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8.07 06:51최종 업데이트 25.08.07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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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27일 스코틀랜드 남서부 턴베리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과 회담 후 양국 간 무역 합의에 합의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숩.AFP/연합뉴스

지난 7월 27일 미국-유럽연합(EU) 관세 협상이 타결되었다. 지난 4월 트럼프가 "해방의 날"이라 부르며 관세를 부과한 지 4개월 만이었다. 미국-EU는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권이고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큰 무역 상대다. 또한 양자가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군사적 안보와 에너지 안보쪽으로도 긴밀히 맞물려 있다. 협상 결과가 가지고 올 경제적 여파, 정치적 지형 변화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상황이었다.

트럼프의 완승

협상 타결은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이루어졌다. 7월 25일 자신이 소유한 골프장 사업 일로 스코틀랜드를 방문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도착 당시만 해도 "20가지의 난제"가 남아있다며 타결 가능성을 "50대 50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틀 후인 27일 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 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이 트럼프가 있는 턴베리(Turnberry) 골프장을 찾았고,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았다.

합의된 내용을 요약하면, 미국으로 수출되는 거의 모든 EU 상품에 15% 관세가 부과된다. 반대로 낮지만 지금까지 관세가 부과되었던 EU로 수출 미국 품목은 관세가 없어진다.

부문마다 살펴보면 미국으로 수출되는 EU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은 15%의 관세가 부과된다. 반면 10%의 관세가 부과되었던 EU 수출 미국차는 관세가 없어진다. 비행기와 관련 장비, 일부 의약품과 광물은 상호 무관세에 합의했지만, 철강과 알루미늄 부분은 50%의 관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농수산물의 경우 EU 식품 규제에 맞지 않는 미국 상품, 예를 들면 소고기와 닭은 개방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규제에 덜 민감한 곡물, 견과류, 코코아 등은 시장을 개방하고 알래스카 명태, 태평양 연어·새우 등 미국산 수산물에는 쿼터제를 적용한 부분적 개방을 하게 된다.

관세 외에도 EU는 2029년까지 6000억 달러(827조 원)의 미국 투자를 약속했다. 또한 향후 3년간 7500억 달러(1034조 원)의 LNG 등 미국 에너지, 그리고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미국산 무기를 구입하기로 합의했다.

EU 입장에서는 예상보다 나쁜 결과였다. EU는 자신의 시장 규모를 고려했을 때 지난 5월 8일 미국과 관세 조약을 타결한 영국보다 나은 협상력이 있다고 판단, 지난 11일 애플과 메타 등 미국 디지털 회사에 부과하기로 했던 세금을 철회하는 등 대미 유화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결과는 영국의 자동차 및 부품 관세 10% (연간 10만 대 이상부터는 25%)보다 높고, 철강의 50%는 영국의 25%에 비해 두 배 높은 관세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를 두고 EU 회원 내 긍정적 평가는 드물었다. EU 국가 중 대미 수출액이 가장 높은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독일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 우려했고 스페인 총리 페드로 산체스는 "결과를 지지한다. 그러나 열정 없이 지지한다"로 에둘러 심정을 전했다. EU 중심적 사고가 강한 프랑스의 총리 프랑수아 바이루는 유럽이 "스스로 (미국에) 굴복해 버린 암울한 날"이라 한탄했다. 헝가리 총리 오르반 빅토르는 "트럼프가 폰데어라이엔을 아침으로 먹었다"라고 원색적인 평을 내놓았다.

무역 "불균형"과 서로 다른 이해관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밖에 유럽연합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연합뉴스

일방적인 결과에 이날 한 기자는 단도직입적으로 "미국이 양보한 것, 다시 말해 EU에 준 것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EU 집행위원장 폰데어라이엔은 "협상의 시작점이 불균형(imbalance)이었다"고 답했다. EU의 대미 흑자, 혹은 미국의 대 EU 적자를 뜻하는 '불균형 프레임' 속에서 EU가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는 처음부터 어려웠다는 뜻이다.

