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4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베이징 회담 장면이 방영되는 텔레비전 화면 옆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EPA 연합뉴스
중국도 대만 앞에서 같은 질문을 피할 수 없다. 중국은 대만을 압박할 군사력을 키워왔고, 대만 주변에서 군사 활동도 계속 늘려왔다. 그러나 대만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과 공격한 뒤 원하는 상태로 끝낼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영국의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는 대만을 둘러싼 미중 충돌이 핵 긴장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측이 상대의 지휘·통신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고, 그런 공격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에 대한 안전장치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만 전쟁은 중국과 대만만의 전쟁으로 머물기 어렵다.
봉쇄도 간단한 선택지가 아니다. 미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대만 봉쇄 모의실험은 중국의 봉쇄가 세계 무역을 흔들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해상 전투로 번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 피해는 대만과 중국에만 머물지 않고 미국, 일본, 세계 반도체 공급망으로 번질 수 있다.
결국 중국의 고민은 공격 능력의 유무가 아니다. 대만을 폐허로 만들면 통일의 의미가 사라지고, 피해를 줄이려 하면 대만의 저항과 미국, 일본의 개입 가능성을 감수해야 한다. 중국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은 '대만을 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친 뒤 원하는 상태로 끝낼 수 있느냐'다.
대만이 배워야 할 것은 강대국을 믿는 법이 아니라, 강대국이 자신을 함부로 거래하지 못하게 만드는 법이다. 미국의 지원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지원이 언제나 대만의 뜻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믿는 순간, 대만의 안보는 남의 계산에 맡겨진다.
대만의 길은 세 가지다. 첫째, 중국이 짧은 시간 안에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도록 방어 비용을 높여야 한다. 둘째, 대만이 흔들리면 세계 반도체 공급망과 해상 질서가 함께 흔들린다는 사실을 더 단단히 만들어야 한다. 셋째, 내부 민주주의의 신뢰를 지켜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군비 확장의 문제가 아니다. 대만은 미국에 보호를 요청하는 동시에, 미국이 대만을 지키는 것이 미국 자신의 이익이라는 사실을 계속 입증해야 한다. 중국을 향해서는 공격의 비용을 높이고, 국제사회에는 대만의 안정이 공동의 이익이라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이 질문은 한국에도 낯설지 않다. 한국은 대만과 다르다. 국방력도 더 강하고, 미국과 공식 동맹을 맺고 있으며, 국제적 지위도 훨씬 안정적이다. 그러나 방위비, 주한미군, 반도체, 조선, 배터리, 대중 전략이 모두 거래의 언어로 바뀔 수 있는 시대라면, 한국도 같은 질문을 피할 수 없다.
동맹은 감정이 아니라 필요의 관계다. 미국이 대만을 지키는 이유가 단지 약속 때문이라면 그 약속은 거래의 언어 앞에서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대만이 무너지면 미국의 산업, 일본의 안보, 세계 반도체 질서가 함께 흔들린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때 대만은 보호받는 대상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할 조건이 된다.
대만의 위기는 여기서 다시 길이 된다. 강한 나라는 약한 나라를 압박할 수 있지만, 언제나 원하는 결말을 얻는 것은 아니다. 현대전의 교훈은 이 단순한 사실에 있다. 대만이 살아남는 길은 강대국의 선의를 기다리는 데 있지 않다. 강대국도 대만을 함부로 사고팔 수 없게 만드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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