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8.03 14:43최종 업데이트 26.08.0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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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7월 31일 여당 몫 특별감찰관 후보에 검사 출신인 최길수(왼쪽) 변호사를 추천했다. 오른쪽은 국민의힘이 야당 몫의 특별감찰관 후보로 추천한 검사 출신 강지식 변호사. [법무법인 에이프로·백송 제공.]
민주당이 7월 31일 여당 몫 특별감찰관 후보에 검사 출신인 최길수(왼쪽) 변호사를 추천했다. 오른쪽은 국민의힘이 야당 몫의 특별감찰관 후보로 추천한 검사 출신 강지식 변호사. [법무법인 에이프로·백송 제공.]연합뉴스

10년 가까이 공석인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임명하기 위한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다. 지난 7월 31일, 더불어민주당은 특별감찰관 후보로 최길수 변호사를 추천했다. 국민의힘이 지난 4월 강지식 변호사를 추천한 이후로 두 번째다.

특별감찰관법 제7조는 국회가 후보 3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특별감찰관으로 지명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세 번째 후보 추천도 이뤄져야 하지만, 이에 관한 여야 합의가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 민주당은 대한변호사협회의 추천을 받기로 여야가 대략적으로 합의했다고 말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그것이 완전한 합의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국정농단의 윤곽 드러낸 이석수 특별감찰관팀

초대 특별감찰관인 이석수 특별감찰관(재임 2015~2016)의 직무 수행은 성공적인 사례로 기억될 만하다. 2015년 3월에 직무를 개시한 그는 이듬해 7월 21일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을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지인과 함께 1억 원을 빌렸다가 갚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그는 8월 18일에는 청와대 핵심 실세인 우병우 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우병우 아들의 의무경찰 보직 특혜와 관련된 직권남용 의혹, 정강이라는 가족회사와 관련된 자금횡령 의혹에 근거한 것이었다.

2016년 12월 15일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6년 12월 15일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남소연

촛불혁명 당시의 국회 청문회 때 숱하게 거론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도 이석수 특별감찰관실의 시야에 포착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가 개시되기 전에 이석수팀이 그 실체에 어느 정도 접근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석수팀이 최선의 제도적 환경 속에서 직무를 수행한 것은 아니다. 그가 임명된 지 1년 반 만에 물러난 것은 제도적 뒷받침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인 측면도 크다. 그때의 특별감찰관법이 지금도 시행 중이므로, 이재명 정부하에서 구성될 특별감찰관실도 이석수팀이 겪은 것과 비슷한 제도적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석수팀의 활동을 통해 최순실 국정농단의 윤곽이 어느 정도는 드러났다. 하지만 최순실이라는 존재를 드러낸 것은 아니다. 국정농단의 몸통인 비선 실세를 규명하는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했던 것이다.

2016년 12월 15일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이석수는 위의 두 재단에 재벌기업 자금이 유입되는 과정에 안종범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관여했다는 첩보를 받은 사실을 증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단의 실질적인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보라"고 팀원들에게 지시한 일을 언급했다. 그가 이 지시를 내린 것은 2016년 4~5월경 혹은 그 후였다. 이 시점의 특별감찰관실이 국정농단의 몸통을 아직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특별감찰관법 제5조는 감찰 대상자의 범위를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과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으로 한정했다. 최순실은 이 요건에 해당하지 않았다. 특별감찰관실이 의심을 품는다고 해도 최순실을 감찰할 수는 없었다.

1960년 5월 19일 자 <경향신문>에 실린 북미신문연맹(뉴스 배급사)의 기사인 '12년 폭정을 지배한 두 여인'은 영부인인 프란체스카 도너와 더불어 박마리아(이기붕 부인)가 이승만 정권의 핵심 실세였다고 보도했다. 프란체스카가 박마리아와 함께 국정문제를 상의한 것은 박마리아가 영어를 잘하는 데다가 서민적 이미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을 연결한 것은 친족관계가 아니었다.

특별감찰관법 제5조는 박마리아나 최순실 같은 비선 실세들을 감찰 대상에서 배제한다. 대통령이나 영부인과의 접촉 빈도가 높은 사람들은 배제하고, 혈연관계가 가깝거나 직급이 높은 사람들만 감찰하도록 하는 시스템의 한계다.

우병우의 반격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7년 11월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국정농단방조' 2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7년 11월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국정농단방조' 2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권우성

이석수의 직무수행에서 나타난 또 다른 문제점은 특별감찰관의 정상적 업무 수행이 특별감찰관에 대한 신분보장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면 정상적으로 퇴진할 가능성이 높아져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16년 7월 21일에 박근령을 고발하고 8월 18일에 우병우 수사를 의뢰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그달 29일에 사표를 제출한 사실에서도 그런 위험성이 나타난다.

이석수에 대한 견제는 대단했다. 2017년 10월 16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가 우병우 수석을 감찰하자, 추명호 국가정보원 국익정보국장이 그를 사찰했고 사찰 결과는 우병우 수석에게 보고됐다.

우병우에 대한 수사 의뢰가 있기 직전인 2016년 8월 16일에는 특별감찰관이 감찰 내용을 언론에 누설한 정황이 있다는 MBC 보도가 있었다. 이를 근거로 청와대는 사흘 뒤 '감찰 누설은 중대한 위법행위이자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특별감찰관을 압박했다. 그날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국기를 흔드는 이런 일"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특별감찰관의 정상적인 직무수행을 나라의 기틀을 흔드는 행위로 매도했던 것이다.

검찰도 압박에 나섰다. 8월 29일에는 검찰이 우병우뿐 아니라 이석수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벌였다. 그날 이석수는 사표를 제출했다. 2년 뒤인 2018년 5월 31일, 검찰은 이석수의 누설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특별감찰관법 제14조는 특별감찰관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실이 확인되거나 금고 이상의 유죄선고를 받는 등의 결격 사유가 발견되지 않는 한 대통령이 해임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석수는 그런 결격 사유가 없는데도 물러나야 했다. 특별감찰관의 성공적인 임무 수행이 이 제도의 파행으로 귀결된 것이다.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특별감찰관이 정상적으로 퇴임할 수 있게 해주는 실질적 시스템은 아직 구비되지 않았다. 법 제14조의 신분보장이 실질적 방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은 이석수 사례에서 증명됐다.

특별감찰관이 양심껏 직무를 수행하면 대통령 측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런 충돌이 발생하면 특별감찰관 측이 상처를 입기 쉽다. 특별감찰관이 그런 충돌로 인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적 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다. 특별감찰관의 조속한 임명도 중요하지만 특별감찰관 제도의 내실을 높이는 것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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