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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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 말이 없었다면, 지금도 한미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는 계속되고 있었을 것이다. 이 훈련은 당초에 8월 17일부터 27일까지 실시될 계획이었는데, 트럼프가 대폭 축소를 지시해 21일에 종료됐다.
이를 두고 트럼프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단 동맹국이자 접수국인 한국과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 한미연합훈련을 '우리에게 이롭게' 바꿀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나왔듯이 매년 두 차례 실시되는 전구급 연합훈련은 두 단계로 나뉜다. 1부는 방어이고 2부는 반격이다. 그런데 언론에선 잘 다루지 않는, 그러나 주목할 내용이 담긴 반격의 내용을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반격은 미수복지역(헌법의 영토조항에 따라 '북한'을 미수복지역으로 정의) 탈환 및 수복지역 안정화 작전, 대량살상무기(WMD) 확보, 조선(북한) 지도부 제거나 신병 확보, 통일 실현 등을 핵심으로 한다. 한마디로 유사시에 무력에 의한 통일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한미연합훈련이 32개 회원국을 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연합훈련보다 더 큰 훈련이 된 까닭이다(자세한 내용은 졸저 <자주국방의 가성비> 참조).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한미연합훈련은 정부가 말하듯이 '방어적 성격'으로만 보기 어렵다. 트럼프는 여러 차례에 걸쳐 "도발적"이라고 했는데, 이 발언이 오히려 진실에 가깝다.
파멸은 피하고 억제는 튼튼히
한미연합훈련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어렵다. 이에 반해 연합훈련을 재편하는 것은 가능하고 필요하다. 필자의 제안은 대조선 억제는 충실히 하면서 억제 실패 시 격퇴와 응징에 방점을 찍으면서 무력에 의한 통일 계획은 없애자는 것이다. 이는 조선을 의식해서만은 아니다. 이러한 선택이 우리를 이롭게 하기 때문이다.
먼저 전시 무력통일 계획은 평시에도 막대한 인적·물적 자원의 투입을 요한다. 연합훈련을 재편해 2부에 소모되는 자원을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로 전환하면, 한국은 더욱 건강하고 강해질 수 있다. 또 탄소배출도 크게 줄여 기후위기 대처에도 도움이 된다.
연합훈련 재편은 '파멸'을 피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한미연합사가 전시 무력통일론을 유지하면 전쟁 초기에 조선의 과잉 대응을 초래할 위험이 매우 커진다. 일단 전시에 한미동맹이 무력통일을 시도할지는 불분명하다. 필자는 미국이 한국과 함께 통일 전쟁을 수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하지만 조선은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 및 연합훈련에 따라 한미동맹이나 한국이 무력 흡수통일을 시도할 수 있다고 여기곤 핵무기 사용 위협을 극도로 높이거나 실제로 사용할 수도 있다. 물론 조선도 핵무기 사용이 국가의 존망을 거는 선택이기에 쉽게 결정할 수는 없다. 동시에 우리는 한미동맹이 전시 무력통일론을 유지하는 것이 조선의 핵 사용 문턱을 크게 낮춘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과 연합훈련에 전시 무력통일론이 포함된 시기는 1990년대 중반부터였다. 당시 조선은 핵무기가 없었고 재래식 전력도 노후화되어 우리가 입게 될 피해가 감당할 수준이라고 여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선이 핵무장을 한 오늘날의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에 만든 작전계획과 연합훈련을 오늘날의 상황에 맞게 '현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억제는 튼튼히 하면서 파멸은 피할 수 있도록 말이다.
조선의 핵 사용 문턱을 크게 높이는 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월 27일 평양에서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73주년(전승절)을 기념하는 행진의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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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선택이 품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대북 억제 태세는 유지하면서도 조선의 핵무기 사용 문턱은 크게 높일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국가는 생존을 도모한다. 그런데 조선이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만든 핵무기를 사용하는 순간 존망의 위기에 처한다. 김정은 정권도 이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쟁이 벌어져 한미, 혹은 한국이 북진통일을 시도하거나 조선 정권이 그럴 것으로 판단할수록 핵무기 사용 문턱은 낮아진다. 한미동맹이 전시 무력통일론을 내려놓는 것이 조선의 핵 사용 방지를 위한 가장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는 억제를 추구하면서도 상대를 안심시켜 '억제의 안정성'을 확립하는 데에 크게 기여한다.
왜 우리만 이렇게 해야 하느냐고 반문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조선은 '남조선 혁명론'도, '무력적화통일'도 내려놓겠다고 한다. 조선이 비무장지대 북쪽 일대에 철조망과 방어벽 등 장애물을 설치하고 있는데 유엔사령부는 이를 두고 '방어적 조치'이기에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러한 장애물은 한미연합군의 '북진'도 어렵게 하지만, 조선인민군의 '남진'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 조선은 지난 3월 헌법을 개정하면서 영토조항을 신설했는데, '남쪽 국경은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한국을 적대국으로 간주하지만 한국의 영토는 인정한 셈이다.
이러한 조선의 변화를 평화공존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우리도 변할 필요가 있다.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과 연합훈련의 재정의와 재편이 필요한 까닭이다. 이러한 선택이야말로 우리를 먼저 이롭게 하면서 관계도 이롭게 만들 수 있는 '이기이관(利己利關)'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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