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50일 앞둔 지난 14일 전남 나주시 영산강체육공원에서 시민들이 기표 도장 마크 형상으로 조성된 유채꽃밭을 거닐며 봄기운을 만끽하고 있다.
연합뉴스
완전한 무공천제가 현실적이지 않다면 대안은 두 갈래다. 첫째는 민주당이 이번에 시도한 것처럼 공천 과정을 제도적으로 투명하게 만들어 완성하는 것. 둘째는 유권자가 기호 1번, 기호 2번이 아니라 이름을 보는 것. 이름에 딸린 그의 경력과 전문성 그리고 삶의 궤적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따져보는 것이다.
사실 정당공천제의 장점이 없는 건 아니다. 투명한 공천과정이 보장된다면 일정 수준 이상의 후보자를 걸러내는 거름망 역할을 한다. 자질은 없는데 지역의 연고만 믿고 출마하는 토호세력의 의회 진출을 어느 정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이미 고착화된 거대 양당 구조를 당장 해체하기 어려운 정치 지형이다. 충분한 기간을 두고 권력을 분산하고 합리적 논의와 다양한 여론을 수렴할 수 있는 다당제로의 변화를 희망한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현실은 그걸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현실적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번 6.3지방선거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민주당을 비롯한 각 당의 공천 규칙이 실제로 작동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가방보다 주민의 손을 먼저 잡는 사람이 공천을 받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포인트는 따로 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바로 당신이다. 당신이 기표대 앞에 서는 그 1분 남짓한 짧은 시간 이름 앞에 붙은 '기호'를 '스킵'하고 미리 기억해 둔 이름을 찾아 도장을 선명하게 찍을 수만 있다면 그 순간이 이번 선거의 '하이라이트'다.
왜냐하면 이번에는 지난번과 달리 당신이 후보들의 면면을 한 번쯤은 다 들여다보고 숙고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눈이 쏠리는 현상은 어쩔 수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굳이 덧붙이고 싶다.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은 시민의식의 성숙도와 함께 한다. 지금 우리 정치가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면 어쩔 수없이 그건 우리 모두가 만들어 낸 결과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발전은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한다. 여의도보다 먼저 민주주의를 이끄는 건 부인할 수 없이 시민의식의 발로다. 제도가 완벽하지 않은 한, 유권자의 의식이 제도를 추동한다. 이는 한때는 피로 써야 했던 지난 민주주의 역사가 가르쳐 준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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