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연합뉴스
대한민국은 'AI 3대 강국(G3)'을 국정 1호 과제로 내걸었다. 2026년 예산에 약 10조 원을 편성하고, 중장기로는 향후 5년간 약 100조 원 규모의 민간투자를 유도하겠다고 예고했으며, 'AI 고속도로'(GPU·NPU 연산장치, 초대형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인프라)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확보를 양대 축으로 삼았다. 올해 1월 시행된 AI기본법은 AI를 개별 산업이 아닌 '국가 핵심 인프라'로 규정했다. 자체 AI 모델이 14개로 미국(128개)·중국(95개)에 크게 뒤처진 현실을 직시한, 방향 자체는 옳은 드라이브다.
문제는 이 야심이 딛고 설 '판'이다. 대한민국의 현재 AI 데이터센터 운영 용량은 약 725㎿이며, 계획 단계까지 합치면 1.2GW에 이른다. 대한민국 전력에 들어온 데이터센터 전기 사용 신청은 2023년 906㎿에서 2027년 7343㎿로 약 8배 폭증했다.
그러나 실제 공급 가능한 전력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데이터센터 최대 추가 수요를 2038년 기준 4.4GW로 잡았지만, 현재 추진 중인 상위 10개 사업만 합쳐도 이 계획을 초과한다. 전력계통영향평가 1차 기술 검토 신청은 지난해 9월 318건에서 12월 511건으로 석 달 만에 60% 넘게 늘었다.
설상가상으로, 수요가 폭증하는 시점에 한전이 위축되고 있다. 경영난에 빠진 한국전력은 송·변전망 투자를 미뤄 2026년까지 약 1조 3000억 원을 절감하는 자구안을 추진 중이다. 데이터센터는 수도권에 몰리는 데 서울의 전력 자립도는 전국 최저다. 'AI 고속도로'를 외치는 사이, 그 고속도로에 흘려보낼 전기를 만들고 나르는 인프라가 뒤로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다음 라운드의 경쟁우위는 더 좋은 GPU 조달이 아니라 안정적·장기적 전력 확보에서 갈린다. 손 회장이 발전사·배터리·온사이트 발전을 직접 품에 안으려 하듯, 우리나라는 장기 전력구매계약(PPA), 자가발전 등을 중요한 투자로 생각하고 있는가? 'AI 인프라 투자'의 일부로 끌어안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AI 고속도로'의 기반은 전력이다. 토대 없는 건물은 없다. 'AI 정책'에 힘을 쏟고 있지만, 구조적 병목을 AI 정책의 일부로 보고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청사진대로 이뤄질 수 없다. 인허가·계통 연계 기간 단축, 송배전망 투자, SMR·원전을 포함한 발전 포트폴리오, 그리고 한전 재무 제약 등 해결해야 할 부분은 많다. 미·일이 통상협정에 전력 자본을 논의했듯, 전력은 이제 산업정책이자 외교 의제다.
특히 전력수급기본계획과 현장 수요의 괴리, 그리고 누구도 언급하지 않는 '블랙아웃' 위험은 입법으로 메워야 할 공백이다. 데이터센터 전력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미국이 '요금 납부자 보호 서약'으로 빅테크에 비용을 지운 사례를 보라), 수도권 집중을 어떻게 분산할 것인가는 법과 제도의 문제다.
구체적 정책 묶음이 필요하다. 발전 포트폴리오에서 SMR과 차세대 원전, 가스, 재생에너지+에너지저장장치(BESS)의 역할을 명확히 나누고, 인허가·계통 연계의 시간을 단축하며, 데이터센터를 전력망의 부담이 아니라 수요 조절에 협력하는 '그리드 파트너'로 설계하는 일이다. 송배전망 투자가 한전의 재무 사정에 좌우되지 않도록 재원 구조를 다시 짜는 일도 마찬가지다. 어느 것 하나 AI 부처만의 일이 아니며,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손정의는 시장이 거위 뱃속의 황금알 공장, 곧 ASI를 보지 못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거위는 먹어야 알을 낳는다. AI라는 거위는 전기에 굶주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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