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4.29 10:25최종 업데이트 26.04.2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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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리 셰프가 지난 20일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함께 서울시 구내식당에서 배식을 하는 모습.김병민 정무부시장 페이스북

지난 20일 서울시청 구내식당에 에드워드 리가 나타났습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요리 대결 방송 프로그램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유명 요리사입니다. 최근에는 각종 방송광고를 통해 시청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에드워드 리의 자문으로 서울시청 구내식당은 이날 위스키 머스타드 소스를 얹은 돼지갈비를 주요리로 내놓았습니다. 그는 김병민 부시장과 함께 직접 서울시청 공무원들에게 음식을 배식하는 깜짝 이벤트를 선보였는데요.

"에드워드 리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구내식당 담당자분들이 열일한다. 고맙다"라는 내용의 칭찬 글이 이어졌습니다. 이날 서울시청 구내식당 이용자 수는 평소 1200명을 넘어 약 1800명이었다고 합니다. "직원들의 복지와 맛을 모두 잡은 서울시의 깜짝 이벤트"라는 언론의 호평도 나왔습니다.

사례에서처럼 서울시청 구내식당은 질 좋은 급식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주기적으로 유명 음식점이나 제과점과 협력사업을 통해 널리 알려진 음식을 점심 메뉴로 내놓는 기획력이 돋보입니다. 서울시에서 소속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여 훌륭한 식사 이벤트를 마련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해당 이벤트에 대한 칭찬 일색의 글 한 편에는 본청에서 외떨어져 근무하는 사업소 직원들의 소외감도 엿보입니다. 서울시 산하 사업소 직원들에 대한 복지 차별과 사기 저하를 지적하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근무지에 구내식당이 없는 어느 직원은 "(근무지에서)15분 걸어가야 나오는 식당에서 반찬 남겼다고 식당 아주머니에게 혼났다"라며 소외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서울시는 본청 구내식당을 이용할 수 없는 사업소 직원들의 지적도 새겨들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식사는 왜 이렇게 다르단 말인가

점심 식사는 고된 노동 가운데 일하는 시민들에게 주어진 달콤한 휴식 시간입니다. 기업의 규모나 소득 수준에 차이 없이 최소한 균형 잡힌 식사를 하며 재충전하는 시간은 누구도 소외당해서는 안 될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대다수 일하는 시민들에게 서울시청 구내식당과 같은 복지는 남의 나라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영 상황이 양호한 대기업은 유명 프랜차이즈 급식업체를 들여오거나 직영 구내식당을 운영하며, 소속 노동자들의 선호를 반영하여 질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반면, 중소 영세기업 노동자들은 도심의 비싼 물가를 감수하며 개인 식당을 이용해야 합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산업단지에서는 소위 '함바집(현장식당)'이라 불리는 소규모 개인 식당을 이용해 점심을 해결하기도 합니다.

물론 소규모 식당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양질의 밥을 제공하는 대기업 구내식당이나 도심의 다양한 식당들과 달리, 노동자의 메뉴 선택권이 제한적이며 균형 있는 영양식을 제공받기도 어려운 환경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소규모 개인 식당일수록 위생 관리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많고, 경기 위축에 따른 폐업의 반복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식사 어려움이 지속되기도 합니다. 결국 점심시간의 휴게권이 지켜지기 어렵고 장기적으로 노동자의 건강권이 위협받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공원, 어린이집 수도 자치구별로 차이 크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 어린이집에 등원한 어린이가 교실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또한 서울시청 주변의 대기업 노동자들은 점심 식사 후 덕수궁 돌담길과 서울광장, 잘 가꾸어진 광화문 광장을 거닐며 점심시간을 보냅니다. 서울의 주요 중심 업무지구인 여의도, 강남역, 그리고 잠실 등의 지역에는 널찍하고 도보 접근성이 좋은 공원들이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서울특별시의 자료에 따르면 1인당 도보 생활권 공원의 면적은 평균적으로 5.78제곱미터입니다. 그런데 자치구별로 그 차이가 큽니다. 서울의 중심 업무지구에 속하는 중구의 1인당 도보 생활 공원 면적은 서울시 평균의 2배에 달하는 10.61제곱미터입니다. 새로운 업무지구로 부상하는 성동구는 10.34제곱미터, 국제업무지구로 계획된 용산구는 7.42 제곱미터, 마포구는 11.76제곱미터, 여의도가 속한 영등포는 7.45제곱미터입니다. 강남 3구의 1인당 도보 생활권 공원의 면적 역시 평균 약 6.22제곱미터로 서울시 평균보다 넓습니다.

