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5.15 12:06최종 업데이트 26.05.1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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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 기한 만료로 석방돼 지난달 30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대장동 사건 주역인 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법정에서 정면충돌했다. 인신공격성 발언도 쏟아졌다. 김씨와 이재명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한 유씨는 종종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채 화를 내고 언성을 높였다. 특히 김씨와의 불꽃 튀는 설전이 인상적이었다.

지난 12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형사합의35부, 재판장 백대현 부장판사)에서 진행된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재판. 이날 김씨는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 뉴스타파 김용진 전 대표, 한상진 기자와 더불어 피고인석에 앉았고, 유씨는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피고인들 양옆으로 각자의 변호인들이 동석했다.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은 20대 대통령 선거 직전인 2022년 3월, 뉴스타파가 김만배씨와 신학림씨의 대장동 사업 관련 대화 녹취록을 보도하면서 촉발됐다.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부산저축은행 비리를 수사할 때 주임검사인 윤석열 당시 중수1과장이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의 알선수재 범죄를 알고도 덮었다는 게 보도 요지. 당시 조씨의 변호인은 윤석열 검사와 특별한 관계인 박영수 전 국정농단 특검이었다.

보도한 지 1년 반이 지난 2023년 9월, 검찰은 느닷없이 신학림씨와 뉴스타파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양측이 공모해 허위사실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였다. 검찰은 뉴스타파 보도가 대장동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돕기 위한 김씨의 언론공작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군산아구찜이 아니라 마산아구찜"

이 사건 관련자들이 기소된 것은 2024년 7월. 그해 9월 첫 재판이 열린 지 1년 8개월이 지났는데 여전히 1심이 진행 중이다. 검찰이 신청한 증인만 100명이 넘는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유씨는 검사 주신문 때는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다가 변호인 반대신문 때는 좌충우돌하면서 언쟁을 벌였다. 김씨와 신씨, 뉴스타파 변호인들이 돌아가면서 질문을 했다.

김씨와 유씨 두 사람은 대장동 사업 진행 과정에서 호형호제하던 사이였다. 김씨가 형, 유씨가 동생이었다. 변호인이 그 이유를 묻자, 유씨는 "(김만배가) 나한테 계속 말을 놓았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변호사가 "이재명이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한 직후인 2014년 6월 김만배, 정진상(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비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함께 만나 술을 마신 사실이 있냐? 그 자리에서 4명이 의형제를 맺자고 얘기했느냐?"고 묻자, 유씨는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의형제 제안은 자신이 아니라 김만배가 했다고 주장했다. "대장동 사업 관련해 김만배가 '이재명은 공산당'이라며 '이재명이 대장동 사업의 이익을 빼앗아 갔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느냐?"라는 질문에도 "그렇다"라고 시인했다.

유씨는 이 대통령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평소 정진상과 김만배 사이에서 연락 창구 노릇을 했냐?"는 변호사 질문에 "그렇게 생각했다"고 답한 그는 "(검찰에서 조사 받을 때) 처음 1년 동안 이재명을 위해서 계속 거짓말을 했다. 그런데 나중에 이재명과 정진상의 소행을 지켜보면서 이건 인간으로서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어느 순간 마이크를 잡고 유씨에게 직접 질문했다. 곧 입씨름이 벌어졌다. 언뜻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논점으로 비쳤는데, 두 사람은 자못 진지했다. 먼저 서로 처음 알게 된 시점을 두고 엇갈린 주장을 내놓았다. 김씨는 2012년 가을이라고, 유씨는 그해 봄이라고 맞섰다. 만난 장소를 놓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김씨가 "군산아구찜이 아니라 마산아구찜"이라고 특정하자, 유씨는 "아까 둘 중 하나라고 말했다"라고 맞받았다. 피고인석과 방청석에서 가벼운 웃음이 새어 나왔다.

변호인들에게 고성

경기관광공사 사장 시절 유동규씨의 모습.경기도 제공

두 사람은 2014년 6월 정진상씨와 셋이 함께 술 마신 사정을 놓고도 다퉜다. 김씨가 "유씨가 (성남시) 도시개발공사 사장 가고 싶어서 만든 자리"라고 주장하자, 유씨가 급발진했다. "입에 침 좀 바르세요!" "거짓말 마세요!" 분노에 찬 유씨의 목소리가 법정을 울렸다.

유씨는 "내가 추천한 황OO씨가 사장으로 가 있는데 내가 거길 왜 가느냐. 나는 갈 생각도 없었다" "사장 될 수도 있었지만 여기저기 행사 쫓아다니는 게 귀찮아 안 갔다"라고 김씨 주장을 배격했다. 그러면서 "지금 말한 대로라면 당시에 내가 (자리를) 부탁할 정도로 나보다 더 이재명하고 가까웠던 게 아니냐. 권력이 있었네"라고 비꼬았다.

