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7.29 17:02최종 업데이트 26.07.2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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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2027년 적용 최저임금 결정 이의제기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2027년 적용 최저임금 결정 이의제기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7일,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두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아래 민주노총)과 소상공인연합회(아래 소공연)가 동시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동안 인상률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노측이나 사측 위원들이 투표에 불참하는 사례들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달랐다. 2027년 적용 최저임금은 전체 위원의 참여로 시급 1만 700원으로 결정됐지만 논란이 된 것은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과 업종별 차등 적용 문제였다.

도급제 노동자는 배달 라이더, 택배기사, 대리운전 기사, 학습지 교사처럼 계약서상으로는 '도급'이나 '위탁'이지만 실제로는 회사의 지휘와 통제 아래 일하는 사람들이다. 도급제 적용 하나만 해도 국세청 신고 기준 약 870만 명의 임금이 걸려 있다. 올해 처음으로 이들에 대한 최저임금 별도 적용이 심의 안건에 올랐고, 판단의 근거가 될 정부 실태조사도 준비돼 있었다. 결과는 부결이었다.


문제는 이렇게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부결' 결정이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근거와 논리로 이뤄졌는지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도록 요청 드림"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은 노동계가 2023년부터 요구해온 오랜 쟁점이다. 올해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를 정식 심의 안건으로 요청했고, 정부 실태조사까지 마련되면서, 최저임금법 시행 40년 만에 처음으로 본격 심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렇게 수년에 걸쳐 준비된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별도 적용 논의를 위한 실태조사' 보고서가 비공개 처리됐다. 보고서는 위원만 열람할 수 있었고, 연구진을 초청한 질의응답이나 고용노동부의 발표도 모두 무산됐다.

비공개 명목은 무엇일까. 국가기록원 정부간행물 등록 현황에는 이 보고서의 비공개 사유가 다음과 같이 기재돼 있었다. "정부위원회 심의 기초자료이므로 외부에 공개되지 않도록 요청 드림." 고용노동부는 해당 보고서가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하게 지장을 준다는 근거를 들었다. 행정기관이 비공개 처분에 가장 빈번하게 원용하는 근거조항이다.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별도 적용 논의를 위한 실태조사' 보고서 비공개 근거 및 사유 갈무리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별도 적용 논의를 위한 실태조사' 보고서 비공개 근거 및 사유 갈무리국가기록원

황당한 근거로 비공개했던 보고서의 내용은 6월 9일 4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가 발표자료로 일부를 공개하면서 비로소 알려졌다. 도급제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산정해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후 연구 수행기관의 성향을 문제 삼는 보도가 나오자, 고용노동부는 6월 10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경쟁입찰과 외부위원 평가를 거쳐 공정하게 선정된 연구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비공개 조치만큼은 노사 합의가 없었고, 그간의 관행이라는 이유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배달 라이더, 대리운전 기사, 웹툰 작가 등 특수고용·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들의 연대체 '플랫폼노동희망찾기'는 "870만 노동자의 최저 기준을 정하기 위한 심의 기초자료가 기밀사항인가"라며 공개를 촉구했다.

이는 도급제 실태조사처럼 특정 안건의 보고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매년 실시하는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 조사도 마찬가지다. 이 조사는 혼자 사는 노동자가 한 달을 살아가는 데 얼마가 드는지를 파악해, 최저임금이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는 수준인지 판단하는 기본 근거가 된다(최저임금법 제23조). 그러나 이 자료 역시 심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공개되지 않는다. 시민들은 위원들의 모두발언이나 언론 보도로 수치 일부를 접할 수 있을 뿐, 보고서 전문은 심의가 끝난 뒤에야 열람할 수 있다.

자료 비공개는 회의 자체가 비공개로 운영되는 구조와 맞닿아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는 노동자측·사용자측·공익위원이 9명씩 참여하며 지정된 배석자와 사무국 직원들만 들어갈 수 있다. 그 밖의 방청이나 영상 촬영, 기자 참관은 허용되지 않는다. 속기록은 공개되지 않으며, 회의록도 최저임금이 고시된 이후에야 일괄 공개된다. 회의가 끝나고 한두 달이 지나야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 결과 870만 명의 임금 기준을 다룬 안건이 표결로 부결됐지만, 어떤 위원이 어떤 근거로 반대했는지 시민들은 알 수 없다. 결정의 근거를 알 수 없으니 결정에 대한 평가도, 재심의 요구의 타당성에 대한 판단도 어렵다.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와 생활을 결정하는 회의임에도 불구하고 회의장 밖의 시민들은 근거와 방향성, 각 입장에 대한 이해가 없는 채로 그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2024년 최저임금위원회 제2차 전원회의결과 문서에서 회의공개에 관한 논의 갈무리
2024년 최저임금위원회 제2차 전원회의결과 문서에서 회의공개에 관한 논의 갈무리최저임금위원회

현재 비공개 회의는 '회의 결과를 대외적으로 밝히려면 위원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운영규칙에 따라 위원회 스스로 정한 관행이다. 위원회 내부에서도 회의 공개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4년 제2차 전원회의 회의록을 보면, 근로자위원들은 회의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부적절한 일부만 비공개하자고 제안했다.

