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7.08 06:50최종 업데이트 26.07.0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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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MZ세대 사이에서 '10분 소개팅'이 유행이라고 한다. 열 쌍의 남녀가 10분씩 자리를 바꿔가며 대화하고,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앱으로 애프터를 신청한다. 시간 낭비 없이, 조건에 맞는 상대를 효율적으로 걸러내는 방식이다. 연애도 이제 효율성 최적화의 대상이 됐다.

내가 연애하던 시기의 끝자락엔 밥도 안 먹고 차만 마시는 소개팅이 등장했는데, 그것도 참 매정하다 싶었었다. 그런데 이제는 10분 소개팅이라니, 어쩌면 이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그리고 이시대 효율성의 극치는 AI로 대변된다. 알고리즘에 따라 AI가 모든 걸 대체해 준다. 주식의 PER을 계산해 주고, 보고서의 근거와 출처를 찾아준다. 유튜브는 내가 볼 영상을 먼저 알고, 쇼핑몰은 내가 살 물건을 미리 추천한다.

그렇게 효율성은 이 시대의 종교가 됐다.

나 역시 그 종교를 믿었었다. 스스로를 효율성 맹신론자라고 불러도 될 만큼, 모든 것을 최적화하며 살았다. 그 증거는 밥솥이다. 임신 중반까지, 더 정확히는 병원에서 밥솥밥을 먹을 것을 권장받기 전까진, 나는 밥솥을 사지 않았다. 햇반이면 충분했다. 3분이면 끝나고, 설거지도 없고, 보관도 간편하다. 이보다 효율적인 선택이 어디 있단 말인가.

효율성, 절반의 세계

결국 나는 아이를 낳고 나서 밥솥을 샀다. unplash

그렇다면, 효율성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비효율? 아니다. 더 솔직한 단어가 있다. 귀찮음이다. 그리고 육아는 바로 이 '귀찮음'이 극대화된 세계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

결국 나는 아이를 낳고 나서 밥솥을 샀다. 즉석밥의 효율성보다 밥솥밥의 정성을 믿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엄마의 정성이 아이에게 실제로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는지는 모른다. 그냥 본능적인 엄마의 마음이었다.

아이를 낳기 전, 나는 효율성이란 잣대로 측정되는 세상을 살았다. 1인분의 삶은 깔끔하고 예측 가능했다. 기쁨도, 보람도 대부분 성과에서 왔다. 더 잘하고, 더 빠르고,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것을 이뤄낼 때 만족이 왔다. 그 세계가 세계의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난 날, 그 세계가 깨졌다. 더 정확히는 내가 몰랐던 세상의 절반이 열렸다. 2인분, 어떤 날은 3인분의 삶 속에서 효율성은 더 이상 유일한 잣대가 아니었다. 밤새 안아주고, 밥을 먹이고, 등원 준비를 하는 귀찮음의 연속 속에서 나는 전혀 다른 기쁨을 만났다. 효율로 설명되지 않는, 그래서 더 선명한 감정이었다.

마오더슝은 '귀찮으면 지는 거야'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생의 절반은 귀찮음이고, 다른 절반은 귀찮음을 해결하는 것이다."

나는 이 문장을 지금 온몸으로 매일 배우는 중이다.

육아, 정성 가득한 비효율의 세상

키즈카페에서 일하는 여성안유림

AI 시대, 지금은 효율성 외에 단어가 들어설 곳이 거의 없는 시대다. 그리고 효율성이란 계획과 통제가 유효할 때 이뤄진다. 하루가 계획대로 굴러가고, 내 통제권이 닿는 곳에서 결과가 도출될 때 비로소 효율이 극대화된다. 일터는 대체로 그런 세계다. 기획안은 통과되거나 반려되고, 노력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비교적 선명하다.

그런데, 육아는 그 반대다.

며칠 전, 아이가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다. 오전에 멀쩡히 유치원에 간 아이였다. 오후에 긴급 호출을 받고 달려가 보니 전신에 두드러기가 번져 있었다. 상태가 심각해 보여 피부과에 급히 갔다. 의사는 말했다.

"기도까지 부으면 큰일이니, 오밤중이라도 상태가 심해지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응급실로 가세요."

가슴이 철렁했다. 근처 소아과에서 알레르기 검사, 염증 검사를 하고 항히스타민제 수액을 한 시간 맞았다. 그날 밤은 다행히 두드러기가 가라앉았다. 이튿날 아침, 두드러기가 다시 올라왔다. 나는 급히 휴가를 냈다. 그 다음 날은 남편이 휴가를 냈다. 주말에 다시 찾은 소아과에서 내려진 판정은 단 한 줄이었다. 급성 두드러기, 원인불명.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사흘간의 결과는 우리 부부의 몸과 마음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런 일이 부지기수다. 인과관계가 모호하고, 그래서 인과응보가 통하지 않는 세계. 나의 계획도, 통제력도 발휘되지 않는 세계. 그래서 육아는 효율성과 거리가 멀다.

AI 가 말하는 육아의 과정

육아란 결국 '과정'을 함께하는 것이라고. 육아는 우리가 알던 알고리즘이 닿지 않는 세계다. unplash

그렇다면 AI는 육아에 대해 뭐라고 할까. 궁금해서 직접 물어봤다. "육아에서 AI가 가장 대체하기 어려운 것은 무엇인가?" AI의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짧게 말하면 "육아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 육아의 상당 부분은 도와줄 수 있다"가 가장 현실적인 답입니다. 그런데, AI가 의외로 가장 대체하기 어려운 것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교육을 생각하지만, 아이에게 중요한 기억은 교육적 효과보다도 "아빠랑 물총 싸움했다", "아빠가 나를 잡으러 왔다", "같이 아이스크림 먹었다" 같은 경험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기억은 효율이나 정보량으로 측정하기 어렵습니다.-AI의 답변

알고리즘이 모든 것을 최적화하는 시대에, AI조차 육아 앞에서는 효율을 내려놓는다. 육아란 결국 '과정'을 함께하는 것이라고. 육아는 우리가 알던 알고리즘이 닿지 않는 세계다.

일은 결과의 세계, 육아는 과정의 세계. 워킹맘은 매일 이 두 세계를 건넌다. 측량 도구가 완전히 다른 두 세계를.

그래서 처음엔 그게 괴롭다. 아이의 몸무게, 키, 발달 정도, 나아가 아이의 성적표 등에 자꾸 눈이 간다. 일에서 익숙하게 쓰던 잣대를 육아에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다. 그러나 육아에서 그 잣대는 작동하지 않는다. 아이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 성과 지표)가 없다. 아니, KPI가 생기는 순간 부작용이 더 커진다.

이것이 워킹맘의 혼란과 피로가 시작되는 진짜 지점이다.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두 세계의 잣대가 다르다는 것을 아무도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

어쩌면 효율성을 맹신하는 이 시대에 ' 아이를 낳고 키우라'고 하는 것은, 단순한 인구 정책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알고리즘의 충돌, 가치관의 충돌이다. 효율의 언어로만 설계된 사회가, 효율로는 절대 작동하지 않는 일을 요구하고 있다. 몇 년간의 출산율 반등이 계속 이어져가기 위해선, 어쩌면 우리 사회 전체가 갖고 있는 '효율성'이라는 단일의 잣대를 손봐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여전히 기우뚱 대며 매일을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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