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7.28 07:12최종 업데이트 26.07.2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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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마을이 초토화된 모습.최병성

산이 무너져 내렸다. 빗물과 함께 바윗덩어리들이 마을을 덮쳤다. 밀려온 토사에 주택이 휩쓸려가며 주민 2명이 사망했다.

산사태가 지나간 마을 모습은 처참했다. 주택과 길이 사라졌다. 농작물 가득했던 밭이 자갈밭이 되었다. 토사와 함께 구르던 자동차는 휴지 조각이 되었다.


이곳은 지난 2023년 7월 경북 예천에서 발생한 산사태 현장이다. 산 능선부에 있는 임도가 산사태의 시작점이었다. 이 임도는 예천양수발전소의 상부댐 관리용 도로였다.

산 능선부에 만든 예천 양수발전소의 상부댐 관리용 도로에서 산사태가 시작되었다.최병성

양수발전소는 낮은 곳에 위치한 하부댐의 물을 위의 상부댐으로 끌어 올린 후 물을 다시 떨어트려 전기를 생산하는 구조다. 하부댐과 상부댐과의 높이 차이가 클수록 전기 생산 효율이 높다. 그래서 경사진 높은 산이 있는 곳에 양수발전소가 세워지는데, 상부댐 관리를 위해 만든 임도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타당성이 부족한 강원도 홍천 양수발전소 건설

산허리가 싹둑 잘려 나갔다. 이곳에 자리하던 크고 우람한 잣나무들이 사라졌다. 도로 건설을 위한 공사 때문이다.

울창했던 잣나무 숲의 허리가 잘려 나갔다.최병성

이곳에 도로가 없기 때문에 울창한 숲을 훼손하는 공사를 하는 것일까? 아니다. 공사 현장 바로 아래 2차선 도로가 있다. 이미 도로가 있음에도 왜 높은 교각을 세우고, 다리를 연결할만큼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큰 공사를 하는 것일까?

이미 2차선 도로가 있음에도 대규모 도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최병성

이곳은 강원도 홍천에서 춘천 동면으로 이어지는 깊은 산속의 한적한 56번 국도다. 차량 통행량도 많지 않은 산속에 왜 많은 돈을 들여 새 도로를 건설하는 걸까? 공사 현장에 세워진 '홍천양수 국도 56호선 이설도로 건설공사' 입간판에 적힌 발주자는 한국수력원자력㈜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건설 중인 홍천 양수발전소 현장이었다. 양수발전소 중 하부댐으로 인해 수몰되는 도로를 위쪽으로 이설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홍천양수발전 조감도. 하부댐 건설로 인해 도로와 주택들이 수몰될 예정이다.한국수력원자력

홍천양수발전소의 상부댐과 하부댐이 들어설 곳의 모습이다. 도로와 주택과 마을이 물에 잠기게 된다.최병성

홍천 풍천리 주민들이 양수발전소 반대 이유

한국수력원자력㈜은 강원도 홍천을 비롯해 충북 영동, 경기 포천, 경남 합천, 경북 영양 등 5곳에 총공사비 8조 6천억 원을 들여 양수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풍천리에 들어서자 곳곳에 주민들의 절절한 목소리가 담긴 현수막들이 눈에 들어왔다.주민들은 이곳에 양수발전소가 들어서면 평생을 살아온 터전에서 쫓겨나야 한다. 하부댐에 채우는 물로 인해 주민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주택이 물에 잠기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양수발전소를 반대하는 이유는 더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함이 아니다. 반대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살던 대로 살고 싶다"

살던 대로 살고 싶다며 양수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현수막이다.최병성

주민들은 8년 전 입지 선정 과정부터 반대해 왔다. 이들은 오랜 시간 포기하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첫째, 양수발전소가 들어서는 홍천 풍천리 일원은 국내 유일한 100년 잣나무 숲으로 국내 잣 생산량의 62%를 차지한다.

둘째, 천연기념물 산양을 비롯해 멸종위기종 야생동식물들이 살아가는 곳으로 소중한 자연환경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함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지난 7월 4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홍천 양수발전소 현장을 찾았다. 김 장관은 풍천2리 마을회관에서 주민들을 만났고 주민들의 양수발전소 백지화 요구를 청취했다. 김 장관은 이 사업의 위법 여부를 점검한다며 한 달간 공사 중단을 주문했고, 한 달 뒤 주민들을 환경부로 초대해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밝혔다.

지난 4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풍천이 홍천양수발전소 현장을 찾아와 마을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풍천리 마을 대책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한 달간 검토한다고 그동안 진행해 온 국책사업을 백지화할 수 있을까? 이미 도로 공사가 시작되었으니 지금까지 진행된 공사비에 대한 매몰 비용 때문에 사업 백지화가 불가능하다며 한 달이라는 시간만 연장한 것으로 끝나지 않을까?

이 사건의 해결 방법은 김 장관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난해 12월 1일 김 장관은 기자 간담회에서 "기존 댐에 상부댐만 지으면 양수발전이 되는 곳을 확인했고 경제성을 확인 중"이라고 강조했다.

