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법무부 호송차가 나오고 있다.
권우성
구치소 일과는 규칙적이고 단순하다. 좁은 공간에서 매일 같은 일이 반복된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점호를 받는다. 배식은 약 5시간 간격이다. 아침은 6시 15분, 점심은 11시 반, 저녁은 오후 4시 반에 먹는다. 점심 식사 후 운동 시간이 있다. 독방 수용자는 1시간, 혼거실 수용자는 30분이다. 취침 시간은 밤 9시.
식사 시간이나 운동 시간 외에는 방 안에서 걷거나 TV를 보거나 신문/잡지나 책을 읽는다. TV 시청은 아무 때나 가능하다. 지상파 방송 뉴스는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종합편성채널(종편)도 나오는데, 주로 오락프로그램과 드라마다.
신문/잡지는 매월 구독료만 내면 매체 제한 없이 원하는 대로 볼 수 있다. 책은 30권까지 방에 갖다 놓고 읽을 수 있다. 신 전 위원장은 평소 시간이 없어 읽지 못했던 책을 구치소 안에서 맘껏 읽었다고 한다. 밤 9시 이후에는 밝은 등은 끄고 흐린 등을 켜둔다. 불 때문에 잘 못 자는 사람은 안대를 구입해 착용한다.
음식과 식사는 어떨까? 뜻밖에도 신 전 위원장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구치소에 들어오기 전까지 어떤 삶을 살았느냐, 사고방식이 어땠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는 바깥 환경보다 더 나을 수도 있고 역설적으로 자유를 느낄 수도 있다. 윤석열처럼 호사스럽게 산 사람은 고통스럽겠지만, 나처럼 잡초 인생을 산 사람에게는 별것이 아니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는 밖에서 먹던 것보다 좋게 느껴질 수 있다. 집에서는 아침에 나온 반찬을 점심이나 저녁에 다시 먹기도 하지 않나? 근데 구치소에서는 김치 빼고 매번 반찬이 바뀐다. 국 포함 1식 3찬이 기본인데, 4찬이 나올 때도 있다. 영양소나 기초대사량을 충족해 주는 반찬이기에 나는 충분하다고 봤다."
- 비교적 만족한 건가?
"만족 정도가 아니다. 영치금으로 제철 과일도 사 먹을 수 있고, 김이나 멸치볶음, 라면, 소시지도 주문할 수 있다. 일주일에 세 번 주문하는데, 품목과 개수는 정해져 있다. 약은 한 달에 두 번 신청할 수 있다."
- 윤 전 대통령이 그 안에서 너무 잘 먹는다고 하면 사람들이 싫어할 것 같다.
"그의 식성과 품성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수감생활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가 중요하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원효는 해골바가지 물을 마시고 나서 깨달음을 얻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과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구속된 다음 날 검사 앞에 조사받으러 갔을 때 '나한테 무한 자유와 절대 자유를 줘서 정말 고맙다'라고 말했다. 검사가 '대놓고 욕하는 것보다 더 무섭다'고 하기에 '진심이다'라고 말해줬다.
60여 년 살면서 나 자신한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거기서는 뭘 하든 종일 자기한테 집중한다. 역설적으로 말해, 이게 절대 자유다. 누가 해코지도 안 하고, 누가 간섭하지도 않는다. 딸이 카네기 책을 넣어줬는데, 한 문구가 꽂혔다. '당신은 시간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있는가?'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그 말을 되새겼다."
독방 수용자들 간에는 접촉이 금지돼 있다. 운동도 각자 배정된 공간에서 따로 해야 한다. 운동장은 농구 코트의 3분의 1 크기다. 파놉티콘처럼 원형 구조로, 각 운동장이 조각조각 나뉘어 분리돼 있다. 재소자들은 이를 '피자판'이라고 부른다.
"구치소에서 가장 신경 쓰는 게 재소자들 간 대화다. 대화를 허용하면 암호로 교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독방 수용자들 간 대화는 엄격히 금지한다. 독방이 혼거실보다 편하기는 한데, 이런 게 단점이다. 외로움과 적막함, 고독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독방 생활이 더 힘들 수 있다. 시간도 잘 안 가고."
- 독방에서 사형수도 많이 봤겠다.
"처음엔 몰랐는데, 빨간 명찰이 자주 보이기에 알아보니 사형수였다."
- 서울구치소에 꽤 많은 사형수가 모여 있다고 들었는데.
"한동훈이 법무부 장관 할 때 사형 집행을 검토한다고 해서 서울구치소로 많이 이감됐다고 들었다. 내가 있는 동에서 본 사형수만 6, 7명이다."
낙천적인 성격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그는 구치소 생활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인원이 부족해 고생한다며 교도관의 노고를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출정을 다닐 때 구치소 측에서 넥타이를 허용한 데 대해선 "구치소 수칙 위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탄핵당하기 전까지는 현직 대통령 신분이니 머리 손질 정도는 배려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구치소에서 끈이나 허리띠는 절대 금물이다. 자칫 극단적 선택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외를 두면 안 될 일이었다."
신학림 "진실은 드러날 것, 초조할 이유 없어"
신 전 위원장의 녹음파일이 촉발한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은 용두사미로 끝나는 모양새다. 이 사건을 깊이 취재하고 재판도 여러 차례 방청한 내가 보기에 검찰 수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뉴스타파> 보도와 신학림-김만배 두 사람의 사적 거래를 인과관계로 엮은 것이다. 두 사안을 무리하게 연결만 안 했어도 기소 논리가 그토록 뒤엉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책 거래의 문제점은 보도의 허위성과 별개로 따질 일이었다.
그런데 뚜렷한 증거도 없이 거액의 책값이 허위 보도의 대가이고 그것이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정치공작이라고 단정하는 바람에 공소장이 뒤죽박죽됐다. 재판부가 여러 차례 수정을 요구하고 한때 공소 기각을 검토했을 정도로. 검찰이 몰리는 분위기는 재판부가 바뀐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신 전 위원장과 <뉴스타파> 측은 향후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을 증언대에 세울 생각이다. 명예훼손 사건은 반의사불벌죄다. 명예훼손 여부와 관계없이 윤 전 대통령이 처벌 의사가 없다고 밝히면 공소 기각으로 재판은 끝난다. 그런데 신 전 위원장은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 진실이 드러날 기회가 차단당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내 사건의 진실은 시간이 가면 다 드러날 것이다. 재판이 길어지든 말든 개의치 않는다. 망할 사람이 누구인지 정해져 있으니 초조해할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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