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충남 논산시 육군훈련소로 입영하는 장병들이 병무청 '현역 입영문화제(청춘 예찬 콘서트)'를 관람 후 입대 준비를 하며 부모님께 거수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필자가 제안하는 자원입대제(모병제)의 가장 큰 장점은 중산층 비중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데에 있다. 국가의 건강성과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때 중산층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중산층이 탄탄할수록 정치적 안정성, 내수 경제의 안정성, 사회통합과 계층 이동, 세수와 국가 재정의 안정성 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이자 풀어야 할 숙제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중산층은 빠르게 줄고 있다. 대선 후보들이 중산층 강화를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언컨대, 중산층의 비율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자원입대제이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25년 정부가 발표한 '기준 중위소득'은 3인 가구 기준으로 월 500만 원 정도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산층의 기준을 중위소득의 75~200%로 설정하고 있다.
필자가 자원입대제 도입 시기로 제안하고 있는 2027년 3인 가구의 기준 중위소득을 월 560만 원으로 가정해 보자. 여기에 OECD의 중산층 기준을 적용하면 3인 가구 기준으로 월 420만 원~1120만 원의 소득을 올리는 가구는 중산층에 해당한다.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2027년부터 자원입대제를 도입해 직업 사병에게 월평균 400만 원의 급여를 지급하면 해당 군인이 속한 가구는 대부분 중산층이 될 수 있다. 직업 군인 이외의 가족 구성원이 월 20만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잘 설계된 자원입대제가 저소득층에겐 '기회의 사다리'가, 기존 중산층에겐 비교적 안정적으로 중산층을 유지할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통계적으로도 보여준다.
또한 2년간의 계약 근무를 마친 병사는 간부로 지원할 수도 있고 제대를 선택할 수도 있다. 간부가 된 사람은 병사 때보다 더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어 중산층을 유지할 수 있다. 제대를 선택한 사람도 비교적 목돈을 가지고 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 학비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고 학업에 매진할 수도 있고, 여행을 다닐 수도 있으며, 취업이나 창업 준비도 할 수 있다.
집안 형편 때문에 꿈도 꾸기 힘들었던 다양한 미래가 청년들에게 열리는 셈이다. 그래서 자원입대제를 도입하려면 "가난한 사람만 군대에 갈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잘 설계된 자원입대제는 중산층 이상에게도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설사 저소득층 출신이 다수를 차지하더라도 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보다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가난한 청년이 군대에 가는 현상'이 불평등의 반영이겠지만, 그 불평등을 크게 완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과연 청년 빈곤과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치유책으로 이보다 더 나은 대안이 있을까?
혼인·출산율은 어떨까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고 평균 출산연령은 가장 높다. 2024년에도 합계출산율은 0.75에 머물렀고 평균 출산연령은 33.7세였다. 평균 초혼연령도 남자 33.9세, 여자 31.6세로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혼인을 기피하는 현상도, 젠더 갈등도 심각하다.
그럼 자원입대제를 도입하면 어떤 기대효과가 있을까? 남성만 징집되는 병역제도가 성별과 무관하게 원하는 사람이 자원할 수 있는 군인 충원 구조로 바뀌면, 젠더 갈등이 완화될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18개월의 군 복무기간을 유지하면 입대 준비와 제대 후 적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남자들의 사회 진출 시기는 2년 정도 늦춰진다. 이는 거꾸로 자원입대제를 도입하면 민간인의 사회 진출 시기가 2년 정도 앞당겨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2년 근무 후 제대를 선택하는 사람도 목돈을 가지고 학업·취업·창업에 나설 수 있게 되어 사회경제적 형편이 나아진 상태에서 사회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이렇듯 잘 설계된 자원입대제는 젠더 갈등을 완화하고 청년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이며 사회 진출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이것이 초저출산 문제를 완화하는데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검토해 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