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6.19 14:13최종 업데이트 26.06.20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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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CISAC 총회에서 "창작자 권리 보호를 위한 국제공동선언"을 하는 모습CISAC

[기사 수정: 20일 오전 0시 10분]

6월 초, 프랑스 파리에서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 창립 100주년 총회가 열렸다. 111개의 회원국이 참석한 이번 회의의 화두는 창작자의 권리를 위협하는 글로벌 플랫폼과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에 어떻게 '창작물의 가치에 상응하는 공정한 보상'을 제도화할 것인가였다.


한국은 최근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창작자 권리 보호에 있어선 여전히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1777년 세계 최초의 저작권 보호 작가 단체(SACD)를 설립하고 1791년 최초의 저작권법을 만든 프랑스는 우리와 완전히 다른 선례를 보여준다. 이같은 현실 속에서 영화 산업을 중심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를 짚어보고자 한다.

1600만 관객과 고사 직전의 한국영화

지난 4월, 영화<왕과 사는 남자>가 160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바로 그 시점, '영화단체연대회의'라는 이름으로 모인 영화인들이 한국 영화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며 정부에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들은 스크린 독과점 제한 제도 도입, 영화 투자 지원책 제시 그리고 6개월 홀드백(영화가 극장을 떠나 다른 플랫폼에 유통되기까지 유예기간을 두는 제도) 법안 철회 등을 핵심 요구 사항으로 제시했다. 나아가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극장 체인을 보유한 대기업이 제작과 배급까지 나서는 수직계열화가 한국 영화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도 했다. 홀드백 문제를 제외하면 이미 20여 년 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던, 그러나 시장(정확히 말하면 재벌)의 논리를 떠받들며 규제를 거부해 온 정부가 방치해온 문제다.

2년 만에 천만 영화가 재등장했고, 한국 드라마들은 넷플릭스에서 연일 승전고를 울리고 있는 마당에, 이들의 비관적 목소리는 매우 낯설게 들린다. 그러나 통계를 들여다보면 이들의 위기의식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영화단체연대회의에 따르면 한국 영화계는 2025년 한 해, 1억 600만 명의 관객을 영화관으로 이끌었다. 이는 팬데믹 전 해인 2019년 대비 47%에 불과한 숫자다. 같은 기간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이 모두 70% 이상의 회복률을 보인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상업영화 제작 편수 또한 팬데믹 이전(2017~2019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러한 통계들은 과연 한국 영화산업의 '회복'이 가능할지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팬데믹은 모두 함께 맞은 재앙이었으나, 이후 전개된 양상은 기존에 형성해 온 문화 생태계가 얼마나 단단한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멀티플렉스 출현 후, 한국 영화계는 3개 대기업이 투자와 배급, 상영의 질서를 입맛대로 요리하는 그들의 놀이터로 변해갔다. 인구 5천만의 나라에서 때때로 등장하던 1천만 영화는 사실상 이들이 점한 과도한 권력이 만든 기형적 현상이다.

<왕과 사는 남자>가 한 달 만에 천만 관객을 달성했다면, 2024년 <범죄도시4>는 22일 만에 천만 관객을 달성했다. 당시 극장들은 82%에 달하는 스크린을 이 한 영화에 몰아줬다. 놀라운 것은 82%의 스크린 독점률에도 불구하고 실제 좌석 판매율은 30%대에 머물렀다는 사실이다.

멀티플렉스는 한 공간에서 관객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장점에서 탄생했다. 파리의 가장 큰 멀티플렉스 레알UGC에는 27개의 상영관이 있고, 동시간대 이 극장에는 27개의 영화가 상영된다. 이는 법적 강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영화계를 구성하는 민과 관이 공유하는 '다양성 극대화'라는 가치가 실현되는 방식이다.

연간 300여 편의 영화가 제작되는, 인구 6800만 명의 나라 프랑스에선 천만 영화가 드물게 나온다. 최근 3년 기준 흥행 1위를 기록한 <남다른 특별함(Un p'tit truc en plus)>은 개봉 15주 만에 천만 관객에 도달했다. 2위를 기록한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개봉 4개월 만에 94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관객이 많이 찾는 작품은 스크린을 독식하는 대신, 상영 기간을 늘려 다른 영화들을 짓밟지 않는 방식으로 흥행에 도달한다.