답은 바로 이것이다. 양수발전소 건설을 위해 하부댐과 상부댐을 건설하면 비용은 물론 환경파괴가 크고, 주거 지역 수몰로 쫓겨나는 주민들이 발생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엔 댐이 많다. 이미 있는 댐을 이용해 상부댐만 건설하면 건설 비용이 대폭 절감되고, 7~10년 가까이 소요되는 건설 기간도 단축되며, 환경파괴가 작고, 수몰로 쫓겨나는 주민들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에 많은 댐을 하부댐으로 이용하여 양수발전소를 건설하면, 비용과 환경 피해도 줄고, 수몰되어 쫓겨나는 주민도 없다. 사진은 정부가 양수발전 검토하는 댐 중에 하나인 임하댐의 모습이다.최병성

기존 댐을 이용한 양수발전에 대한 김 장관의 발언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이미 1년 전 조사한 근거에 의한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2024년 진행한 연구용역을 통해 기존 댐을 활용해서 양수발전소를 짓는 것을 검토한 결과, 공사비가 대청댐 4489억 원, 충주댐 6226억 원, 안동댐 2937억 원, 임하댐 2218억 원, 주암댐 1360억 원, 합천댐 5689억 원으로 나타났다.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에 비해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추진하는 5개 양수발전소 총 건설 비용은 8조 6천억 원이다. 이 중 홍천 양수발전소 건설비용은 1조 7천억 원이 넘는다. 김 장관의 발표처럼 기존 댐을 이용해 양수발전을 할 경우 홍천양수발전소 건설 비용 1조 7천억 원으로 최소 3개에서 8개의 양수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다.

정부는 이미 도로 이설 공사가 시작되었다며 홍천 양수발전소 사업 백지화에 대해 머뭇거리고 있다. 하지만 댐 본 공사는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 도로 이설 공사 일부만 시작한 것뿐이다. 매몰 비용이 얼마 되지 않는다.

홍천 양수발전소 본 공사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2026년 7월 현재, 이제 겨우 도로 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도로공사도 완공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최병성

특히 홍천 양수발전소는 2026년 1월 공사를 시작해 2032년 12월 완공하는 총 7년 짜리 공사다. 기존 댐을 이용해 양수발전소를 건설한다면 하부댐 건설 비용이 필요 없고, 공사 기간 역시 대폭 축소된다. 홍천양수발전소를 백지화하고, 다른 댐을 이용한다면 더 많은 양수발전소를 더 빠른 시간에 완성할 수 있고, 더 많은 전기를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다. 홍천 양수발전소 백지화가 도로공사에 들어간 매몰비용보다 국가에 더 큰 이익이 된다.

홍천양수발전소가 들어설 풍천리 현장 모습이다. 기존에 있는 댐을 이용해 양수발전을 하면, 사진처럼 하부댐을 짓기 위한 공사와 환경파괴와 수몰로 인한 주민 이주도 필요 없다. 지금 당장 멈추는 것이 국가에 더 큰 이득이다.최병성

서남권 반도체에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위해서

홍천 양수발전소 건설을 백지화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또 있다. 최근 이재명 정부는 광주 군 공항 부지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서남권 지역 양수발전소 건설이 필수가 된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홈페이지에 양수발전에 대해 "전력수요가 적은 심야의 저렴한 전력을 이용하거나, 주간시간대 태양광으로 발생하는 과잉 출력을 저장하였다가, 전력수요가 증가할 때 상부댐의 물을 하부댐으로 낙하시켜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최근엔 양수발전의 필요성에 대한 명분으로 낮의 태양광 발전의 과잉 출력을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하고 있다.한국수력원자력

과거엔 양수발전의 필요성을 '원자력 발전과 석탄 발전에서 밤에 남아도는 전기를 이용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엔 낮에 태양광의 과잉 출력을 저장하기 위함이라고 양수발전의 타당성이 수정되었다.

바로 이거다. 강원도 홍천엔 태양광이 없다.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를 유치한 광주 군공항 부지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태양광이 있다. 태양광이 없는 홍천의 양수발전 건설이 백지화되어야 하는 이유다. 송전탑 건설을 위한 추가 비용 및 사회적 갈등 유발이 줄어드는 이점도 크다.

호남에는 태양광과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가 가장 풍부하다. 태양광·풍력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양수발전소는 필수다. 호남에서 먼 강원도 홍천 양수발전소를 취소하고, 호남 인근에 양수발전소를 건설해야 하는 이유다.최병성

홍천 양수발전소를 반드시 백지화해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 지난해 12월 17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김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양수발전소의 효율이 70~80%에 이른다고 보고했다. 하부댐에서 물을 끌어 올리는데 100원의 전기 비용이 든다면, 상부댐에서 물을 떨어트려 70~80원어치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수발전소는 낮은 경제성뿐만 아니라, 가동률이 극히 낮다는 점이 잘 알려져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홈페이지에서 국내 가동 중인 양수발전소의 2017년~2024년 가동률을 찾아보았다. 평균 6~9%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양수발전소를 가동하는 날이 100일 중 6~9일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효율이 70~80%에 불과한데, 가동률마저 6~9%로 낮다. 양수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는 아주 비싼 전기이며, 양수발전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이유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국내 운영 중인 전국의 양수발전소의 2017~2024년까지 가동률 현황이다. 평균 10%가 채 되지 않는다.한국수력원자력

양수발전소의 가동률이 극히 낮은 이유를 한국수력원자력 홈페이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양수발전은 '발전소의 고장 또는 대규모 정전 등의 돌발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필요하다.

