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24일,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있다. 남우근 소장은 노란봉투법을 가짜 3.3 계약 기획감독과 함께 이재명 정부 대표적인 비정규직 정책으로 꼽았다.
연합뉴스
비정규직 관련 국정과제는 상당 부분이 아직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미 추진되고 있거나 구체적으로 발표된 정책을 토대로 그 내용과 의미를 평가해본다.
첫째,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정책을 살펴보면, 국정과제에는 "공공부문 상시지속·생명안전업무 정규직 고용 원칙 확립"으로 포함되어 있다.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책'(2026.4.)에는 ▲ 1년 미만 기간제에게 공정수당(정규직과의 처우 격차를 보전하기 위해 지급하는 수당) 지급 ▲ 공공부문 적정임금(최저임금의 118%)에 대한 예산 반영 ▲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 내실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공공부문 도급 운영 개선방안'(2026. 4.)에는 ▲ 적정 낙찰률 보장으로 근로조건 개선 ▲ 도급계약기간 2년 이상 보장 등 도급노동자 고용안정 강화 ▲ 공공부문 하도급 제한 및 사전심사제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책은 역대 민주진보계열 정부가 추진한 대표적인 정책이다. 별도의 입법이 필요하지 않고,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관련해 여러 대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 발표는 주로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비정규직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정규직화 정책은 빠져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은 '상시 지속업무에 대한 정규직 채용 원칙'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이다. 정책(가이드라인) 수준을 넘어서는 규정력을 갖는 방식으로 고용원칙을 수립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바뀔 때마다 유사한 정책이 되풀이되지 않을 수 있다.
둘째, 가짜 3.3계약 근절을 위한 기획 감독에 대한 것이다. 실제로는 노동자인데도 프리랜서인 것처럼 위장해 4대보험 가입, 퇴직금 지급 등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회피하며 3.3%의 사업소득세만 원천징수하는 이른바 가짜 3.3계약의 근절이 시급하다. 노동부가 발표한 '가짜 3.3 위장고용 의심 사업장 대상 기획 감독 착수 보도자료'(2025. 12. 4.)와 '가짜 3.3 의심사업장 수시감독 결과 2차 보도자료'(2026. 3. 19.)를 살펴보면, 108개소 사업장에 대한 감독을 통해 72개소 사업장에서 법 위반을 확인했다.
노동법상의 사용자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가짜 3.3 계약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노동부의 기획감독은 늦었지만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근로자성이 모호한 경우가 아니라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막무가내 3.3% 계약, 5인 미만 사업장 위장 등)에 대해서는 관련 업종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왜곡된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
셋째, 일하는 사람의 권리 보장 관련 사업이다. 입법 추진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정부추진안('일하는사람기본법안'은 김태선 의원 대표발의안, '근로자 추정제'는 김주영 의원 대표발의안)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일하는사람기본법은 사회보험 가입 확대, 산업안전보건법 확대 적용 등 실질적인 보호 효과가 반영되도록 해야 하고, 근로자 추정제 역시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고용지위 판단기준을 포함해야 한다. 그래야만 입법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차별과 배제를 걷어내는 힘 있는 실천 절실
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 국정과제는 탄핵광장에서 제기된 사회대개혁 과제인 '차별과 배제 없는 일터', '보편적 노동권 보장'을 기본 바탕으로 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국정과제의 충분성을 논하기보다는 정리된 국정과제가 충실하게 이행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서 국정과제 평가에서도 언급했지만 노동기본권 입법 과제는 내용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ILO, EU 등에서 진행되어 온 국제적 흐름에 맞춰 노동권이 실효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문재인 정부에 견줘 '정규직 전환'보다는 '처우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이 여전히 남용되는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 방향이다. 처우개선 역시 미룰 수 없는 과제이지만, 지방자치단체와 교육기관 등 비정규직 남용이 되풀이되는 것을 방지할 정책이 필요하다. 가이드라인 방식의 정책을 넘어서 법령을 통해 규정력 있는 고용원칙이 수립되어야 한다.
민간영역 비정규직 문제는 직접고용 비정규직(기간제법의 사용사유제한 도입), 간접고용 비정규직(용역회사 변경시 고용 보호 법률), 특수고용 비정규직(고용지위 오분류 해결을 위한 근로자성 추정제 도입) 등 핵심과제들이 지난 20여 년간 제기되어 왔지만 사회적 논의는 여전히 더딘 상태다. 이 중 '용역회사 변경 시 고용보호'는 국정과제에 포함되어 있는데, 구체적인 추진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
'고용지위 오분류 문제 해결'은 국정과제에 '근로자 추정제'로 포함되어 있고, 정부안이 의원입법 형식으로 발의됐지만 내용 보완이 필요하다. 기간제법 개선과 관련해서는 2년 기간제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 등이 일부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다. 이미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천명한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이라는 대책을 민간 부문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 노동정책 1년은 노란봉투법 시행과 가짜 3.3 계약 기획감독처럼 손에 잡히는 성과도 있지만, 비정규직 정책의 핵심 과제인 일하는사람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는 여전히 실효성이 미흡하다. 탄핵 광장이 요구했던 것은 차별과 배제를 실제로 걷어낼 수 있는 힘있는 실천이었다. 남은 임기 동안 정부가 스스로 제시한 123개 과제를 '선언'을 넘어 '집행 가능한 법·제도'로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이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 성과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 칼럼은 지난 7월 15일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일하는시민연구소,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공동주최한 '이재명 정부 노동정책의 제도 개혁과 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필자가 발표한 '이재명 정부 비정규직 정책에 대한 평가와 제언 : 무엇을 하고자 했고, 어디까지 왔나?' 원고를 바탕으로 작성함.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본인
필자 소개 : 남우근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주요관심은 돌봄노동,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입니다. 보건복지자원연구원 정책연구위원, 우분투재단 운영위원, 노동공제연합 풀빵 운영위원 등 노동 관련 단체의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주요 저서는 <다시 묻는 사용자책임 - 간접고용 노동 실태와 해법>(공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의 길>(공저)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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