모두발언만 공개되는 지금은 일방의 주장만 보도돼 편향이 커진다는 이유였지만, 사용자위원들이 현재 수준으로 충분하다며 반대해 무산됐다. 이렇다 보니 '회의를 공개하라'는 요구는 심의철마다 되풀이된다. 올해도 6월 15일 양대노총이 최저임금 요구안을 발표하며 회의 공개를 위원회 개선 과제로 거듭 제시했지만, 위원회는 응답하지 않았다.

지금도 진행 중인 또 하나의 비공개 회의

같은 문제가 지금 이 순간 다른 회의장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아래 중생보위)가 결정하는 기준중위소득은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를 비롯해 14개 중앙부처 80여 개 복지사업의 선정기준으로 활용된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내년에 받을 한 달 생계비가 이 금액의 32%로 정해지고, 국가장학금이나 아이돌봄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는지도 본인의 소득이 이 기준선 위냐 아래냐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올해는 2020년에 마련돼 2026년까지 적용된 산정방식의 기한이 끝나 6년 만에 새 산식을 정해야 하는 해다.

기준중위소득은 통계청이 조사한 실제 중위소득을 그대로 쓰지 않고 위원회가 증가율을 정해 결정하는데, 이 값이 낮게 정해질수록 복지의 문턱은 높아진다. 실제로 두 수치의 격차는 2020년 12%에서 지금은 21% 이상으로 벌어졌다. 통계상으로는 빈곤층이지만 정책상으로는 빈곤층에서 빠지는 사각지대가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향후 수년간 복지 기준선을 좌우할 숫자가 이 며칠 사이에 결정되는 동안, 시민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는 "논의했다",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보도자료 몇 줄에 그친다.

중생보위의 폐쇄성은 최저임금위원회보다 한층 심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그나마 홈페이지에 회의 요약 자료라도 올리지만, 중생보위는 그조차 하지 않아 결과를 알려면 정보공개청구를 거쳐야 한다. 그마저도 반쪽짜리다. 정보공개센터가 2025년에 청구해 받은 2024년 중생보위 결과보고서에는 복수의 기준중위소득안을 두고 대립이 있었다는 사실만 적혀 있을 뿐, 그 안이 무엇이었는지, 누가 무엇을 두고 맞섰는지는 담겨 있지 않았다.

법에는 중생보위가 회의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회의록은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규정이 없다. 국민연금심의위원회에 회의록 작성 의무와 이해관계인의 열람권을 명시한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중생보위는 그 결정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수급 당사자가 위원회에 참여하지 못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노동자위원의 참여를 법으로 보장하는 것과 달리, 중생보위 16명의 위원 중 수급 당사자를 대표하는 위원은 한 명도 없다.

이에 빈곤 당사자들은 지난 24일 정부의 중생보위 대신 '민중생활보장위원회'를 열어 요구안을 발표했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재설씨는 "내년 우리 살림을 정하는 중생보위에 수급자가 한 명도 없다"라며 "쓰는 사람한테 묻고 정해야 그게 사람 사는 제도"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 아랫마을에서 '2026 민중생활보장위원회'가 열렸다.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 아랫마을에서 '2026 민중생활보장위원회'가 열렸다.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수백만의 삶이 걸린 회의,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행정기관의 정보는 공개가 원칙이며, 회의 역시 법령에 특별한 제한 사유가 없는 한 마찬가지다. 최저임금위원회의 비공개는 자체 운영규칙에 따른 것이고, 중생보위에는 회의 운영에 관한 규칙 자체가 없다. 입법으로 회의 공개를 의무화한다면 가장 확실하겠지만, 그 전이라도 두 위원회가 스스로 의결하면 회의를 공개할 수 있다. 실제로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회의 운영 규정을 두고 사전 신청을 통한 방청을 허용한다.

회의 전체를 곧바로 공개하기 어렵다면 안건과 회의 자료의 사전 공지, 회의록·속기록 공개처럼 단계를 밟을 수도 있다. 적어도 정부 예산으로 수행한 실태조사와 연구용역만큼은 이해당사자의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공개하는 것이 정보공개의 원칙에 부합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7월 21일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가 정보공개에 더 열린 자세를 취해달라고 주문했다. 국정과제14 '국민과 함께 소통하고 혁신하는 정부'에도 정부위원회의 대표성 확대와 회의록 공개 계획이 담겨 있다. 지금 진행 중인 두 위원회의 운영은 그 약속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이다. 최저임금은 8월 5일까지, 기준중위소득은 8월 1일까지 확정된다. 이 며칠 사이에 수백만 명의 내년 살림이 정해진다. 그 과정을 시민들이 지켜볼 수 있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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