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린 원'에서 내린 후 워싱턴 DC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정부 셧다운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정치에서는 마음의 진실보다 눈앞의 결과가 먼저 판단된다. 선의의 포기는 미덕이 아니라 패배로 기록되고, 결국 권력의 자리에서 가장 먼저 밀려난다. 이 장면은 민주당 내부의 중도와 진보 간 갈등을 드러냈고, 당 안팎에서는 "굴복"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결국 문제는 리더십의 무게다. 무기력한 리더십은 '피해 최소화'라는 말로 스스로의 후퇴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이런 후퇴가 반복될수록, 상대의 강압적 방식은 새 기준으로 굳어지고, 그 대가는 언제나 가장 약한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민주당은 이번 셧다운을 "국민의 의료를 지키기 위한 싸움"으로 규정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결단을 미뤘다. 여론도, 정책의 명분도, 국민의 고통도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켰지만, 지도부는 제도적 관성에 기대어 행동을 멈췄다. 그것이 바로 정치의 무기력이었다.
정치의 시간은 길게 보이지만, 결정의 순간은 짧다. 선거에서 얻은 정치적 위임은 갈등의 절정에서 구체적 성과로 전환될 때만 유지된다. 승리의 기세가 행정력과 입법력으로 옮겨가지 않으면 지지는 사라진다.
이번 사례에서 보듯, 권력을 쥐고도 레드라인을 설정하지 못한 쪽이 비용을 치른다. ACA 보조금 같은 생활 밀착 의제는 당파성을 넘어선 공공선의 문제다. 이런 사안에서조차 물러서면, 더 갈라진 의제에서는 결단이 불가능해진다.
정치의 신뢰는 언제나 명분의 강도보다 실행의 일관성에서 결정된다. 옳은 일을 알고도 주저하는 순간, 그 옳음은 스스로 힘을 잃는다. 명분이 분명하고 국민적 공감이 확인된 사안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갈등과 저항을 피하기 위한 타협은 잠시 평화를 가져오지만, 그 평화는 곧 새로운 불신의 씨앗이 된다. 정치가 두려움을 이유로 멈추는 사이, 제도는 낡은 질서를 회복하고 정의는 다시 미뤄진다.
역사는 언제나 결단한 쪽의 시간으로 움직인다. 불완전하더라도 옳은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간 정치만이 공동체의 신뢰를 남긴다. 혼란의 시기에 필요한 것은 안전한 균형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에 대한 믿음과 책임을 감수하는 용기다. 그 용기가 있을 때만, 권력은 비로소 공공의 이름으로 존재할 수 있다.
정치는 두려움과 책임 사이에서 방향을 택하는 일이다. 고민과 주저함 속에서 불의와 타협을 택하면, 권력은 스스로의 정당성을 비운다. 그 빈자리는 언제나 기득권의 기술이 채운다. 무기력한 권력은 악의 편이다. 승리의 순간에도, 시련의 순간에도, 의지와 능력으로 그것을 증명하는 쪽만이 공공의 정의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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