한국에서 멀티플렉스는 극장의 탐욕을 증폭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일 년에 한두 번 등장하는 천만 영화는 같은 시기에 걸린 영화들을 압살하면서 탄생했고, 결과적으로 그것은 초대박과 쪽박으로 시장을 이분하는 희망 고문의 상징이 되었다. 소위 독립·다큐·예술 영화로 분류되는 작품들은 예술영화 전용관이라는 그들만의 마이너리그에 머물도록 분리되었고, 존중받지 못하는 관객의 취향은 점점 축소되어 갔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독과점은 건전한 시장 질서를 해치는 해악으로 간주되며, 규제의 대상이 되어왔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재벌들의 스크린 독과점에 대해선 지켜만 보는 모양새다.

한국, 이러다가 글로벌 플랫폼의 하청기지 된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경비원 복장을 한 한 사람이 2024년 12월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오징어 게임 시즌 2’의 시사회에 참석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팬데믹 이후 넷플릭스는 한국 드라마 수출의 창구가 되었지만, 그 열매 역시 넷플릭스가 역시 독차지해 왔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OTT사는 제작비를 대는 대신 지식재산권(IP)을 포함한 모든 권한을 갖는 '매절 계약'을 주로 한다. 한국이 '일감 많은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구조다.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모든 나라에서 흥행 1위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우리는 문화로 세계를 제패한 듯한 자긍심에 환호했다. 그런데 곧이어, 이 거대한 흥행의 열매는 오로지 넷플릭스가 가지며, 감독과 제작사는 초기에 받은 계약금 이외에 그 어떤 초과 이익도 누리지 못했다는 얘기가 들려왔다(다만 3년 뒤에 출시된 같은 드라마의 시즌 2, 3 제작에서는 시즌 1의 성공을 반영, 전보다 훨씬 향상된 조건의 계약이 이뤄졌다고 전해진다).

그 후 5년 동안, 한국 드라마는 글로벌 플랫폼에서 대체 불가의 눈부신 활약을 펼쳐왔지만, 창작자들에 대한 대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제작자는 외주 업체로 전락하고, 작품이 흥행에 크게 성공해도 추가 수익을 얻지 못하며, 2차 저작물에 대한 권한도 OTT사가 갖는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플랫폼이 세고 있는 작금의 형국이 지속되면 어떤 미래가 우리 앞에 펼쳐질까?

최악의 경우 영화관들은 차례로 문을 닫을 것이고, 절대다수의 영화와 드라마 제작사·창작자들은 글로벌 OTT사의 지휘하에서 하청업체로 전락하게 된다. 한국의 드라마가 아무리 세계 흥행 1위를 해도 우리는 지식재산권을 갖지 못하는 일감 많은 하청업체로 남게 되는 것이다.

영화관이 사라지는 게 큰 문제인가? 그걸 인터넷 플랫폼에서 보는 게 안될 일인가?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그러나 영화관이 사라지고 넷플릭스만 남는 세상은 동네 서점이 사라지고 온라인 서점만이 남는 세상, 동네 마트가 다 사라지고 쿠팡만 남는 세상과 비슷하다.

'효율'이라는 하나의 잣대로 재단되는 세상에선, '효율' 바깥에 존재하는 모든 것, 경험·우연·접촉·만남·취향 등이 지워진다. 온라인 시장에 우리의 문화 영토를 온전히 내주는 순간, 물리적 공간이 주는 '우연한 만남'은 실종되고 다양성은 고사한다. 이런 현상은 온 국민이 하나의 영화를 보고, 하나의 드라마를 보고, 하나의 소설을 읽으며 오로지 그 이야기만 하는 상황에서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생태계의 유지는 종의 다양성을 지키는 데서 나오고, '비효율'을 허용하는 데서 지켜진다. 잘 팔리지 않는 시, 제3세계의 영화, 대박을 기대하기 힘든 다큐멘터리를 파는 것, 위험을 감수하는 선택을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비효율적 콘텐츠'들이 공존할 수 있을 때 비옥한 문화의 토양은 형성된다. 대기업 멀티플렉스와 넷플릭스는 이 '비효율'을 견딜 이유가 없다. 그들에게 우리의 문화 영토를 맡기는 것은 가장 잘 팔리는 단일 작물만 남겨 문화적 토양을 황폐화시키는 것과 같다.

