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7.27 16:46최종 업데이트 26.07.27 16:46
  • 본문듣기
영주납공장반대시민연대는 2025년 6월 26일 오후 1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영주역 광장에서 납공장 반대 규탄대회를 열었다.
영주납공장반대시민연대는 2025년 6월 26일 오후 1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영주역 광장에서 납공장 반대 규탄대회를 열었다.조정훈

필자가 경북 영주시에 추진되던 납 2차제련 공장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022년부터다. 지역 주민들이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다(필자는 영주시 납폐기물제련공장 행정소송에 보조참가를 한 주민들의 소송대리를 맡았다). 당시 내성천보존회 등의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납공장 반대대책위를 구성해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었다.

필자에게도 납 2차제련은 생소한 문제였기에, 많은 자료들을 조사하는 등 실체 파악에 나섰다.


납 2차제련은 자동차 등에서 나오는 폐배터리(폐납산배터리)를 녹여서 납괴를 만드는 산업이다. 1차 제련이 광석에서 납을 뽑아내는 것이라면, 2차 제련은 폐기물에서 납을 뽑아내는 것이다.

당시 납 2차제련 공장은 전국적으로 이미 10여개가 넘는 상황이었고, 추가로 어떤 업체가 경북 영주에 신규 납2차 제련 공장을 세우려는 것을 주민들이 알게 되면서 반발이 일었다.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또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은, '대한민국은 유해폐기물 수입국가'라는 것이다. 납 2차제련이 '돈이 되는 사업'이 되면서, 국내에서 나오는 폐배터리 뿐만 아니라 수입까지 해서 제련을 하는 업체들도 있었던 것이다. 찾아보니,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많은 폐배터리를 수입하는 국가였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 아프리카에서까지 폐배터리를 수입하고 있었다.

그래서 2023년 이 문제로 <오마이뉴스>에 기고를 한 적도 있었다. 당시에도 많은 시민들이 이런 유해폐기물을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했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런 유해폐기물을 수입하려면 기후에너지환경부(아래 환경부, 지방환경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환경부는 계속 허가를 해 주고 있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운영하는 통계포털에 따르면, 2023년에도 폐납산배터리(허가대상폐기물) 수입량은 47만톤이 넘었다(관련기사 : 아직도 폐기물을 수입하는 나라, 대한민국 https://omn.kr/24gn2)

업체들, 대기오염 발생량 축소?

납 2차제련은 대기오염물질을 대량으로 배출하는 사업이다. 폐배터리를 녹이는 과정에서 먼지, 황산화물도 대량으로 발생하고 납과 같은 중금속도 대량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주민들도 모르게 이런 공장들이 대한민국 곳곳에 들어서 왔다. 그리고 지난해, 영주에 추진되던 납 2차제련 공장과 관련해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다.

영주납폐기물제련공장반대대책위는 해당 업체가 시에 제출한 자료엔 연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16.07톤이라고 돼 있지만, 실제 배출량은 연간 3500톤에 이를 것이라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해당 업체가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을 수백분의 1로 축소해서 환경부 인허가 대상에서 벗어난 뒤 영주시장의 허가만을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업체 측은 배출계수 적용에 어떤 위법도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경북매일>은 "(해당 업체가) 배출계수 적용에는 위법함이 없으며 사건 확정판결로 위법성에 대한 문제가 확실히 확인 됐다는 입장이다"라며 '민원 제기 후 두 곳의 전문기관으로부터 배출계수가 적절하게 적용됐음을 확인했다'는 업체 입장을 보도했다.

(2022년부터 시작된 영주시와 해당 업체간 행정소송은 1심은 영주시 승소, 2심은 업체가 승소했다. 이후 지난 4월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업체가 최종 승소했다. 다만, 지난 7월 9일 영주시는 공장 설립을 불승인했다.- 편집자 말)

사실 문제는 영주만이 아니다. 이미 다른 곳에는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을 수백분의 1로 축소해서 가동 중인 공장들도 있었다. 대규모 환경재앙이 우려되는 상황인 것이다.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은 발생량을 기준으로 방지시설을 설치해서 최종 배출되는 배출량을 줄이게 되어 있다. 그런데 발생량을 수백분의 1로 축소하면 방지시설도 허술하게 갖추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납과 같은 유해물질이 대량으로 배출되어 인근 주민들의 건강을 해치고 환경오염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상황이 심각해 보이는데도 환경부의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이슈가 되었다. 지난해 여름 영주에서 납 2차제련 공장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자, 정혜경 국회의원(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진보당)이 국정감사에서 환경부에 실태조사 등을 요구한 것이다.

충격적인 실태조사 결과

영주납공장반대시민연대는 2025년 6월 26일 오후 1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영주역 광장에서 납공장 반대 규탄대회를 열었다.
영주납공장반대시민연대는 2025년 6월 26일 오후 1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영주역 광장에서 납공장 반대 규탄대회를 열었다.조정훈

환경부의 실태조사 결과 그동안 필자와 주민대책위, 환경단체들이 제기해 왔던 문제가 일정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을 대폭 축소해서 가동해 온 공장 5곳이 적발됐다. 환경부는 최근 정혜경 국회의원실에 납 2차제련 공장들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그 결과를 보면 정말 충격적이다.

그동안 행정관청에 신고됐던 대기오염물질 발생량보다 실제 발생량이 93배에서 1106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비철(대구 달성군)은 8.6톤으로 신고했는데 실제는 2340톤(272배)으로, ▲소니드리텍(경북 고령군)은 10.5톤으로 신고했는데 실제는 1128톤(107배)이었다. ▲엔케이합금메탈(경북 경주시)은 312배, ▲코바(경남 함안군)는 93배, ▲에스제이(SJ)메탈(광주 광산구)은 3.4톤에서 3762톤으로 무려 1106배 차이가 났다. 그리고 법령으로 정해진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공장들이 어디인지도 드러났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같은 곳이다.

이 정도면 대규모 환경재앙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혜경 의원실 보도자료에서 인용한 환경부 실태조사 결과
정혜경 의원실 보도자료에서 인용한 환경부 실태조사 결과정혜경 의원실

당장 가동중지시키고, 유해폐기물 수입 전면 재검토해야

환경부는 뒤늦게 이 공장들이 환경부 통합허가(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이 연간 20톤 이상이면 환경부에서 통합허가를 받게 되어 있다)를 받도록 하고, 해당 공장들이 있었던 경북 고령군과 경남 함안군 지역에서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
하지만, 그것으론 충분하지 않다. 그야말로 솜방망이 대책이고, '면피성 대책'에 불과하다. 우선 지금까지 이런 심각한 문제를 방치해 온 환경부는 책임을 져야 한다. 장관이 국민에게 사과하고, 전면적인 피해조사를 해야 한다. 얼마나 많은 주민들이 납과 같은 유해물질에 노출됐을지 가늠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문제가 된 공장들의 가동을 당장 중지시켜야 한다.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을 축소한 공장들을 계속 가동할 수 있게 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 제22조에 따르면 통합허가를 받지 않고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을 운영한 경우에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조업중지를 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딱 이런 경우들이다.

그리고 유해폐기물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 외국의 납폐기물까지 수입해서 국민에게 들이마시게 하는 정부를 과연 대한민국 정부라고 볼 수 있을까?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