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7.28 12:00최종 업데이트 25.07.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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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싱가포르 인력부가 발표한 '2024년 산업 안전 보건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인구 10만 명당 1.2명(3년 평균)으로 OECD 국가 중에서도 손꼽히는 안전한 작업 환경을 자랑합니다. 현재 싱가포르보다 사망자 수가 낮은 나라는 네덜란드, 영국, 스웨덴, 독일뿐입니다. 보고서는 한국도 비교 대상에 포함시켰는데, 놀랍게도 한국의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10만 명당 대략 4.2명으로 싱가포르의 4배에 달합니다.

싱가포르 '2024년 산업 안전 보건 보고서'에 기재된 국가별 10만 명당 사망자 수. 싱가포르는 1.2명인데, 한국은 4.2명으로 비교 대상 국가 중 가장 사망자 수가 많습니다. 싱가포르는 1.2명도 많다고 1.0명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싱가포르 인력부

싱가포르는 원래 산업 재해 사망자 수가 적은 나라였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20년 전인 2005년만 해도 싱가포르 노동자 10만 명당 사망자 수는 4.9명으로 지금의 한국보다도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어떻게 싱가포르는 20년 만에 이렇게 큰 변화를 이룰 수 있었을까요?

산업재해 막기 위한 싱가포르의 20년 노력

싱가포르 정부는 2005년에 산업보건법을 제정하고, 모든 이해관계자(고용주, 노동자, 관리자 등)가 안전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도록 하는 'WSH2015 (산업안전보건 2015)'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단순히 산업 현장에서 안전 관련 법규를 준수하는지 지켜 보는 게 아니라 위험 관리에 기반을 둔 예방적 접근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2015년까지 사망률을 10만 명당 2.5명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그 결과, 2015년에는 사망자 수가 1.9명으로 목표치를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달성했고, 2018년에는 3년 평균 1.4명까지 사망자 수를 낮출 수 있었습니다. 사망자 수뿐만 아니라 재해 건수, 중상해율 등 모든 지표가 감소해서 싱가포르가 명실상부한 산업 안전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28년까지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산업재해가 적은 나라를 따라 잡겠다고 세운 산업 안전 10년 계획, "WSH 2028" 3년을 남겨 놓은 지금, 목표에 거의 근접하고 있습니다.싱가포르 인력부

싱가포르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2028년까지 산업재해 사망률을 10만 명당 1.0명 미만으로 낮춰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산업 현장'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WSH2028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이 10년 계획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로 첫째,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진의 책임 범위를 확대하고, 둘째, 노동자들이 안전 관련 위험을 발견했을 때 '작업 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식으로 노동자의 참여를 확대하고, 셋째, 기업의 안전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경쟁을 유도했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WSH2028 캠페인'이 애초 목표로 삼은 2028년까지 3년을 남겨두고 나온 산업 안전 보건 보고서에 모든 지표가 개선된 결과를 담을 수 있었습니다. 산업 재해 사망자 수 10만 명당 1.2명으로 목표치에서 0.2명 만을 남겨두고 있고, 직장 중대 재해율은 노동자 10만 명당 15.9명으로 역대 최저치이며, 지난 10년간 지속적인 개선 추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실 산업 재해 사망자 수는 2020년에 이미 0.9명으로 목표를 달성했지만 싱가포르 정부는 당시 코로나 상황에 의한 특수한 경우라고 보고 축포를 터트리지 않았습니다. 2023년에는 0.99명으로 실질적으로 목표를 달성했지만 이 성과가 매년 안정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며 3년 평균이 1.0 미만으로 떨어질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 않는 겁니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투자가 제일 싸다

싱가포르가 20년 만에 산업재해 사망자 수를 4.9명에서 1.2명으로 대폭 줄일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무엇일까요? 바로 사고 발생 시 기업이 치러야 할 대가를 엄청나게 높여 예방에 투자를 아끼지 않게 만든 것입니다.

싱가포르는 산업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벌점을 부과하고 벌점이 일정 수준을 넘는 경우 해당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벌점제도(Demerit Point System)라고 부르는데 사고의 경중에 따라 1점에서 50점까지 다르게 적용이 됩니다.

한 업체가 18개월 안에 받은 누적 점수가 25점이 넘으면 정부의 제재가 가해지는데 대표적인 제재는 일정 기간 노동자를 채용하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25점이 넘으면 3개월, 75점이 넘으면 1년, 100점이 넘으면 2년 동안 채용이 금지되는 식입니다. 125점이 넘으면 채용을 못 할 뿐 아니라 기존에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재계약도 2년 동안 금지됩니다.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이주노동자가 많은 싱가포르 특성상, 이는 회사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강력한 제재입니다.

벌점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하지 못하게 제재하는 것 외에도 2006년부터 운영하는 '기업 감시(BUS)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안전사고가 발생한 회사를 '요주의 리스트'에 올려 특별 관리합니다. 별도의 안전보건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관급 공사 수주를 제한하고 민간 공사 입찰에서도 불이익을 줍니다.

싱가포르 인력부가 3개월간 500곳 이상을 현장 점검해서 안전수칙 위반에 대해 벌금과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는 <스트레이츠 타임스> 보도. 이런 점검은 분기별로 계속 이뤄지고 그 결과가 발표됩니다.스트레이츠 타임즈 보도 화면

싱가포르 정부는 불시에 기업을 방문해서 안전점검을 실시하기도 합니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500곳 이상의 현장 점검을 통해 1263건의 안전 수칙 미준수 사례를 적발했고, 3곳에 대해서는 작업 중단 명령을, 다른 사업장들에 대해서는 경중에 따라 현장지도 또는 벌금을 매겼는데 전체 벌금액이 23만 달러 (약 2억 5천만 원)에 달합니다. 이런 점검은 수시로 이뤄집니다.

이처럼 싱가포르는 안전사고로 인한 기업의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안전제일'을 구현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붓습니다.

"예방을 위한 비용과 사고가 났을 때의 대가가 균형이 맞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7.25연합뉴스

지난 25일, 이재명 대통령이 노동자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는 SPC그룹 소속 삼립 시흥공장을 직접 찾아서 현장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노동자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추측할 수 있는 원인 중 하나는 예방을 위한 비용과 사고가 났을 때의 대가가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라며 "돈 때문에, 비용 때문에 안전과 생명을 희생하는 것이라면 그건 정말로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정확한 분석입니다. 한국에서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치러야 할 대가가 안전 예방을 위한 비용보다 부담스럽지 않으니, 예방에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싱가포르는 사고로 인한 대가가 너무 커서 기업들이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차이가 한국과 싱가포르의 극명한 산업재해 사망률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싱가포르가 4.9명을 1.2명으로 줄이는데 20년 가까운 세월을 투자했습니다. 다행히 우리는 싱가포르를 비롯한 산업안전 선진국들의 성공 사례가 있습니다. 성공 사례를 참조하면 시행 착오를 줄일 수 있어서 우리는 싱가포르보다 더 빨리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겁니다. 더는 일하다가 죽는 노동자가 없도록 지금부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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