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아파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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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제쳐두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택 보유세 강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마치 초고가 1주택에 대한 과세 강화만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듯이 초고가 주택의 기준을 얼마로 잡을지에 온 관심을 기울였다. 또 실거주냐 비거주냐, 서민·중산층용이냐 아니냐, 초고가 주택이냐 아니냐에 따라 차등 과세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과녁을 완전히 벗어난 발언이었다. 현상 파악과 해법이 모두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강조한 차등 과세는 조세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리고 시장을 왜곡하는 주범이다. 주택 수나 거주 여부, 또는 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세금을 깎아주거나 징벌적으로 부과하는 방식은 겉보기에는 핀셋으로 투기 수요만 솎아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세를 징벌과 시혜의 수단으로 전락시킬 뿐만 아니라 시장 참가자들로 하여금 세제의 약한 고리를 찾아 움직이게 유도함으로써 각종 편법과 부작용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형평성 논란이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노무현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한 이래 시간이 지나면서 각종 차등 과세가 도입되어(여기에는 헌법재판소와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크다), 형평성 논란과 함께 제도의 사회적 수용성을 떨어뜨리는 일이 발생했다. 게다가 윤석열 정권은 종부세 무력화 정책으로 제도 본연의 기능, 즉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의 가격 안정을 도모'(종합부동산세법 제1조)한다는 목적을 현저하게 훼손했다.
따라서 보유세 정책에서 당장 시급한 과제는 가능한 한 차등 과세를 해소하여 '가액 중심의 일률 누진과세'를 복원하는 일과 종부세를 재강화하는 일이 될 수밖에 없음에도, 이재명 대통령은 이에 역행하거나(더 복잡한 차등 과세로), 아니면 실질적인 보유세 강화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정책(초고가 1주택에 대한 과세 강화)을 제안하는 쪽을 선택하고 말았다.
대통령이 선택한 것으로 보이는 부동산 정책 방향은 어설픈 '핀셋 규제'로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오만'에서 비롯되었거나, 아니면 어차피 부동산 문제 해결은 어려우니 그런 식의 시늉만으로 책임을 모면하려는 마음에서 나온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우기가 어렵다.
사실 보유세 강화를 꺼리는 이재명 대통령의 내심은 2026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세금이란 국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인데, 이런 규제의 수단으로 전용하는 건 바람직하지는 않아요"라고 말했던 데서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대통령은 21대 대선을 치르면서도 이런 유의 발언을 몇 차례 반복한 바 있고, 23일 토론회 대통령 모두 발언에서도 유사한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나는 <오마이뉴스> 2026년 1월 23일 자 칼럼 <
이 대통령 입에서 끝내 나오지 않은 말, '위험한 신호'다> (
https://omn.kr/2gsdz)에서 대통령의 이런 조세관은 21세기 대한민국 대통령의 말이 아니라, 19세기 야경국가 시절 경비병의 낡은 레퍼토리처럼 들린다고 비판한 바 있다. 시장 실패가 완연하고 불평등과 양극화가 극에 달한 한국 사회에서, 국가가 조세의 교정 기능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직무 유기라고 반박하면 뭐라 대답할지 궁금하다.
빗나간 주택 공급 정책, 토지 공공성 회복으로 패러다임 바꿔야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권을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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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해결이 어려울수록 정치적 셈법에 따른 미봉책에 기대지 말고, 원칙을 확인한 다음 그에 부합하는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구상하는 부동산 정책이 원칙에 기초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주택 공급에 관한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대통령은 서울 시내에 택지가 부족해서 주택 공급을 마음껏 할 형편이 아니라고도 했고, 토지의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인 토지임대부 주택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주택 공급에서 가장 시급하게 시정해야 할 것이 국가가 국공유지 확보를 등한히 해 왔고, 민간 사유지를 강제수용해 조성한 공공택지와 기존 국공유지를 민간에 팔아버리는 짓을 계속해 왔다는 점이다. 지금 국가는 주택 공급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서 민간 건설업자에게 토지를 팔거나 직접 주택을 지어서 민간에 분양하는 일을 중단하는 대신, 국공유지를 유지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나 토지임대부 주택의 공급에 주력해야만 한다.
이 원칙에 입각해서 서울과 수도권에 주택 공급을 확대하려고 한다면 결코 집 지을 땅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우리 사회에서 활발하게 논의되어 온 용산 정비창 활용이나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지방 이전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공공임대주택이나 토지임대부 주택을 의미 있게 공급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국가가 민간 분양주택 공급에 관해 정책을 세우고 목표 물량을 잡는 일은 정말 난센스다. 부동산 시장 만능주의자들은 국가가 이런 일을 해야 시장원리를 존중한다고 평가하는데, 그것이야말로 국가의 노골적인 시장 개입 아닌가.
부동산 불로소득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거창한 구호가 태산명동서일필의 촌극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정치적 셈법과 미세조정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동산 조세 정책은 가액 중심의 일률 누진과세를 통한 공정한 불로소득 환수라는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야 하며, 공급 정책은 국공유지 확충과 공공임대주택 및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이라는 공공성의 원칙 위에 다시 세워야 한다. 부동산 공화국 혁파라는 시대적 과제는 기득권의 반발을 두려워하며 변죽만 울리는 겁쟁이의 행보로는 결코 이룰 수 없다.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묵직하게 밀고 나가는, 진정으로 태산을 움직일 만한 정책적 결단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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