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중직 차광망을 잡초 방지층으로 직접 시공하고 있다.
김동의
굴착기가 마당을 평탄화했지만, 바로 투수 블록 시공은 어려웠다. 배우자와 나는 갈퀴와 삽으로 땅을 다듬고 돌을 골라냈다. 블록 틈으로 자랄 잡초를 막기 위해 사중직 차광망을 구입해 흙 위에 깔았다(현재까지 잡초는 발견되지 않아 꽤 효과적인 듯하다). 차광망 위에는 '중사' 모래를 깔아야 하는데, 현장 근처 골재상에서 구입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여담이지만 나는 업계 사람이 아니어서 독특하게 느낀 것이 건축 현장에서는 숨 쉬듯 '헤베'와 '루베'라는 단어를 쓴다는 점이다. 건축사인 친구도 자주 쓰길래 물어봤더니 제곱미터(헤베)와 세제곱미터(루베)의 일본식 줄임말이라고 한다.
중사가 도착하자 별다른 도구 없이 삽으로 모래를 고르게 펴 마당을 채워나갔다. 도면에서 좁게만 보이던 마당이 사하라 사막처럼 광활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모래를 다지기 위해 하루 3만 원을 주고 콤팩터(90kg)를 빌렸지만, 처음 다뤄보니 마치 아이의 모래놀이 수준이었다.
"이거 처음 해보죠?"
집 앞 언덕배기에서 이런 모습을 응시하던 아저씨 한 분이 다가오셨다. 들켰다. 어떻게 아셨을까. 아저씨는 웃는 낯으로 그렇게 하는 게 아니고 각목으로 평탄화 작업 후에 블록 작업을 하라고 조언했다.
알고 보니 그는 시공업을 하고 있고 옆 주택단지에 새로이 집을 지은 이웃이었다. 괜히 돈 주고 콤팩터 빌리지 말고 자기 집에 있으니 그냥 가져다 쓰라고 했다. 말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했다. 토지 경계석을 먼저 세워 모래층을 구속해야 한다는 중요한 조언도 해주셨다.
경계석을 세우기엔 앞마당과 인접한 토지와의 경계 부분 상태가 엉망이었다. 전에 시공사 사장이 부른 굴착기가 마당 흙 되메우기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마당 경계 부분이 이상하게 턱이져 있다. 우리 부부가 삽으로 이를 깎아내고 있었는데 암석이 너무 많이 섞인 땅이다 보니 일에 속도가 안 붙었다.
어느 날 보니 이 턱이 말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알고 보니 그 이웃분이 새벽에 굴착기를 가져와 밀어주신 것이었다. 학창 시절 마니또의 추억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아직 온기가 느껴지는 세상, 나 또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장마를 앞두고 뒷집에서 경계석 설치를 물었다. 토지의 우수가 옆 토지로 범람하지 않도록 자체 배출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시간이 촉박해 뒷집을 통해 조경업체를 소개받아 경계석 시공을 진행했다. 예상외의 비용은 들었지만, 직접 옮기기 어려운 화강, 콘크리트 경계석 작업을 전문가에게 맡긴 것은 만족스러웠다. 조경업체에서 경계 시공과 더불어 주변 잡석까지 깔끔하게 청소했다.
어느 해보다 더운 여름

▲투수 블록을 직접 시공하고 있다.
김동의
이제 우리가 블록 시공을 위한 모래 작업을 재개할 순서다. 군대에서 모래층 평탄화 작업을 해본 사람이라면 똑같이 느꼈을 테지만 각목으로 횡방향을 평탄화하면 종방향은 들쑥날쑥하고 고른 면이 이어지는 듯하다 어느 구간은 움푹 패며 곤란하게 만든다. 나름 체득한 방법으로는 각목(보다는 금속 재질의 곧고 긴 물건이 좋다)으로 횡방향과 종방향 1회씩 쓸고 45도 방향으로 문대듯 평탄화 작업을 하면 꽤 괜찮은 모래 면을 얻을 수 있다.
시공사 사장을 비롯해 주변의 지인 몇은 굳이 담장을 안 해도 된다고 했다. 글쎄, 인적이 드문 산속이나 논밭 근처가 아니다 보니 담장이 없으면 불편할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쇼룸 들어오듯 마당에 들어와 여기저기 둘러보는 이들이 있었고 공사 막바지에는 집 안까지 들어와 구경하는 사람도 있었다. 마당에 모래를 다져놨는데 산책하던 어떤 가족이 그걸 즈려 밟으며 유유히 사라지기도 했다. 담장을 하지 않으니 사유지와 국유지의 구분이 어려운 사람들이 꽤 많나 보다.
건축사 친구도 도면에 담장이 표현돼 있다며 빨리 설치해야 사용승인이 난다고 했다. 다채로운 담장이 있지만 비용이나 주변과 조화로움을 고려해 옆집과 같은 검은색 철제 펜스를 설치하기로 하고 같은 업체 정보를 받아 그곳에서 시공했다. 펜스를 설치하니 제법 구색을 갖춘 주택처럼 느껴졌다.
의무 조경수를 심을 화단은 최근에서야 완료했다. 기존 흙은 암석이 많아 조경수를 심기 어려워 철물점에서 채를 구입해 돌을 걸러 사용했다. 수십 번 반복해야 플라스틱 한 통을 가득 채웠는데 막상 화단에 붓고 나면 하찮은 양이다. 누군가 이 광경을 목격한다면 사금이라도 캐나 싶을 것이다. 그래도 땀을 흘린 만큼 채로 걸러진 결과물은 키즈카페의 흙 못지않게 곱다.
"우리 이 흙 만들어서 장사나 해볼까?"
쓸데없는 상상을 절대 하지 않는 배우자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묵묵히 흙을 퍼 채에 담는다.
이제 열심히 투수 블록을 깔 차례다. 투수 블록 지옥이 따로 없다. 5kg 60T 블록은 한 번에 두 개씩, 6.5kg 80T 블록은 한 번에 한 개씩 옮기며, 많을 때는 하루에 300여 개를 7~8월 무더위에 부대끼며 옮겼다. 평생 흘릴 땀을 블록을 시공하며 다 흘린 듯했다.
구부정하게 작업을 하니 허리를 곧추세우려면 큰 결단을 하고 힘을 꽉 줘야 가능했다. 끝이 보이지 않던 블록 작업도 어느새 마무리됐고 전문가가 시공한 것에는 못 미치겠지만 그럭저럭 밟고 다닐 만하다. 그 어느 해보다 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