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5일 오전 전남 광양 전남드래곤즈 북문 광장 유세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이희훈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전남 광양 유세에서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제품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RE100 때문에라도 기업들이 재생에너지가 많은 지역으로 갈 수밖에 없고 또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세 가지 유인책을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 지방으로 가는 기업에 대규모 세제 혜택을 주자. 두 번째, 지방으로 가거나 지방에서 시작하는 기업들에는 땅과 관련된 특혜를 주고 웬만한 규제는 다 완화해 주자. 세 번째, 전기 생산지와 소비지 간의 전기 요금 차이를 확실하게 해서 기업들을 지방으로 유인해 지방 균형 발전을 이루자.'
정말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이재명 후보의 이 계획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지방 균형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용인에서 이재명 후보의 계획과 정반대 되는 거대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발표한 세계 최대의 시스템반도체클러스터 사업이 그것입니다.
첫 번째, 수도권 공장총량제마저 무너뜨리며 용인에 반도체 팹을 건설하려는데, 거기에 반도체 특별법까지 만들어 세제 혜택을 주려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수도권에 반도체 팹을 짓는데도 국민 세금으로 국가산단을 만들어 땅과 관련된 특혜를 주고 공공기관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및 각종 영향 평가 등에서 웬만한 규제는 다 풀어줬습니다. 세 번째, RE100에 해당하지 않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지어 전기를 공급하고, 향후 재생에너지는 송전선을 깔아 호남에서 끌어올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것부터 원점으로 되돌려야 합니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곳에 전기요금 등 각종 혜택을 통해 대기업을 유치하겠다는 이재명 후보의 계획에 가장 적합한 일은 반도체 팹의 호남 이전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할지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이재명 후보는 반도체 팹을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호남에 유치하는 대신 에너지 고속도로라는 이름의 송전 시설을 설치해 수도권에 전기를 보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기업들을 지방으로 유인해서 지방 균형 발전을 이루자"라고 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수도권에 들어설 반도체 팹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보낼 궁리를 하고 있는 겁니다.
수도권에 팹을 짓고 있는 재벌에 세제 혜택을 주려고 하는 반도체 특별법은 현재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고, 이 역시 지방으로 가는 기업에 대규모 세제 혜택을 주자고 하는 이재명 후보의 약속과 부딪힙니다.
이재명 후보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지난 17일 광주 유세에서 이재명 후보는 "국가 정책을 수립할 때, 수도권과 지방을 똑같이 대하는 게 아니라 '억강부약'(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도움)의 정신으로 재정을 배분해서 지방도 소외되지 않고 함께 성장 발전하도록 만들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수도권에 조성 중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는 대표적인 '억약부강' 정책입니다. 안 그래도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에 각종 특혜를 줘가며 대규모 투자와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지방균형발전에 대한 이재명 후보의 발언이 진심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시스템반도체클러스터를 재생에너지 생산지인 지방에 조성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입니다.
용인에 조성 중인 시스템반도체클러스터용 국가산단은 아직 되돌릴 시간이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이 문제에 대해 재벌이나 토건 세력의 처지가 아니라 지역 균형발전을 원하는 지역 주민들의 입장에 서서 깊이 고민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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