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의회가 공개하고 있는 의원 겸직 정보. 가로로 된 문서의 스캔본으로 정보 확인이 불편하다. *해당 이미지에 기재된 신상정보는 <오마이뉴스>에서 가렸습니다.
아산시의회
점검 결과, 지침대로 겸직·징계 현황 메뉴(게시판)를 마련하여, 시민들이 정보를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은 243곳 중 30곳(12.3%)에 불과했다. 메뉴조차 없는 의회가 28곳, 메뉴명만 있을 뿐 내용(게시글)은 없는 곳이 20곳이나 됐다. '겸직 현황' 메뉴를 클릭하면 엉뚱하게도 '공지사항' 등 다른 메뉴로 이동시키는 경우도 있다. 온갖 소식이 게재되어 있는 곳에서 직접 찾으라는 것이다.
겸직 정보는 그나마 양반이다. 의정활동 정보공개 확대 전부터 연 1회 공개 의무가 있었기 때문에, 홈페이지 어딘가에서 찾아볼 수는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전까지 공개 의무가 없었던 징계 정보는 망망대해와 같은 상태이다. 메뉴를 통해 실제로 징계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전국 33곳(13.5%)에 불과하다.
반면에 메뉴조차 없거나, 게시글이 하나도 없는 곳은 200곳이 넘는다. 이런 경우 징계가 의결된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아무 정보가 없는 것인지, 징계 내역이 있는데도 누락한 것인지 파악할 수 없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해 본 결과, 현직 의원의 징계 내역이 존재하는 총 81곳의 지방의회 중 공개 지침을 어겨 확인이 어려운 곳이 34곳이나 되었다.
정보가 있다 해도 그 내용을 바로 열람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들 정보는 대부분 PDF, HWP 등 첨부파일 형태로만 제공되는데, 웹브라우저에서 바로 열람 가능한 의회는 전국 83곳(약 34%)에 그쳤다. 심지어 스캔본이나 이미지 파일을 올려두는 경우도 있어 내용 복사나 가공은 물론,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도 막아버린다.
결국, 시민들이 누구나 쉽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메뉴를 마련하고, 게시글이 존재하고, '바로보기' 기능을 제공하는 곳을 추리면 울산시·고양시·안양시·용인시·광주 북구·대구 남구·강화군·고흥군·담양군의회 단 9곳만 남는다.
겸직 보수여부 텅텅, 징계 경위는 깜깜… 감시 기능을 상실한 감시 정보
더 심각한 문제는 공개하는 정보가 양과 질 모두 부실해도 너무 부실하다는 것이다.
정보공개센터와 시민들이 함께 모은 민선8기 전국 지방의원 정보 중 최신 겸직 정보를 살펴보면, 겸직하는 곳에서 맡는 직위, 얻는 보수액은 물론, 보수 수령 여부조차 밝히지 않는 곳이 부지기수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의원이면 맡게 되는 위원직만 잔뜩 열거하는 경우도 많았다. 인천광역시, 제주특별자치도, 진안군, 철원군, 정읍시, 의정부시, 무안군, 서울시 중구, 김해시 등이 공개한 겸직 정보의 90% 이상이 위원직이었다.
겸직 사실을 아예 알 수 없는 의원도 많았다. 겸직 내역이 없어도 그 사실을 신고하도록 되어 있는데, 의회가 정보공개 시 임의로 공개표에서 제하는 것이다. 의회가 빠뜨리는 것은 그뿐이 아니다. 의원신고일자나 정보의 공시일을 명시하지 않는 곳이 무려 160곳(65.8%)이다. 게시한 정보가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파악할 수 없는 것이다.
겸직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지방의원들이 겸하고 있는 직업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않는지 감시하기 위해서인데, 지금 공개되는 정보의 상태로는 이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광주 북구의회가 공개하고 있는 의원 징계 현황. '품위유지 의무 위반'이라는 징계사유와 처분결과만 공개되어 있다. 때문에 언론을 통해서만 해당 의원(2023년 10월 징계)이 자신과 직·간접적 연관이 있는 업체와 9천만 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체결해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해당 이미지에 기재된 신상정보는 <오마이뉴스>에서 가렸습니다.
광주북구의회
징계 현황 정보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더욱 적다. 공개하고 있는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위배한 법 조항과 '공개사과', '공개경고', '출석정지', '제명' 등의 징계 종류뿐, 징계를 받은 의원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적절한 수위의 징계를 받은 것인지 가늠할 수 없다. 회의록을 읽어봐도 의결은 비공개로 진행되고, 공개사과나 공개경고를 할 때도 경위는 드러내지 않을 때가 많다. 결국 시민이 징계 정황을 파악하고 싶다면 언론에 보도되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부실한 지방의회 정보공개 실태, 어떻게 고쳐야 할까
이번 실태 조사 및 데이터 구축에 참여한 시민들은 입을 모아 공개의 가이드라인이나 표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침은 '공개하라'고만 했을 뿐, 무엇을 어떤 형식으로 공개해야 하는지는 각 의회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때문에 의회마다 공개하는 항목도, 형식도,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어느 지역 주민이든 동등하게, 지방의원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정보공개의 질적 확대도 필요하다.
지방의회 홈페이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주민의 알 권리는 정보의 공개만으로 충족되지 않는다. 정보를 충분히 이해하고 편히 활용할 수 있어야 비로소 알 권리는 실현된다. 의원이 어떤 일을 겸하고 있는지, 어떤 이유로 징계를 받았는지, 주민이 알아야 할 정보를 주민이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의정활동 정보공개 확대이다. 지방의원의 정보가 주민에게 열려 있을 때, 비로소 주민들의 지방자치가 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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