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기자회견에서 내고향여자축구단 리유일 감독(왼쪽)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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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지만, 여러 언론은 조선의 '적대적 두 국가' 기조가 재확인되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실제로 입국에서 출국에 이르기까지 내고향 선수단이 무표정으로 일관한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특히 우승 기지회견장에서 내고향의 리유일 감독과 최우수선수상(MVP)를 받은 김경영 선수가 회견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서 이러한 평가는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유심히 볼 대목이 있다. 리유일 감독과 주장을 맡은 김경영 선수는 여러 차례 있었던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줄곧 답변을 이어갔었다. 최근 국제스포츠 대회에서 이는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공교롭게도 그 중심에는 리유일이 있다.
그는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2023년 9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한국과의 8강전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과 2024년 2월 '파리 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일본과의 경기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자가 '북측'이나 '북한'이라고 표현하면서 질문하자 공식 국호를 사용하지 않으면 답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양상은 2024년 파리 올림픽 현장에서도 재현되었다.
이러한 전례에 비춰볼 때, 이번 AWCL 기자회견에서 리 감독이 이끄는 내고향 선수단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중요한 관심사였다. 두 달 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하고 가장 명백한 언사와 행동으로 철저히 배척하고 무시하면서 다루어 나가겠다"고 밝혔던 만큼, 한국 기자의 질문을 아예 무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 기자가 공식 국호도 사용하지 않고 '북한'이나 '북측'이라는 표현도 사용하지 않으면서 질문할 때에는 하나하나씩 답을 이어갔었다. 이는 우승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한 기자가 "북쪽, 북측 여자 축구가 과거부터 굉장히 수준이 높다"고 말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리 감독은 "호칭을 좀 바로 해달라"고 했는데, 해당 기자는 "어떻게 해드릴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러자 조선 축구단 통역사는 "국호를 바로 해달라"고 했고, 옆자리에 있던 김 선수는 "우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날 기자회견은 내고향 선수단이 항의의 뜻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기자회견장을 떠나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확인된 '교집합'
▲지난 23일 수원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내고향여자축구단과 도쿄 베르디 벨레자의 경기. 내고향 선수들이 인공기를 들고 우승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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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동안 빚어진 이 일화는 남북관계의 현실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많은 언론은 이를 두고 조선의 '적대적 두 국가'가 기조가 재확인된 것이라고 평가한다. 반면 조선 측에선 한국 언론이 공식 국호를 사용하지 않고 '북측'이나 '북한'이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를 적대적인 태도로 간주한다.
그런데 양측에 '차집합'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 기자가 이 부분을 무음으로 처리해 질문하면 내고향 선수단은 답변을 했다. 한국의 '특수관계론'과 조선의 '두 국가론' 사이에 '교집합'이 확인된 셈이다. 이는 조선이 두 국가론에 대한 입장은 확고한 반면에 적대성에 있어서는 가변적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앞으로도 한국과 조선이 참가할 국제 스포츠 대회는 많이 있다. 완전한 절연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동시에 우리가 짚어보고 토론해야 할 문제도 새삼 부각되고 있다. 호칭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기자회견장에서 한국 기자가 '북한'이나 '북측'이라고 부르면 조선이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고, 무음으로 처리하면 답변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을 이번에 확인할 수 있었다.
공식 국호를 사용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하나의 단서를 남겼다. 공식 국호를 사용하면 더 많은 대화와 우호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이 바로 그것이다. 언론사를 비롯해 우리 사회가 차분히 공론화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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