그런데 중소 영세 사업장이 밀집한 금천구(2.36 제곱미터), 구로구(4.05제곱미터), 동대문구(2.95 제곱미터)의 1인당 도보 생활권 공원의 면적은 서울시 평균에 한참 모자랍니다. 여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어디서 쉬어야 할까요?

일하는 시민들이 자녀 돌봄을 부탁할 수 있는 국공립어린이집 수 역시 중심업무지구인 중구, 종로, 용산 및 강남 3구에 비해 중소 영세 사업장이 밀집한 지역이 훨씬 열악합니다. 서울시의 보육 포털서비스가 집계한 구립 유형별 어린이집 현황 목록에 따르면 25개 자치구의 평균 국공립 어린이집 수는 74곳입니다.

중소 영세 사업장 밀집 지역인 금천구는 51곳으로 서울시 자치구 평균에도 한참 미치지 못합니다. 중심업무지구인 종로구와 중구, 용산구는 국공립 어린이집 수가 평균 약 29개로 서울시 자치구 평균에는 못 미치지만, 직장 어린이집 수가 타 자치구에 비해 월등히 높습니다. 중심 업무지구인 강남의 국공립 어린이집 수는 송파구가 111곳, 서초구가 97곳으로 서울시 평균보다 훨씬 높습니다.

중심업무지구인 영등포구와 강남구의 직장 어린이집 수는 영등포구가 34곳, 강남구가 36곳으로 서울에서 가장 많습니다. 다른 지역의 돌봄 역량을 압도합니다. 반면 사업장 수와 노동자가 밀집한 구로구와 금천구는 직장 어린이집이 각각 7곳과 3곳으로 초라합니다.

이곳에 밀집한 영세 사업장들은 직장 어린이집을 통해 노동자들의 돌봄을 지원할 역량이 부족합니다. 아마도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퇴근을 마치고도 고단한 몸을 이끌고 부랴부랴 동네 어린이집으로 혹은 돌봄을 부탁했던 친정엄마의 집으로 달려가야 할 겁니다.

복지관·공공도서관마저도 불평등

한 도서관의 모습.윤성효

자신을 돌보며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사회복지시설이나 공공도서관도 지역에 따라 불평등하게 분포됩니다. 서울특별시의 자치구별 평균 공공도서관 수는 8.48개입니다. 강남 3구의 평균은 12.6개로 서울시 자치구 평균을 훌쩍 넘습니다. 금천구는 4개에 불과합니다.

서초구나 강남구, 송파구의 종합사회복지관 수(평균 5.3개) 역시 금천구(2개)나 동대문구(2개)의 2배가 넘습니다. 노인복지관 수 또한 서초구와 강남구는 각각 3개로 금천구(1개)와 동대문구(1개) 보다 많습니다.

이처럼 일하는 시민들에게 서울의 행정은 불평등합니다. 어느 곳에 살며, 어느 곳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월급은 다를 수 있습니다. 기업의 지급 능력과 노동자의 역량이 모두 같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러나 분주한 일터에서 잠깐 짬을 내어 건강하게 밥을 먹고 쉴 수 있는 권리, 어린 자녀의 돌봄을 부탁할 수 있는 복지시설처럼, 시민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행정서비스는 모두에게 최소한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국가와 지방정부가 존재하는 겁니다.

다가오는 6월 3일, 우리가 일하고 생활하는 지방정부를 책임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진행됩니다. '일하는 시민'들이 지방정부를 책임지는 정치인들에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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