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6일 홈리스행동이 홈리스 밀어내는 서울시 포위의 날 권리 광장 선포 행동을 열고 있다.
홈리스행동
여기에서 흔히 제기되는 질문이 있다. 거리나 공항에서 생활하지 말고 노숙인 시설에 들어가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시설이 필요한 경우는 분명 있다. '노숙인복지법'에 따라 상담과 서비스 연계를 담당하는 종합지원센터, 일시적인 보호를 제공하는 일시보호시설, 자활·재활·요양시설 등이 운영된다. 시설을 통해 생활을 안정시키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시설이 대안이 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첫째, 지역별 편차가 매우 크다. 지역마다 시설 여건이 크게 다른데, 이번에 문제가 된 인천은 거리 노숙인을 대상으로 하는 종합지원센터와 일시보호시설이 없다.
둘째, 생활시설 가운데 재활 요양시설은 지나친 장기간 거주가 문제로 지적된다. 재활시설은 62.8%, 요양시설은 70.0%가 10년 이상 생활자다. 이런 시설화는 자칫 외부의 삶을 체념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어, 오랫동안 개인적 생활을 해온 사람들에게는 낯설고 힘든 환경일 수 있다. 그 결과 실태조사에서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단체생활과 규칙 때문'이라는 응답이 36.8%에 이르렀다. 시설 입소를 거부했다고 해서 지원 자체를 거부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인천공항 논란에는 법적 문제도 있다. 현행 '공항시설법 시행령' 제50조는 공항시설의 금지 행위 가운데 하나로 '노숙하는 행위'를 명시한다. 폭언, 고성방가, 시설 훼손·오염 등도 별도의 금지 행위로 규정돼 있다. 이 조항은 공항 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도입됐으며 범칙금 규정도 함께 존재한다.
하지만 실제 적용은 모호하다. 공항에서는 여행객도 잠을 잔다. 새벽 비행기를 기다리며 밤을 보내고, 환승이나 결항으로 의자에서 장시간 잠을 자기도 한다. 몇 시간부터 노숙으로 볼지, 며칠 이상 머물러야 노숙으로 볼지 현행 법령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는다. 시행령은 그저 '노숙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때 옷차림이나 짐의 양, 직원들이 이미 노숙인으로 알고 있다는 사실이 판단기준이 되면 다른 문제가 생긴다. 동일한 취침을 누구에게는 여행객의 대기로, 누구에게는 금지된 노숙으로 잘못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명백한 문제 행위는 다르다. 폭행, 절도, 고성방가, 시설 훼손에는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공항시설법령도 노숙과 이런 행위를 따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잠을 자고, 씻고, 짐을 가지고 생활하는 행위는 경계가 모호하다. 이런 행위를 리스트화하여 세세하게 규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도덕적 비난과 법률상 범죄화를 동일시하기에도 무리가 따른다. 노숙 자체를 이유로 특정 사람을 골라내 일률적으로 공항에서 배제하거나 처벌하는 문제는 현재 법체계도 명확하지 않다. 어떤 행위가 실제 공항 이용을 방해하는지, 어느 수준의 조치가 필요한지 판단할 수밖에 없다.
단순 퇴거 또는 방치를 넘어

▲2025년 9월 서울역 인근 홈리스에 대해 정신병원 강제입원과 병원 내 인권침해 문제가 발생하자 홈리스 당사자, 정신장애 당사자, 그리고 지원단체들이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항의를 하고 있다.
홈리스행동
인천광역시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인천공항의 노숙은 정책당국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돌발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인천광역시는 적극적인 지원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제2차 노숙인 종합계획에서는 거리 노숙인이 40인 이상인 광역자치단체에 대해 거리 노숙인에 대한 필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데, 거리 노숙인 40인 이상 광역자치단체 중 거리 노숙인 지원 시설이 없는 광역자치단체는 충남과 인천뿐이다.
공항을 포함한 주요 거리 노숙 거점에 정기적으로 접근하고, 장기 노숙인에게는 정신 건강전문인력이 함께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시설 입소만 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임시 주거와 적정한 주택, 주거 유지 지원까지 연결해야 한다.
중앙정부도 지역의 부족한 대응 역량을 재정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가 종합계획을 세우고 지자체 성과를 평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거리 아웃리치(복지 인력이 시설이 아니라 거리로 직접 찾아가 노숙인을 상담·지원하는 활동), 정신 건강전문인력, 일시보호, 임시 주거, 주거 상향과 주거 유지 지원 등 핵심 서비스에는 일정한 전국적 기준이 필요하다. 그 기준에 미달하거나 거리 노숙이 급격히 증가하는 지역에는 중앙정부가 재정을 투입할 수 있어야 한다.
인천공항에서 실제 피해를 주는 행동에는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 그러나 소위 '문제를 일으키는 노숙인'을 단순히 공항 밖으로 퇴거시키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한번 불거진 문제는 인천공항에서 반복되거나 다른 장소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무엇을 노숙 행위로 볼 것인지부터 법적으로 모호한 부분이 있고, 이미 만성화된 노숙은 한 번의 퇴거로 끝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예방이 중요하다. 주거와 소득을 잃어 거리로 나오기 전에 개입해야 한다. 거리 노숙이 시작됐다면 장기화하기 전에 주거와 서비스를 연결해야 한다. 수년간 거리 생활이 이어지고 정신 건강, 알코올, 신체질환 등이 중첩된 뒤에 대응하려면 훨씬 많은 자원이 요구된다.
이미 만성화된 사람에게는 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반복적인 아웃리치와 정신 건강·의료지원, 소득 보장, 안정적인 주거와 주거 유지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문제를 한 번에 제거하기보다 이런 지원을 축적하면서 조금씩 줄여갈 수밖에 없다. 쉽지 않지만 서울역을 중심으로 이러한 경험들이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요컨대, 인천공항 노숙인 문제를 단순히 '퇴거냐 방치냐'라는 선택으로 좁히지 않아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항이 협력해 노숙이 만성화되기 전에 예방하고 이미 만성화된 사람에게는 복지·의료·주거를 결합한 장기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세밀한 정책이 필요하다.
▲임덕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본인
필자 소개 : 임덕영은 한국도시연구소와 LH 토지주택연구원을 거쳐 현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주거빈곤과 주거복지, 노숙인복지를 중심으로 연구해 왔으며, 노숙인 실태조사와 정책 성과평가, 주거취약계층 지원정책, 주거급여 등을 주요 연구 주제로 다루고 있다. 최근에는 돌봄과 주거지원의 연계, 노인 주거 등 주거와 복지가 만나는 영역에도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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