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5.27 06:43최종 업데이트 25.05.27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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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에서 열린 대학생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후보들도 각양각색의 공약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징병제를 유지하면서 일반 병사와 '기술집약형 전투부사관' 중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고 공약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1999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졌던 '군 가산점 제도' 부활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개혁신당의 이준석 후보는 병사 중심의 장교·부사관 선발 구조를, 민주노동당의 권영국 후보는 한국형 모병제 도입과 병사의 최저임금 보장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권 후보를 제외하곤 징병제의 골격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징병제 유지론의 가장 큰 사유는 이재명 후보의 발언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6일 아주대학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모병을 하게 되면 돈 많고 힘 있는 사람은 군대에 안 갈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나는 앞선 글("한국 무너질 것" 해외 유명 유튜브는 왜? 반전 키워드는 이것, https://omn.kr/2djsi)에서 이를 일리 있는 우려라고 보면서도 이제는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병역자원만 부족한가

입대 비중이 가장 높은 연령은 20세이다. 그런데 20세 남성이 빠르게 줄고 있다. 2022년 약 26만 명에서 2030년에는 20만 명 수준으로, 2040년에는 15만 명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병역자원 확보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우려가 커진다. 하지만 이건 군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와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 조영태 교수의 진단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는 "군대에 징집된 인구집단의 크기가 사회에 남아 있는 인구의 크기를 결정"한다며, 인구절벽 시대에 징병제가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 바 있다.

가령 20세 남성이 100명 있고, 이들 가운데 30명은 군대에, 70명은 사회에 있다고 가정해 보자. 사회에 있는 "70명은 대학도 가고, 직장에서 일도 하고, 소비도 하면서 사회를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그런데 20세 남성 인구가 50명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기존대로 30명을 징집하면 사회에 남게 되는 남성 수는 20명으로, 20명을 징집하면 3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사회를 유지하는 데 당연히 심각한 차질이 빚어진다."(정해진 미래)

"심각한 차질"은 다방면에서 나타날 것이다. 문을 닫는 대학은 크게 늘어나고, 소비 부진으로 내수에도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다. 이렇게 소비시장이 위축되면 생산시장도 위축되고 세금 확보도 여의치 않게 된다. 경기 침체에 따라 괜찮은 일자리를 찾기도 더욱 어려워질 수 있음은 물론이다. 노령 인구를 부양해야 할 청년층의 부담이 가중되면서 세대 간의 갈등도 커질 것이다. 또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0%를 향해 가고 있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노동가능인구의 급감이다.

한마디로 징병제를 유지하는 한, 악순환의 늪에서 헤어 나오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자원입대제로 전환해 병력을 30만 명 정도로 줄이면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자원입대제 도입하면 중산층 크게 늘어나

26일 충남 논산시 육군훈련소로 입영하는 장병들이 병무청 '현역 입영문화제(청춘 예찬 콘서트)'를 관람 후 입대 준비를 하며 부모님께 거수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필자가 제안하는 자원입대제(모병제)의 가장 큰 장점은 중산층 비중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데에 있다. 국가의 건강성과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때 중산층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중산층이 탄탄할수록 정치적 안정성, 내수 경제의 안정성, 사회통합과 계층 이동, 세수와 국가 재정의 안정성 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이자 풀어야 할 숙제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중산층은 빠르게 줄고 있다. 대선 후보들이 중산층 강화를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언컨대, 중산층의 비율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자원입대제이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25년 정부가 발표한 '기준 중위소득'은 3인 가구 기준으로 월 500만 원 정도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산층의 기준을 중위소득의 75~200%로 설정하고 있다.

필자가 자원입대제 도입 시기로 제안하고 있는 2027년 3인 가구의 기준 중위소득을 월 560만 원으로 가정해 보자. 여기에 OECD의 중산층 기준을 적용하면 3인 가구 기준으로 월 420만 원~1120만 원의 소득을 올리는 가구는 중산층에 해당한다.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2027년부터 자원입대제를 도입해 직업 사병에게 월평균 400만 원의 급여를 지급하면 해당 군인이 속한 가구는 대부분 중산층이 될 수 있다. 직업 군인 이외의 가족 구성원이 월 20만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잘 설계된 자원입대제가 저소득층에겐 '기회의 사다리'가, 기존 중산층에겐 비교적 안정적으로 중산층을 유지할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통계적으로도 보여준다.

또한 2년간의 계약 근무를 마친 병사는 간부로 지원할 수도 있고 제대를 선택할 수도 있다. 간부가 된 사람은 병사 때보다 더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어 중산층을 유지할 수 있다. 제대를 선택한 사람도 비교적 목돈을 가지고 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 학비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고 학업에 매진할 수도 있고, 여행을 다닐 수도 있으며, 취업이나 창업 준비도 할 수 있다.

집안 형편 때문에 꿈도 꾸기 힘들었던 다양한 미래가 청년들에게 열리는 셈이다. 그래서 자원입대제를 도입하려면 "가난한 사람만 군대에 갈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잘 설계된 자원입대제는 중산층 이상에게도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설사 저소득층 출신이 다수를 차지하더라도 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보다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가난한 청년이 군대에 가는 현상'이 불평등의 반영이겠지만, 그 불평등을 크게 완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과연 청년 빈곤과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치유책으로 이보다 더 나은 대안이 있을까?

혼인·출산율은 어떨까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고 평균 출산연령은 가장 높다. 2024년에도 합계출산율은 0.75에 머물렀고 평균 출산연령은 33.7세였다. 평균 초혼연령도 남자 33.9세, 여자 31.6세로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혼인을 기피하는 현상도, 젠더 갈등도 심각하다.

그럼 자원입대제를 도입하면 어떤 기대효과가 있을까? 남성만 징집되는 병역제도가 성별과 무관하게 원하는 사람이 자원할 수 있는 군인 충원 구조로 바뀌면, 젠더 갈등이 완화될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18개월의 군 복무기간을 유지하면 입대 준비와 제대 후 적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남자들의 사회 진출 시기는 2년 정도 늦춰진다. 이는 거꾸로 자원입대제를 도입하면 민간인의 사회 진출 시기가 2년 정도 앞당겨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2년 근무 후 제대를 선택하는 사람도 목돈을 가지고 학업·취업·창업에 나설 수 있게 되어 사회경제적 형편이 나아진 상태에서 사회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이렇듯 잘 설계된 자원입대제는 젠더 갈등을 완화하고 청년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이며 사회 진출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이것이 초저출산 문제를 완화하는데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검토해 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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