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ympus XA촬영사진가도 풍경의 일부가 된다. 강한 여름 햇살 아래 남겨진 그림자는 오늘 하루를 기록한 또 하나의 자화상이다.
이재필
우리나라에서 스트리트 스냅은 늘 조심스럽다. 초상권을 고려하면 정면 인물 촬영에는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거리 사진의 재미는 얼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노인의 뒷모습, 시장에서 점심을 먹는 사람들, 골목을 가득 채운 간판,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 길 위에 남겨진 그림자. 사람이 만든 흔적과 시간이 쌓인 공간은 얼굴 없이도 충분히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진은 사람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지나간 시간을 기록하는 일이기도 하다.
오래된 카메라가 알려주는 가장 중요한 것
필름을 현상한 뒤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화질이 아니었다.
'역시 들고 나가길 잘했다.'
사진은 결국 카메라가 찍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간 사람이 찍는다. 최신 카메라가 아무리 뛰어나도 서랍 속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반면 Olympus XA는 너무 작아서, 너무 가벼워서 '오늘은 그냥 산책이나 할까'라는 마음을 사진으로 이어 준다. 그것이 이 카메라가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카메라는 점점 더 선명해지고 더 똑똑해졌다. 하지만 XA를 손에 쥘 때마다 내가 기대하는 것은 해상력이 아니다. 슬라이딩 커버를 미는 감각, 뷰파인더 안에서 두 개의 상이 하나가 되는 순간, 그리고 셔터를 누르기 직전의 아주 짧은 침묵.
그 짧은 과정이 사진을 다시 천천히 바라보게 만든다. 그래서 오래된 카메라는 언제나 새로운 하루를 선물한다. 그리고 Olympus XA는 그 사실을 가장 작은 몸으로 가장 크게 증명해 낸 카메라 가운데 하나다.
▲Olympus XA촬영이 작은 카메라와의 여행은 독특한 풍경도 순간적으로 포착해준다.
이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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