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기관사‘님이 좋은 기사 원고료로 5만원을 보냈습니다. ‘꿈꾸는기관사’는 김영훈 노동부 장관의 아이디입니다.
오마이뉴스
노동자 출신 노동부 장관이 싱가포르에서 노동자로 일하는 시민기자가 쓴 기사를 읽고, 그걸 정책에 반영하고, 좋은 기사라며 원고료까지 준 것입니다. 지난 정부에서는 제가 "대통령을 위한 반도체 특별과외" 연재를 통해 42회나 직접 정책을 제안했습니다. 독자들의 관심도 뜨거웠고, 그 내용 중 일부는 방송을 통해 전달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 정부의 그 누구도 제 제안에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새 정부가 들어선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상황이 달라진 것입니다.
들뜬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고 받은 원고료를 어떻게 쓸지 고민했습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등록하고 25년 동안 기사를 쓰면서 받은 원고료가 3000만 원이 조금 넘습니다. 이 중에는 <오마이뉴스>에서 받는 원고료도 있고, 독자들이 주는 원고료도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받은 원고료는 가족과 외식하는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지만, 독자로부터 받은 원고료는 그렇게 무의미하게 쓸 수 없다는 생각에 늘 다른 곳에 기부하곤 했습니다.
이번에는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받은 돈이니 노동과 관련된 곳에 쓰기로 했습니다. 장관이 보내준 5만 원에 제 돈 5만 원을 더해 10만 원을 전태일재단에 보냈습니다. 김영훈 장관이 종로3가역을 전태일역으로 부르도록 하겠다는 이야기가 생각났고, 저 역시 거기에 적극 찬성하기 때문에 전태일재단을 선택한 겁니다. 없는 형편에 굳이 제 돈을 더 보탠 이유는, 받기만 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런 일을 핑계로 주는 기쁨도 함께 누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전후 사정을 간략히 정리해서 페이스북에 썼습니다.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원고료를 받은 노동자 시민기자라는 걸 또 자랑하고 싶었으니까요. 페이스북 친구들도 잘된 일이라며 '좋아요'를 많이 눌러주며 축하해주었습니다. 지금 보니 '좋아요'가 1400개가 넘고, 댓글도 100개, 공유는 200회가 넘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제 페이스북 글을 통해 장관이 보내준 5만 원에 제 돈 5만 원을 더해 10만 원을 기부한 사실을 알게 된 친구들이, 그럼 더 많이 기부하라며 '좋은 기사 원고료'를 더 보내준 겁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10명의 독자가 35만 원을 보내주었습니다. 다른 독자들이 보내준 원고료는 우리나라 유일의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를 후원하는 '고래 동무'에 보냈습니다. 독자들이 보내준 원고료만큼 제 돈을 더해 기부하는 걸 계속하다간 제가 먼저 파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쿨럭'.
맞습니다. 이 글 역시 제 자랑을 하려고 쓴 겁니다. 시민기자인 제가 쓴 기사를 노동부 장관이 읽고 국가 정책에 반영한 것도 자랑이고, 그 기사가 30만 원이 넘는 원고료를 받을 정도로 독자들에게 인정받은 것도 자랑이며, 그 돈으로 저 같은 사람도 다른 사람을 위해 기부라는 걸 할 수 있었다는 것도 자랑입니다.
시민기자의 글이 정책에 반영된다는 걸 확인했으니, 이제 독자 여러분들이 나설 때입니다. <오마이뉴스>의 창간 정신이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고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기자로 등록하고 본인과 이웃들의 이야기를 기사로 써보세요. 그 기사들이 어떤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지 모를 일입니다. 기사 쓰는 게 아직 부담스럽다면, 좋은 기사를 만날 때마다 '좋은 기사 원고료'를 주는 것으로 더 좋은 기사를 발굴하고 언론의 독립성 향상에 도움을 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혹여 독자 여러분의 '좋은 기사 원고료' 때문에 제가 망하는 일이 생긴다면, 기쁘게 감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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