"불공정"은 미국 측이 내세운 핵심어이다. 미국 상공부 무역 대표부 (The Office of the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s)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상품 부문 총 수입 중 EU로부터의 수입은 약 20.2%로 1위다. 2024년을 보면 미국-EU 무역 규모는 총 9759억 달러로 이중 수출액이 3702억 달러, 수입은 6058억 달러였다. 미국은 무역 적자 규모' 2356억 달러'라는 수치를 제시하며 편향성을 지적했다.

협상 초기 EU는 미국 측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양쪽의 무역은 균형 잡힌 상태라 주장했다. 근거는 미국이 흑자를 내는 부문, 즉 소프트웨어, 금융, 컨설팅, 여행, 엔터테인먼트등 서비스 부문 통계였다. EU에 따르면 양쪽 서비스 부문 교역은 2023년의 경우 7460억 유로(8635억 달러)였다. EU의 수출액이 3190억 유로(3692억 달러), 수입액이 4270억 유로(4942억 달러)로 EU가 1090억 유로(126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상품부문과 서비스 부문을 종합적으로 볼 때 EU가 여전히 흑자지만 불균형이라 부를 정도는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유럽 안보의 중심축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유럽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EU가 "균형 잡힌 상태"라는 입장을 고수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폰데어라이엔은 "EU의 대미 흑자 혹은 미국의 대EU 적자를 조정해야 했다"며 이를 "공정성이라 부를 수도 있고 다시 균형잡기(rebalancing)라 부를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불리한 시작점 위에 EU는 내부 견해라는 태생적 약점을 노출했다. EU내 무역 협상권은 EU 회원국이 아닌 EU 집행위원회가 배타적으로 가지고 있다. 하지만 회원국 주력 산업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르다. 가령 대미 수출이 적고 미국에 개방이 안 된 농축산업이 강한 회원국은 보복 관세 등의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반면 자동차 등 대미 수출이 많은 독일과 이탈리아는 대미 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신중한 접근을 원했다. 이를 간파한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EU는 집단 행동(collective action)에 문제가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EU는 일관성과 속도감을 갖춘 전략을 갖추지 못했다. 5월 타결된 영국의 10% 관세를 "나쁜 거래"로 규정하며 더 나은 조건을 목표로 했지만 5월 말 트럼프가 50% 관세율로 위협하자 EU는 한발 물러섰다. 7월초 영국이 맺은 방식대로 10%안을 제안했지만 트럼프가 거부하자, 이번에는 보복 관세로 맞불을 놓자는 강경한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대표주자는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이다. 하지만 7월 22일 일본의 15% 관세 타결로 타이밍을 놓쳤고 결국 5일 후인 27일 일본과 같은 15%를 수용했다. 폰데어라이엔은 "15%는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최선이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정치적 승리가 경제적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지난 7월 스코틀랜드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연합뉴스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 트럼프가 지난 대선 때부터 반복한 표현으로 그에게 관세는 대선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실현할 전략적 수단이다. 국내 시장에서 자국 제품의 경쟁력을 향상시켜 미국 제조업 부활을 위한 제반 조건을 만들고, 36조 2200억 달러에 달하는 국가 부채를 일정 정도 줄여 재정 건전성을 향상시키려 한다.

관세와 손발을 맞출 예산안도 의회를 통과했다. 지난 7월 4일 트럼프가 서명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 (One Big and Beautiful Bill, OBBB)"이 그것이다. 경기 부양을 위한 감세, 불법 이주자 추방을 위한 이민세관단속국(ICE) 예산 증가, 그리고 사회복지의 엄격한 적용을 골자로 한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OBBB 예산안이 불러올 경제 효과는 무엇일까. 트럼프의 주장대로 단기적으로 고통스럽겠지만 장기적으로 미국 제조업이 살아날까. 관세로 미국 시장 진입 문턱이 높아진 대미 수출국과 물가인상을 겪을 미국 소비자 중 누가 더 큰 피해를 입을까. 감세의 효과가 관세로 상쇄되어 미국 소비자 입장에서 현상유지가 될 수 있을까.

여러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는 지난 5일 중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이 마무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미국-중국 관세 협상 데드라인은 오는 12일이다.
덧붙이는 글 연재 <권신영 아틀랜틱 월드> 다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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