두 사람이 계속 툭탁거리자, 재판장이 "사건 관련된 질문과 응답만 하라"고 제지했다. 잠시 물러서는 듯싶던 유씨가 그예 한 마디 더했다. 그는 "김만배씨가 당시에 내가 부탁할 정도로 이재명하고 친했다는 걸 오늘 법정에서 자백했다. 재판장님이 확인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물고 늘어졌다. 재판장 표정을 보니 애써 웃음을 참는 듯했다. 유씨는 "참 뻔뻔하다. 뻔뻔해"라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김씨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날 유씨는 변호인단과도 거친 언쟁을 벌였다. "차근차근 질문하라" "알아듣게 질문하라" "같은 질문을 반복하지 말아달라" "왜 화를 내느냐?" 등 유씨의 공격적인 언사와 고성에 변호인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재판장은 짐짓 중립적인 태도를 보였다.

2시간가량 진행된 증인신문을 지켜보면서 검찰이 왜 유씨를 증인으로 내세웠는지, 그가 증인 자격이 있는지 의아했다. 추론과 일방적 주장이 많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사건의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잘 몰라 엉뚱한 얘기를 늘어놓기도 했다. 예컨대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의 발단인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대선 대비 작업'으로 규정하고 김씨가 의도적으로 녹음했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대화 중 신씨가 몰래 녹음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대화한 시점은 20대 대선 6개월 전인 2021년 9월이고, 신씨가 뉴스타파에 녹취록을 넘긴 것은 대선 며칠 전이다. 김씨는 신씨와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장동 사건으로 구속돼 뉴스타파 보도 당시 구치소에 있었다. 두 사람이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상의했다거나 뉴스타파가 사전에 녹취록 존재를 알았다는 흔적은 검찰 수사에서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정진상이 관여했다?

2021년 9월 당시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일대 대장지구 개발 사업으로 공사중인 현장들이희훈

유씨는 지난 3월 대장동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남욱 변호사와 자신이 통화한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과 녹취서를 제출했다. 통화 시점은 2023년 4월. 뉴스타파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5개월 전이다. 초기 대장동 사업 설계자인 남 변호사는 화천대유 자회사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로, 1000억 원대의 배당금을 가져갔다.

녹취에 따르면, 이날 남 변호사는 유씨에게 "김만배와 신학림이 윤석열에게 뒤집어씌우는 내용을 녹취하고 이를 뉴스타파가 선거 3일 전에 보도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유씨가 "그거 김만배가 '이재명 공산당'이라는 식의 공작을 또 한 거다. 정진상, 이재명과 다 짠 거다"라고 장단을 맞췄다.

변호사가 이 녹취 내용을 읽은 후 "당시 어떤 의미로 그런 말을 했냐?"고 묻자, 유씨는 "자기 죄를 남한테 뒤집어씌우는 게 이재명의 범행 패턴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증거는 없었다. 그는 또 "(뉴스타파가) 파급력을 키우기 위해 거짓과 진실을 반반 섞어서 내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한 주장의 근거에 대해서는 논리적 설명을 하지 못한 채 "그렇게 생각한다"고만 답했다.

이어 녹취 작업에 정진상씨가 관여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는데, 변호사가 사건의 선후관계를 짚으며 재차 사실 여부를 확인하자 "추측"이라고 물러섰다. "오랫동안 이재명, 정진상과 같이 일을 했기 때문에 충분히 그렇게 추측할 수 있다"면서. 그는 대장동 사업을 두고 "내용을 잘 몰랐다. 너무 어리석었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김만배의 여유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민간업자들이 구속 기한 만료로 석방돼 지난달 30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연합뉴스

유씨는 이른바 '커피 보도'에 대해서도 잘못 알고 있었다. 뉴스타파는 2011년 대검 중수부 수사 때 주임검사인 윤석열 검사가 조우형씨를 봐줬다는 취지로 보도했지만, 조씨에게 커피를 타 줬다고 보도한 적은 없다. 조씨에게 커피를 타 준 사람은 윤 검사가 아니라 박모 검사라는 김만배씨의 육성을 그대로 내보냈다.

박 검사가 커피를 타 줬다는 사실은 조씨 본인의 법정 증언으로도 밝혀졌다. 그런데 상당수 언론은 사건 초기 뉴스타파가 '윤석열이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줬다'는 오보를 냈다고 보도했다. 유씨도 이날 언론보도를 들먹이면서 잘못된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날 재판은 2시에 개정한 후 곧바로 휴정했다. 검찰 측이 다른 재판부와 윤석열씨의 증인 출석 문제를 협의하느라 입정이 늦어진 탓이다. 휴정 시간에 김만배씨와 법정 복도 의자에 나란히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는 1년 전 법정에서 봤을 때보다 한결 여유로워 보였다. 질문도 피하지 않고 더러 농담도 했다. 정식 인터뷰가 아닌 사담 형식이었기에 대화 내용은 옮기지 않는다.

김씨와 유씨의 법정 논쟁을 지켜보면서 새삼 정권이 바뀐 게 실감 났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대장동 사건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다. 국회에서는 지난 3월부터 두 달 가까이 조작기소 의혹을 다루는 국정조사가 진행됐다. 민주당은 최근 관련 특검법을 발의했다. 여기에는 대장동 사건과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도 포함됐다. 지난 몇 년간 법정 안팎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뉴스타파에 대해 불리한 증언을 일삼았던 남욱 변호사는 5월 13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양심선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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