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5.27 06:42최종 업데이트 25.05.27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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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권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여 홍콩에서 성인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사망했다고 제목을 쓴 YTNYTN 보도화면

중화권 중심으로 '불길'...홍콩서 성인 환자 절반 가까이 사망 - YTN

지난 5월 19일 뉴스채널 <와이티엔(YTN)>이 보도한 리포트의 제목입니다. 중화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는 내용인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등 외신을 인용한 보도입니다.

제목만 보면 코로나가 중화권을 중심으로 불길처럼 번지고 있고, 그중에서도 홍콩에서는 성인 확진자의 절반 가까이가 사망하는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본문을 보면 홍콩에서 지난 4주간 코로나에 걸린 중증 성인 환자 가운데 약 40%가 사망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코로나19에 걸린 '성인 환자' 중 절반 가까이가 사망한 것과 '중증 성인 환자' 가운데 약 40%가 사망한 건 엄연히 다릅니다. 게다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기사에는 40%는 없고, 중증 성인 환자 81명 중 30명이 사망했다고만 되어 있습니다. 이는 37% 정도인데 YTN은 본문에서는 "약 40%"로, 제목에서는 "절반 가까이 사망"한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사망자 부풀리기뿐만 아니라 본문 대부분이 코로나 확산 공포를 유발합니다.

코로나 확진 비율도 지난달 6∼12일 6.21%에서 이달 4∼10일 1년 만에 최고치인 13.66%로 증가했습니다.

한 홍콩 공공병원 소아감염병 병동 책임자는 이날 SCMP에 "최근 어린이 확진자가 급증했다"면서 "전에는 코로나19 환자가 없었는데, 지금 병동은 백신을 맞지 않은 어린 환자들로 가득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책임자는 "일부는 증상이 심하지 않지만, 환자들은 2∼3일간 39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린다"면서 백신 접종을 촉구했습니다.

YTN이 전하려 했던 공포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는 없다

그럼, YTN이 인용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어떨까요? YTN이 인용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기사 제목은 이렇습니다.

홍콩, 코로나19 양성 1년 만에 최고치 기록…4주 만에 30명 사망 -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기사 제목. 홍콩, 코로나19 양성 1년 만에 최고치 기록…4주 만에 30명 사망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화면

코로나19가 급격하게 늘었고 사망자가 4주 만에 30명이 나왔다는 사실을 그대로 전했을 뿐 공포를 유발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소제목에서는 독자들이 안심할 만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4주 동안 호흡기 검체 중 양성 반응을 보인 비율이 7.5% 증가했지만, 보건 전문가는 바이러스의 전반적인 영향이 더 약하다고 주장합니다."

본문을 봐도 코로나19 재확산 사태에 대해 차분하게 사실을 전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에드윈 추이 록 킨 건강보호센터 관리자는 "과거 데이터를 참고할 때, 우리는 적어도 앞으로 몇 주 동안 코로나19 활동이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홍콩 대학 소아과 교수인) 라우 유룽 교수는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코로나19 사례가 확실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2023년과 2024년에 비해 덜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라우는 중증 및 치명적인 사례가 매년 감소하는 것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진화하는 특성과 신체의 적응 면역 반응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개인은 두 번째, 세 번째, 심지어 네 번째 감염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 이후의 감염은 일반적으로 경미합니다. 네 번째 감염 시에는 많은 사람이 무증상일 수 있습니다"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그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기저 질환이 있거나 노인인 취약 계층이 백신을 맞아 항체 수치를 높이고 심각한 결과를 예방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괜찮지만, 고위험군은 마스크 착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요약하자면 코로나19 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2023년과 2024년에 비해 덜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다만 기저 질환이 있거나 노인들은 백신을 맞고, 마스크 착용을 통해 미리 예방하는 것이 심각한 결과를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합니다.

YTN은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나는 숫자만 보고 크게 동요하지 말라는 내용의 외신을 가져다가, 중화권에서 불길이 타오르고, 홍콩에서 성인 환자 절반 가까이가 사망했다는 내용으로 바꿔 버린 겁니다.

YTN은 이 내용을 이슈픽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코로나19 소식과 함께 묶어 유튜브에도 게재했습니다. 제목은 더 무시무시해졌습니다.

[이슈픽] 확진자 절반 가까이 사망…코로나 변이로 중화권 '초토화' - <YTN>

코로나로 인해 확진자의 절반 가까이 사망한다는 YTN의 무시무시한 보도YTN 유튜브 화면

홍콩에서 중증 성인 환자 81명 가운데 30명, 즉 37%가 사망했다는 내용을 "확진자 절반 가까이 사망"에 "중화권 초토화"로 표현한 것입니다. 최근 크게 늘어난 반중국 정서를 가진 이들의 기호에 편승하려는 모습입니다.

코로나19 재확산을 보도하는 다른 언론의 자세

중국과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에 대해 다른 언론들은 어떤 식으로 보도를 했을까요?

중화권 코로나19 확진 폭증… "홍콩서 한달간 30명 숨져" – <조선일보>
"홍콩서 한달간 30명 사망"… 중화권 코로나19 또 심상찮다 – <중앙일보>
중화권 코로나19 재확산 조짐… 홍콩서 한달간 30명 사망 – <동아일보>

이른바 조·중·동 세 신문사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기사를 인용하며 '코로나 재확산'과 '30명 사망'을 제목으로 강조했습니다.

그에 반해 <한겨레>는 외신을 인용하는 대신 질병관리청의 발표를 인용한 중국·홍콩·대만 코로나19 확산세…질병청 "국내 백신으로 예방 가능"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습니다. 인근 국가의 코로나 확산 상황을 전하고 우리나라는 아직 특이 동향이 없다는 사실과 고위험군의 백신 접종을 권하는 내용입니다.

최근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되고 있는 싱가포르 현지 언론의 보도 역시 <한겨레>와 비슷합니다. 싱가포르 대표 일간지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코로나 확산의 이유와 확진자의 건강에 미칠 영향, 예방 수칙, 백신 접종이 필요한 대상 등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언론의 역할로 인해 싱가포르 시민들은 매주 확진자 수가 폭증하는 중에도 별다른 동요 없이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확산의 중심에 있는 현지 언론들은 평온을 유지하는데 한국의 언론만 호들갑인 형국입니다. 한국의 지인들이 우리 언론의 보도를 보고 싱가포르 상황을 걱정하며 안부 전화를 걸어오고 있습니다.

한국에 코로나가 재확산된다면 우리 언론들이 또 얼마나 자극적인 제목으로 집단 공포를 유발할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중화권에서 확진자의 절반 가까이가 사망해서 초토화됐다는 YTN의 보도는 코로나19 보다 더 위험한 보도입니다. 사실을 과장하고 반중국 정서에 기댄 제목으로 조회수는 올릴 수 있겠지만, 언론사의 신뢰는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YTN은 물론이고 모든 언론이 다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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