양수발전소는 매일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이 아니라, 남는 전기를 이용해 물을 퍼 올린 후 혹시 모를 정전과 돌발 사고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그런 돌발 사고가 흔치 않다.한국수력원자력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개최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대한민국은 1년 365일 중 한여름과 한겨울 피크 시기를 제외하고 약 360일 정도는 전기가 남는다"라며 대책 강구가 필요함을 지적했다.

대한민국은 전기가 360일 남아도는 나라다. 그럼에도 단 며칠간의 냉·난방 수요를 맞추기 위해 지금도 수조 원을 들여 발전소를 짓고 있으며, 나머지 기간에는 발전 설비가 가동을 멈춘 채 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전기가 360일 남아돌고 있으니 70~80% 효율에 불과한 양수발전을 굳이 가동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양수발전의 낮은 가동률 해결 방법은

양수발전소의 낮은 가동률은 수질악화라는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한다. 양수발전은 하부댐에 고인 물을 상부댐으로 끌어 올려 전기를 생산하기를 반복한다. 만약 가동률이 낮으면 하부저수지 내 물의 정체 시간이 길어지며 수질 악화가 되고, 하부댐의 오염된 물을 방류할 경우 하류지역에 다양한 문제를 연쇄 유발하게 된다.

수도권은 전국에서 끌어온 전기가 넘쳐난다. 홍천에 양수발전소를 건설해도 가동률이 극히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서남권 반도체 전기 공급을 위해 호남 인근에 양수발전소를 건설하면, 태양광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양수발전 가동률이 높아지고, 수질 악화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이뿐 아니다. 기존 댐을 이용한 양수발전은 비용뿐만 아니라 수질 악화를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양수발전소의 하부댐은 수량이 한정되어 고인 물의 부영양화가 심각해지지만, 기존 대형 다목적댐을 이용하면 공급되는 물량이 많아 양수발전에 의한 수질 악화 위험이 줄어든다.

정부는 전남 장흥댐과 나주댐, 동복댐 등을 서남권 반도체 전기 공급을 위한 양수발전 적지로 검토하고 있다. 장흥댐은 해발고도 350~500m의 높이로 양수발전이 가능하며, 인근에 민가가 많지 않아 혹시나 모를 상부댐 임도의 산사태 피해로부터 자유롭다.

이재명 정부는 임기 내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위해서라도, 호남 인근의 댐을 이용한 양수발전소 건설이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가 아닐까?

광주 군 공항 부지에 세워질 반도체 클러스터에 가까운 장흥댐 모습이다. 해발고도 350~500m로 양수발전이 가능하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가 이재명대통령 임기 안에 완성되어 가동되려면 호남권의 신속한 양수발전 건설도 필수다.최병성

미래 국가 좌초 자산이 될 양수발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세계는 태양광 설치가 급증하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 Renewable Power Generation Costs>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 설치 단가가 2010년 대비 2024년에 무려 87%이상 하락했다.

태양광 설치 비용이 2010년 대비 2024년엔 87%로 줄어들었다.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보고서에 따르면, 규모가 증가되면 기술의 진화가 빨라지고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는 것은 태양광뿐 아니라 태양광 전기를 저장하는 배터리도 동일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배터리 및 안전한 에너지 전환(Batteries and Secure Energy Transitions)' 보고서를 통해 '배터리 비용이 지난 15년 동안 90% 이상 하락했고, COP28에서 합의한 2030년 에너지 용량 3배 증대를 위해서는 1500GW의 에너지 저장장치가 필요하며, 이중 1200GW는 배터리로 충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태양광 전기 저장을 위한 배터리 저장장치(BSS)의 용량과 안전성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가격 역시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홍천 양수발전소 건설 기간은 7년이다. 앞으로 태양광 및 배터리(BSS)의 가격과 용량 변화는 실로 엄청날 것이다.

양수발전소는 엄청난 예산을 퍼부어 만들었지만, 지금도 경제성이 극히 낮다. 배터리의 기술 개발이 급속도로 빨라지는 5년, 10년 뒤에 양수발전소는 심각한 '국가 좌초 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홍천 양수발전소를 백지화하고, 호남의 댐을 이용한 양수발전으로 변경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서남권 반도체의 안정적인 전기 공급 및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양수발전소는 태양광이 풍부한 호남에 건설하는 것이 타당하다. 홍천 양수발전소 백지화는 홍천 풍천리 주민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국가의 경제적인 이득과 호남권 반도체 성공을 위한 길이다.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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