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클> 스틸컷
유니버설픽쳐스
앞서 지적했지만, <마이클>은 마이클 잭슨이라는 인물을 오직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뾰족하게 드러나는 억압-반항이라는 단순한 구도에서 밋밋하게 형상화한다. 아쉬운 지점이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이 보여주는 예술가의 내면은 따져볼 지점이 있다. 영화는 명료하게 마이클을 피터 팬 신드롬(Peter Pan Syndrome)의 사례로 제시한다.
이 증상은 육체적으로는 성인이지만 심리적으로는 어른의 사회로 진입하는 것을 거부한 결과로 나타난다. 이것은 영원히 어린이로 남아 있는 동화 속 피터 팬처럼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닌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하는 성인이 된 자신의 위치를 (무)의식적으로 거부하고 어린이의 상태에 머물고자 하는 성향이다. 그 원인은 통상 유년기의 결핍 또는 과보호 때문에 발생한다.
부모의 과도한 보호로 인해 독립성을 기르지 못하는 사례로는 인기 청소년 소설인 <해리 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해리의 사촌인 더들리를 꼽을 만하다. 하지만 마이클 잭슨의 경우는 영화에서 과도하다 싶게 묘사되는 억압적인 아버지 조 잭슨과의 관계가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얼마나 실제 사실과 부합하는지는 따져봐야겠지만, <마이클>에서 아버지 조 잭슨은 잭슨 가족 자체가 팔아먹을 수 있는 음악 브랜드가 돼야 하므로 개개인의 개성을 지우길 요구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생각하지 마"라고 되풀이해서 말한다. 조 잭슨은 가부장적 권위의 전형적인 상징이다. 그는 자기 생각만이 정답이라 여기고 그걸 강요한다. 그런 강요에 따르지 않을 때 그는 폭력조차 주저하지 않는다.
<마이클>을 보면서 내가 가졌던 질문은 이것이다. 왜 어머니 캐서린 잭슨은 조 잭슨의 전횡과 폭력을 수수방관했나? 마이클이 고통을 호소할 때 캐서린은 아들을 위로하지만, 그건 일이 벌어진 다음의 일이다. 물론 마이클이 성장했던 1960년대~1970년대의 상황에서 조 잭슨 같은 흑인 노동자 계층에서는 가정 안에서의 가혹한 체벌을 범죄나 마약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는 필요한 훈육으로 간주했다는 것, 조 잭슨은 가족 밴드 잭슨 파이브의 매니저로서 경제권과 절대적인 권력을 장악했기에 캐서린이 남편의 폭력적인 통제 방식을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정황을 고려할 수는 있다. 그래도 보면서 불편한 마음은 여전했다. 하지만 이런 폭력적인 아버지-자식 관계는 마이클 잭슨에게 음악이 가졌던 의미를 살펴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이클은 아버지 때문에 어린 시절을 통째로 박탈당해 성인이 된 후 결핍된 유년기를 보상받으려는 무의식적 갈망을 지니게 된다. <마이클>에서는 마이클이 피터 팬 동화책을 자주 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것은 성인이 된 후 그의 생전에도 논란이 되었던 어린이들과의 관계로, 사람들이 아니라 동물·장난감에 둘러싸여 잃어버린 어린 시절을 보상받으려 하는 강렬한 심리적 기제로 작동한다. 마이클이 가족에게서 독립해서 거주한 저택에 피터 팬이 살았던 네버랜드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마이클을 피터 팬 신드롬의 희생자라고 보는 건 신중해야 한다. 마이클이 폭력과 이해관계가 지배하는 성인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지녔고 복잡한 인간관계 등 어른의 세계가 요구하는 무거운 짐을 감당하는 것에 심리적 부담을 느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부담감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그리고 아버지의 억압에서 벗어나는 수단으로 음악을 선택한다.
<마이클>에서 어린 마이클은 녹음실에서 음악을 녹음하면서 자신을 배려하고 응원해 주는 진짜 어른을 알게 된다. 마이클이 계약을 맺은 모타운 레코드의 프로듀서는 시시콜콜 간섭하는 조 잭슨의 입을 다물게 한다. 어린 마이클에게 음악 편집의 여러 기능을 알려주며 한편의 음악이 완성되기까지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알려준다. 그리고 덧붙인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자신에게 물어보라고.
이런 과정을 통해 마이클은 음악이 자신을 옭아매는 억압의 굴레에서 벗어날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된다. 결국, 상처받은 어린 영혼을 살게 해준 건 어른다운 어른의 존재와 예술이라는 매체였다. <마이클>은 단지 재미있는 음악영화가 아니라 어린 예술가가 독립적 주체가 되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상처와 투쟁의 의미를 보여준다. '참교육'의 이름으로 학대당하는 한국의 수많은 어린 마이클들을 떠올리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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