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7년 11월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국정농단방조' 2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권우성
이석수의 직무수행에서 나타난 또 다른 문제점은 특별감찰관의 정상적 업무 수행이 특별감찰관에 대한 신분보장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면 정상적으로 퇴진할 가능성이 높아져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16년 7월 21일에 박근령을 고발하고 8월 18일에 우병우 수사를 의뢰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그달 29일에 사표를 제출한 사실에서도 그런 위험성이 나타난다.
이석수에 대한 견제는 대단했다. 2017년 10월 16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가 우병우 수석을 감찰하자, 추명호 국가정보원 국익정보국장이 그를 사찰했고 사찰 결과는 우병우 수석에게 보고됐다.
우병우에 대한 수사 의뢰가 있기 직전인 2016년 8월 16일에는 특별감찰관이 감찰 내용을 언론에 누설한 정황이 있다는 MBC 보도가 있었다. 이를 근거로 청와대는 사흘 뒤 '감찰 누설은 중대한 위법행위이자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특별감찰관을 압박했다. 그날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국기를 흔드는 이런 일"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특별감찰관의 정상적인 직무수행을 나라의 기틀을 흔드는 행위로 매도했던 것이다.
검찰도 압박에 나섰다. 8월 29일에는 검찰이 우병우뿐 아니라 이석수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벌였다. 그날 이석수는 사표를 제출했다. 2년 뒤인 2018년 5월 31일, 검찰은 이석수의 누설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특별감찰관법 제14조는 특별감찰관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실이 확인되거나 금고 이상의 유죄선고를 받는 등의 결격 사유가 발견되지 않는 한 대통령이 해임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석수는 그런 결격 사유가 없는데도 물러나야 했다. 특별감찰관의 성공적인 임무 수행이 이 제도의 파행으로 귀결된 것이다.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특별감찰관이 정상적으로 퇴임할 수 있게 해주는 실질적 시스템은 아직 구비되지 않았다. 법 제14조의 신분보장이 실질적 방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은 이석수 사례에서 증명됐다.
특별감찰관이 양심껏 직무를 수행하면 대통령 측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런 충돌이 발생하면 특별감찰관 측이 상처를 입기 쉽다. 특별감찰관이 그런 충돌로 인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적 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다. 특별감찰관의 조속한 임명도 중요하지만 특별감찰관 제도의 내실을 높이는 것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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