넷플릭스가 프랑스 영화단체들과 맺은 단체협약

2022년 2월 22일 프랑스 영화단체들과 단체협약을 맺고 서명하는 넷플릭스BLOC

팬데믹이 OTT 권력을 급격히 강화하며 새로운 문화현상이 생겨났지만, 그로 인해 모든 나라에서 영화 산업의 본령인 극장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는 시장의 질서에 굴복하는 대신 그들을 자신들의 법질서에 편입시키는 선택을 했다.

2021년 6월 프랑스에서 발표된 SMAD 법령(시청각미디어서비스 지침)은 프랑스가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 프라임 같은 글로벌 OTT 플랫폼을 프랑스 미디어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인 '게임 체인저' 법안으로 불린다.[1]

이 법령의 골자는 "프랑스에서 문화로 돈을 벌면 프랑스 문화에 투자하라"는 것.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이 프랑스 내에서 거둔 매출의 일정 비율을 프랑스 및 유럽 영화·영상 콘텐츠 제작에 의무 투자하도록 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는 프랑스 영화계의 주요 파트너들(BLIC 극장, 배급사, 제작자 협회, BLOC 감독, 작가, 작곡가 등 독립 창작자 협회, ARP 작가, 감독, 제작자 협회)와 단체협약을 맺었고, 이 협약은 프랑스 영화영상진흥원(CNC)의 검토를 거쳐 문화부를 통해 공통의 규율로 확정됐다. 2022년 2월 발표된 협약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2]

넷플릭스는 프랑스 내 매출의 4%(연간 약 4천만 유로, 한화 약 700억 원)를 프랑스 영화 제작에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연간 최소 10편의 작품을 독립 제작사로부터 사전 구매해야 하며 전체 투자금의 최소 17%를 저예산 독립영화에 배분해야 한다. 넷플릭스는 프랑스 영화의 극장 개봉 후, 15개월부터 스트리밍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그밖에 해당 법 시행령과 프랑스 시청각·디지털 통신 규제 기관(ARCOM)과 맺은 협약에 따라 다음과 같은 규정이 적용된다. [3]

▲ 넷플릭스가 프랑스 콘텐츠에 투자할 때, 지식재산권(IP)은 제작사가 보유하고 플랫폼은 일정 기간 독점 방영권을 갖는 방식이 표준이 된다. ▲ 2021년 정부의 법령 발표 이후 영화계 3개 단체가 프랑스 국내법에 근거해 넷플릭스와 '단체 협약'을 통해 제반 계약 조건을 결정하고, 개별 조건들만 각자 논의한다. ▲ 프랑스 작가들은 작가·극작가 저작권협회(SACD)를 통해 스트리밍 이용에 따른 저작권료를 정기적으로 지급받는다[4]. ▲ 넷플릭스는 프랑스 저작권법에 따라, 창작자들에게 플랫폼을 통해 판매한 콘텐츠의 데이터 제공 의무를 진다.

한국, 프랑스 모두 넷플릭스와 체결하는 계약에서 수입을 일정 지분으로 나누진 않는다는 의미에서 매절 계약(Buy-out)'이라는 표현을 쓰나 그 의미와 맥락은 판이하다.

한국에선 지식재산권을 포함해 모든 저작권상 권리를 양도하는 '백지수표 계약'을 하는 것에 가깝다면, 프랑스에선 '권리의 사용 권한을 일정 기간 빌려주는 것'에 가깝다. 프랑스에선 개별 계약 조항을 넘어 법이 지켜주는 양도 불가능한 영역이 존재하고, 이를 강제하는 막강한 시스템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이토록 까다로운 계약 조건은, 넷플릭스엔 더 많은 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문화생태계를 보존하는 것을 더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프랑스에선 투자 기회 확대와 문화 생태계를 거래하지 않는다.

