통해 강압적 통제가 구현되며,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기본 인권은 서서히 침해된다.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자존감이 파괴된 신도들은 사이비 종교의 포로가 되는 것이다.
또한 점점 디지털화 되어가는 사회적 맥락 속에서, 소셜 미디어에서 극단적 담론 확산, 폐쇄적·급진적 그룹에 대한 접근 용이성이 커져 가고 개인은 고립되는 현실이 관계의 확실성, 보호에 대한 인간의 본질적 욕구를 자극하며 사이비 종교의 번성을 부추긴다고 본다."
한국 역시 종교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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