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이민 단속에 대한 항의 시위가 벌어지는 동안 시위대가 연방 건물을 보호하는 캘리포니아 주방위군과 대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주로부터 추가 지원을 요청받지 않았음에도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진행 중인 이민 단속에 대한 대규모 시위 이후 주방위군 2000명을 배치했다.
EPA/연합뉴스
현재로서는 트럼프의 불법체류자 단속이 그렇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원래 이민세관단속 집행관들이 부여받은 목표는 트럼프 임기 처음 5개월간 하루 650건이었지만 트럼프의 일갈로 하루 3000건 체포로 목표량이 껑충 뛰었습니다. 이민세관단속국은 트럼프 2기의 첫 100일 동안 6만 6463명의 불법 외국인을 체포했고 6만 5682명을 추방했다고 밝혔음에도 트럼프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아직 공식적인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이민정책기구(MPI)에 따르면 올해 추방될 것으로 예상되는 불법체류자의 숫자는 50만 명입니다. 트럼프가 공언했던 100만 명의 절반에 불과할 뿐 아니라, 심지어 그렇게 비판했던 바이든 정부에서 2024년에 추방했던 68만 5000명과 비교하더라도 크게 뒤떨어지고 있습니다.
미미한 성과도 문제지만 사실 트럼프의 두 가지 약속에는 큰 모순이 있었습니다. 앞서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와 '가장 큰 규모의 추방'이 유권자들을 매료시킨 모토라고 했었죠? 그렇지만 불법체류자들을 모두 쫓아낸다 해도 오히려 자국민이 피해를 입는 영역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트럼프 지지자들의 산업인 농업이죠. 지난 대선 결과 농업으로 먹고사는 지역에서 무려 78%의 트럼프 지지가 나왔다는 보도가 이 사실을 말해줍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트럼프가 외쳤던 "우리 농부들을 보호하라"와 "불법노동자들을 추방하라"가 충돌하게 됩니다.
지난 14일 CBS는 이민세관단속국이 농장, 호텔과 식당에서 이민자 체포를 중단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가 자신의 이민단속이 주요 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는 것이지요. 이 산업들은 불법으로 거주하고 있는 이민자들의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강세인 지역도 있지만 텍사스와 플로리다, 네바다와 같이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크게 지지했던 곳에서 이민노동력에 의존하는 비중이 굉장히 높게 나타납니다.
트럼프는 "농부와 접객업 종사자들이 오랜 기간 숙련된 노동자들을 잃고 있다"며 이들이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말의 의미는 분명 이민노동자들의 '저임금'일 것입니다. 2024년 미국 농업종사자들의 평균 임금은 1년에 3만 5980달러로 나타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시카고대 연구에 따르면 불법이민노동자들은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최저임금보다 37%나 임금을 덜 받고 있으며 임금체불을 경험한 노동자들은 76%에 달하고 있습니다. 2021년 <가디언>은 이 노동자들이 하루 12시간씩 일하며 15일간 고작 225달러를 받고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누가 이들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잠시 중단되었던 이민 단속은 17일 재개되었습니다. 잠시 아량을 베풀었던 트럼프는 "범죄자들을 미국에서 몰아내야 한다"며 원래 입장으로 돌아갔습니다. 한때 '임금 상승'과 '농업 이탈'을 우려해 불법체류 노동자들에게 영주권 취득의 길을 열어주려던 법안에 반대한 농장주들이 지금은 땅을 치고 후회할지도 모르겠네요. 트럼프가 원칙대로 지지자들의 사업장도 털어댈 것인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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