홀드백이 지켜주는 것

프랑스 파리의 레알(Les Halles) 쇼핑몰 내 UGC 시네 시테 레알(UGC Cine Cite Les Halles) 영화관의 모습. 파리의 가장 큰 멀티플렉스 레알UGC에는 27개의 관이 있으며, 이 영화관에선 동시간 대에 27개의 영화가 상영된다. 이는 모든 프랑스의 멀티플렉스에서 지켜지는 규칙이다.EPA/연합뉴스

홀드백은 프랑스 영상산업계에서 극장이라는 보루를 지키는 무기인 동시에, 글로벌 OTT 사를 길들이는 효과적인 장치다. 프랑스 작가·감독·제작자협회(L'ARP)에 따르면, 콘텐츠 유통 기간이 2022년 협약에 의해 정해졌다. 이에 따라 프랑스에서 한 편의 영화가 개봉되면 4개월간 영화관을 통해 상영되고, 이후 4~6개월 유료채널(VOD), 6~15개월 CANAL+ (유료TV채널), 15~22개월 넷플릭스, 마지막으로 일반 TV로 유통된다. 이 순번은 각각의 단위가 프랑스 영화산업에 투자하는 비중에 따라 결정됐다.

개별 제작사가 플랫폼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단체 협약'이 규칙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홀드백 또한 프랑스가 극장을 지키는 강력한 무기라고 할 수 있다.

매출의 24%를 프랑스 영화산업에 재투자하는 CANAL+는 3년간 4억 8천만 유로(약 8500억 원)를 투자한다. 넷플릭스는 매출 4% 재투자 약속을 통해 홀드백 기간을 기존 36개월에서 15개월로 단축시킬 수 있었다. 디즈니+는 매출의 25%를 재투자하기로 하고 홀드백 기간을 9개월로 단축시켰다.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영화들이 부족한 자금 확보를 위해 즉각 넷플릭스행을 결정하고, 홀드백 기간을 스스로 단축시키며 제 살을 깎아 먹는 한국의 제작 환경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 차이는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와 프랑스의 국립영화영상센터의 차이이기도 하다. 둘 다 자국 영화산업을 지원하는 핵심 공공기관이지만, 그 권한과 재원 조달 방식, 산업에 개입하는 강도에는 큰 차이가 있다.

CNC는 극장티켓에 부과되는 세금뿐 아니라, 방송사들의 매출액 중 일정 비율을 강제로 거두어 막대한 규모의 영화 기금을 조성한다. 2021년에는 글로벌 플랫폼(넷플릭스, 디즈니+ 등)까지 자국의 법질서에 순응하도록 법령의 범위를 확대하면서, 연간 약 8억 4천만 유로(약 1조 4천억 원)에 달하는 기금까지 확보했다. 이 압도적인 재정 규모는 제작되는 영화의 상당 부분을 선매입하는 방식을 가능하게 해서, 자국 영화인들에게 안정적인 제작 환경을 제공해 왔다. CNC는 다양성 쿼터와 영화 제작 지원 조건 등을 엄격히 관리하며, 영화계 여러 단체들과 협력하여 적극적으로 필요한 정책을 입안하는 컨트롤 타워다.

이에 비해 한국의 영진위는 개입하거나 통제하지 않는다. 금년 예산은 약 1500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늘어났다. 하지만 극장 관객수 감소로 영화발전기금이 줄어들고 있고, 정부 예산과 타 기금에 의존하고 있어서 재정 구조가 불안하다. 또한 OTT 플랫폼이 업계의 강자로 등장하면서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는 와중에, 영진위는 자본에 맞서 창작자와 제작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패 역할은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문화 주권은 '시스템'에서 나온다

한국의 창작자들은 살벌한 생존 조건에서 살아남으며 압도적인 경쟁력을 입증해 왔다. 그럼에도 정작 수익과 권리 배분에 있어서 합당한 대우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내 재벌들의 스크린 독과점 만행을 방치해 온 한국 정부는 글로벌 OTT 플랫폼들의 방자한 모습에 대해서도 비슷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스스로 자신의 위상을 굳건히 할 제도적 체계를 갖추지 않는다면, 넷플릭스의 사랑받는 '하청업체'의 위치에서 벗어나, 문화주권을 구축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는 김구 선생의 말을 인용하며 선생의 염원이 현실이 되어 가는 데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대통령이 그다음 문구도 기억하는지 묻고 싶다. 김구 선생은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에 높은 문화의 힘을 원했다.

성실한 공장노동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수출에 매진했던 1960~70년대 대한민국처럼, 지금 국가는 창작자에게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스템도 마련해주지 않은 채, 거대 자본과 홀로 맞서 싸우라고 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CISAC 총회에서 나온 결론처럼, 한 나라 창작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필요한 법과 규제를 신속하게 보완하고 적용하는 것은 창작자 개인의 몫이 아니다. '한없이 높은 문화의 힘'을 원하는 정부가 앞장서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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