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전투기 2대의 호위를 받는 B-2 전략 폭격기가 백악관 상공을 비행하고 있는 모습. B-2 전략 폭격기는 이란을 상대로 벌인 '한밤의 망치(Midnight hammer) 작전'에도 활용됐다.
AFP/연합뉴스
정확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잘 알 수도 없고, 잘 알려지지도 않고 있으며, 사람들의 관심도 크지 않지만, '막대한 탄소배출원'이 있다. 바로 군사 부문이다. 주요 무기와 장비는 대부분 화석 연료로 기동되고 연비도 매우 떨어진다. 이들 무기와 장비를 많이 쓸수록 막대한 탄소가 배출된다는 뜻이다.
6월 22일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벌인 '한밤의 망치(Midnight hammer)' 작전에 투입된 B-2 전략폭격기를 예로 들어보자. B-2 전략폭격기 연비는 내연 자동차의 100분의 1인 0.3mpg에 불과하다. '한밤의 망치'에 투입된 B-2 전폭기는 7대로 공중 급유를 받으면서 37시간 동안 미국 본토를 오갔다. 이 작전만으로도 6000~7000톤의 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내연 자동차 약 2200~2500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분량이다.
이는 먼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미국은 툭하면 B-2, B-52 등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인근에 보낸다. 이를 통해 확장억제의 가시성과 정기성은 강화되고 있다지만, 정작 인류가 직면한 실존적 위협인 기후위기는 갈수록 억제하기 힘들어진다.
군비경쟁의 격화, 기후위기는 안중에도 없나?
물론 이는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불법적인 침공을 강행하고도 까다로운 종전 조건을 내세우면서 전쟁을 계속하고 있는 러시아, 가자지구에서 각종 무기와 장비를 동원해 대학살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 한때 군사 부문의 탄소배출에 주목했다가 최근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군비증강에 돌입한 유럽연합(EU), 군사력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툭하면 대만 포위훈련을 벌이는 중국, 본격적인 재무장에 나선 일본 등의 책임도 결코 작지 않다.
한국과 조선도 예외는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기후 악당 한국"이라는 오명을 씻으려고 한다. 동시에 방위산업을 "미래의 먹거리"라며 세계 4대 방산 강국을 향한 'K-방산' 육성을 다짐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 방향에는 무기와 장비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가 배출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어떤가? 김 위원장은 툭하면 딸과 함께 신형 미사일 발사 장면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곤 한다. 하지만 미사일이 발사되면서 내뿜는 화염이 다름 아닌 탄소덩어리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 조선의 미래도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조선이 요새화되어도 위기를 지나 재앙으로 치닫고 있는 기후 변화의 영향에서 벗어날 순 없기 때문이다.
부디, 기후도 포함하길
▲지난 2024년 7월 8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허리케인 베릴의 영향으로 인한 폭우로 인해 홍수에 갇힌 차량의 모습.
EPA/연합뉴스
흔히 기후위기라는 압도적인 힘에 대응하려면 비상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한다. 모든 정책을 결정할 때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도 한다. 하지만 상당수 국가들의 정치적 결단은 군비 증강으로 몰리고 있다. 어떤 정책을 결정할 때 기후 문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다고 하지만, 군사 부문은 예외로 남아 있다.
급기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위기를 "사기극"이라고 부르면서 또다시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고 미국 내부적으로도 기후변화 관련 예산·인력·기관을 대폭 축소했다. 그리고 이렇게 줄인 예산을 우주 기반 미사일방어체제(MD)인 '골든 돔'에 투자하겠다고 한다. 이 와중에 100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간 텍사스 대홍수가 발생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도대체 얼마나 겪어봐야 정신을 차릴지 절로 한숨이 나오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서로 싸우고 다투다가도 외계인이 침공하면 지구를 구하기 위해 서로 힘을 합친다고 한다. 오늘날 외계인의 침공에 해당하는 실존적 위협은 인류 스스로 만들어낸 기후위기다. 그런데도 주요 국가들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막대한 자원을 군사 분야에 쏟아부어 지구를 더 달구고 있다. '냄비 속의 개구리'가 제 몸 익어가는 줄 모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 무모한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지구촌 사람들의 각성과 연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쟁 종식과 군비통제 및 군축이 기후위기 대처에 어떻게,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음 글의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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