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5.28 20:04최종 업데이트 26.05.2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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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Planet B(제2의 지구)가 없기에, Plan B(플랜 B)또한 없다." 기후위기와 관련된 유명한 표어 중 하나입니다. 끊임없이 생산하고 끊임없이 성장할 것을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떤 플랜 A를 선택해야 할까요? 유일하고 유한한 지구를 함께 살아가는 행성으로 만들기 위한 지구를 위한 플랜 A를 제안합니다.[기자말]
나의 첫 번째 식물, 테라리움은 원룸에 살 때 처음 우리 집으로 왔다. 테라리움을 콕 집어 키우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조량이 덜 중요하고, 투명한 유리 화분 내에 이끼와 풀을 넣어 작은 생태계를 만들어볼 수도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선택했다.

맞은편 건물 벽과 우리 집 창문이 코를 맞닿고 있어 언제나 어두침침했던 나의 방과 하얗고 귀여운 돌과 흙, 작은 식물이 크는 테라리움은 완전히 다른 세계처럼 보였다. 그러나 테라리움조차도 나의 세계 속에 사는 식물이었기에, 쬘 수 있는 햇빛이라고는 내가 설치한 인공조명에서 나오는 가짜 햇빛이 다였다. 그래도 식물은 기특하게 죽지 않고 어찌저찌 삶을 이어갔다.

방에 있는 테라리움과 각종 식물들신민주

내 손으로 식물을 기를 수 있고, 더 잘 길러볼 기회와 가능성이 있다는 건 '숨구멍'이 되어주었다. 진로와 주거, 가족과 미래, 외로움 같은 어둠이 찾아올 때마다 좁은 방 안에서 작지만 마음 둘 곳이 있었다는 건 분명한 기쁨이었다.

나는 테라리움을 기르며 더 나은 삶에 대한 작은 씨앗들을 심었다. 해가 들어오는 집으로 이사해서 더 많은 식물을 기르고 싶었다. 이왕이면 걸어서 갈 수 있는 공원이나 하천이 있는 동네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식물을 잘 아는 이웃들과 교류하거나, 동네 친구를 만들고 싶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수년이 흐른 지금, 몇 가지는 실현되었고, 몇 가지는 아직 나의 바람으로 남아 있다. 몇 가지는 노력해서 얻을 수 있었고, 몇 가지는 내 노력만으로는 얻을 수 없었던 까닭이었다. 그럼에도, 테라리움을 잘 기르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떤 세상을 꿈꾸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 점은 내 인생에서 의미 있는 일로 남았다.

증오의 시대가 바꿀 수 없는 것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이른 아침 출근길과 저녁 무렵 퇴근길이면 큰 소리로 인사를 하는 후보들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동네를 일구어나갈 예비 일꾼들이 꿈꾸는 세상의 모습과, 내가 선거를 통해 만들 수 있는 변화를 가늠하기 위해 유심히 피켓과 손바닥보다도 작은 명함 속의 글들을 꼼꼼히 읽어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집으로 돌아가 인터넷 속 세상을 살펴볼 때면 내 기대와 다른 이야기만이 가득한 정치판을 본다. 후보가 어떤 전망을 가지는지보다 때로는 후보들을 둘러싼 가십이 더 많이 이야기되는 탓이다.

테라리움이 자라나는 나의 집에서 한 발짝 떨어져 보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 것 같은 마음이 드는 나날들이다. 무엇을 사랑하는지 물어보는 것은 힘을 잃고, 무엇을 미워하고 증오하는지 물어보는 것이 진영을 나누는 쉬운 방법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조롱과 모욕이 하나의 놀이문화가 된 모습들을 본다. 국내에서 가장 큰 커피 브랜드가 5.18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는 홍보물을 발행해서 여론의 큰 비판에 직면했다. 그런데 도리어 일부러 해당 커피 브랜드를 이용하겠다고 공개 발언에 나선 정치인들이 있다는 것에 유감스러운 마음이 든다.

나는 5.18을, 사회적 약자를, 사회적 참사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불의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일이 어떠한 것도 바꿔낼 수 없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그것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언가를 증오하고 미워하는 것으로 얻어낼 수 있는 값싼 지지가 있는 까닭이다.

값싼 지지를 타고, 어떠한 것도 바꿔낼 의지가 없는 사람들이 손 안 대고 코를 풀듯 자신의 이익을 얻어간다. 조롱과 멸시 이후, 증오의 정치에 동원된 평범한 시민들은 또다시 고립되고, 어두컴컴한 현실에 발붙이고 살아야 한다.

이 지경의 세상이 되었음에도, 무엇을 바꿔나가는 힘은 증오가 아닌 '사랑하는 것을 어떻게 길러나가는지에 대한 고민'이라는 사실을 믿고 싶다. 누구나 마음속에 나의 테라리움과 같은 것들을 하나씩 길렀을 것이다. 그 테라리움들은 각자의 인생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만들고, 미래를 개척해 내는 의지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이 틀림없다.

그런 의미에서 6월 3일, 지방선거가 코앞에 온 시기, 나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테라리움은 무엇이고, 어떻게 길러나가고 싶은지.

마음속 테라리움을 길러보자

21일 서울 중구 명동역 인근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벽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공약보다는 가십이 더 많이 주목받는 선거일지라도 5월 11일 공개된 지방선거에 참여하는 정당들의 10대 공약 중 자연과 기후위기와 관련된 내용이 이전보다 많이 포함된 것은 꼭 짚고 넘어갈 만하다.

10대 정책 제목에 "재생에너지", "기후", "생태", "지속가능성" 등의 키워드를 직접적으로 사용한 정당만 총 일곱 곳으로, 대중교통 정책 등으로 간접적으로 기후위기를 고려하여 만든 정책까지 합산하면 더 많다. 다양한 집단에 필요한 권리와 인권에 대한 정책들도 여럿 눈에 띈다. 내가 일하는 그린피스에서 시민들과 함께 만들었던 정책 제안들이 주요 후보 공약에 포함되었던 것 역시 기억에 남는다.

단죄만으로 모든 변화가 이룩될 수 없는 것처럼, 우리가 좀 더 대범한 변화의 가능성을 품은 채 선거를 마주하는 게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대한민국과 세상이 풀어나가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지방선거에서부터 고민을 시작할 수 있다.

경제적, 정치적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기후 악당국가라는 오명을 매년 짊어지는 대한민국이 짊어진 시대적 과제는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과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일 테다. 나의 이웃과 자연이 내 마음속 길러나가야 하는 것의 범주로 포함될 수 있기를 빈다.

그러므로, 6.3 지방선거는 기후선거가 되어야 한다. 내가 사는 동네가 기후를 파괴하는 데 예산을 소모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바라는 세상과 기후 대응에 필요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요구해 보자.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테라리움을 키우며 우리가 새로운 동네에서 만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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