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9주기-공공교통이 안전한 사회를 위한 다크투어' 중 김포공항에서 열린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추모 및 '국민안전 책임지는 대통령을 뽑읍시다' 선전전 모습.
공공운수노조
2024년 12월 29일,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추락해 179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온 나라가 충격과 분노에 휩싸인 사건이었지만, 대선 토론에서는 공항과 항공 안전 문제는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앞선 편지에서도 언급했듯이, 공항 노동자들은 자회사 소속으로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과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문제 제기를 하려 해도 필수유지업무로 지정돼 있어 헌법상 권리인 파업권조차 박탈당합니다. 비행기에서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승무 노동자들 또한 근골격계 질환과 암, 살인적인 근무 스케줄, 감정노동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산재나 휴가 신청조차 마음 편히 하지 못합니다. 노동자들이 불안정한 환경에서 일하면, 결국 시민의 안전도 위협받습니다.
이처럼 중대한 문제들이 21대 대선 후보자토론회에서 다뤄지지 않았지만, 공약에는 반영되었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찾아봤습니다(10대 공약 기준). 그러나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교통·항공 정책이 제시되지 않았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인력 충원이나 노동자 보호보다는 신기술을 통해 공항 안전을 해결하겠다고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항공사와 공항 시설에 대한 안전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정비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며,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공공 교통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했습니다.
김군에게 케이크 대신 주고 싶은 것
언론 보도와 공약집 등을 통해 생명안전 부문 공약도 살펴봤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안전 공약이 보이지 않았고(10대 공약 기준), 김문수 후보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악법'이라 규정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법 통과 과정에서 누더기가 되지 않도록 철저히 살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이태원 참사·제주항공 참사 등에서 유족이 조사에서 배제되는 문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권영국 후보 측 한상균 민주노동당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은 구의역 9주기 행사에 참석해 생명안전 업무 인력확충 및 정규직 고용, 위험업무 2인 1조 의무화와 외주화 금지, 교대제 개편 등 노동시간 단축 및 산업재해 예방, 작업중지권 보장을 하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5월 29일은 대선 사전투표일이자 구의역 김군의 생일입니다. 김군의 동료들은 가장 슬픈 추모제 다음 날, 가장 기쁜 날인 김군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케이크를 사서 9-4 승강장을 찾았습니다. 우리 사회는 김군이 살지 못한 9년의 시간을 더 살아가고 있습니다. 김군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되는 2026년 5월 29일 생일에는, 그에게 케이크 대신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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