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9.08 17:39ㅣ최종 업데이트 26.09.0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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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연합뉴스

감사원이 오랜만에 제 역할을 했다. 그리고 대법원은 일국의 최고 사법기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창피한 행태를 저질러 왔음이 드러났다.

대법관들이 국민세금을 잘못 썼고, 그 수준은 변명의 여지가 없을 정도이다. 이 정도면 법원 내부에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이대로면 국민들이 사법부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특정 정권, 특정 대법원장만의 문제라고 보기도 어렵다. 문제가 발생한 기간엔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이후도 포함되어 있지만,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에도 있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대법관에게 격려금 지급?

법원은 헌법상 독립기관이므로 감사원이 직무감찰을 할 수는 없다. 다만 감사원법에 따라 회계검사는 할 수 있다. 8월 31일 감사원은 대법원 등에 대한 회계검사 결과를 공개했다. 그 내용을 보면 예산낭비로 볼 수 있는 계약부적정이나 예산 과다지급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법원행정처가 2022년부터 2024년 4월까지 대법관 12명에게 월 평균 200만원(일부 기간 동안에는 100~150만 원이었다고 함)의 격려금을 현금으로 지급했다는 부분이다. 그리고 2024년 5월부터 2025년 9월까지는 지급일과 지급액에 변동이 있어서 월 정액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연간으로 보면 2650만 원~3050만 원을 격려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월평균 200만 원 안팎을 지급한 것이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법원행정처장도 대법관이므로, 다른 대법관들에게 격려금을 지급할 위치에 있지 않다. 더구나 법원행정처장도 2022년부터 2024년 4월까지는 매월 300만 원을, 2024년 5월부터 2025년 9월까지는 매월 200~400만 원을 격려금으로 지급받아 온 것으로 돼 있다.

그렇다면 결국 대법원장이 대법관들에게 격려금을 지급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장을 제외한 모든 대법관들이 격려금을 받은 것인데, 이런 돈을 지급하도록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대법원장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지급된 격려금은 2022년부터 2025년 9월까지 무려 12억 9900만 원(2022년 3억 4600만 원, 2023년 3억 3750만 원, 2024년 3억 6450만 원, 2025년 2억 5100만 원)에 달한다.

감사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대법원 정기감사 주요 감사 결과'
▲감사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대법원 정기감사 주요 감사 결과'감사원

지침과 행동강령에도 위배된 격려금

이런 식으로 대법관들에게 지급된 격려금이 관련 지침에 부합하는 것일까? 감사원은 이런 격려금 지급이 '대법원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격려금은 우수법관과 직원들에게 지급할 수 있지만, 법령에 근거 없는 월정액 지급은 금지되어 있다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이런 식의 지급은 '법관 및 법원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한 것이다. 행동강령 제6조는 "예산의 목적 외 사용 금지"라는 제목하에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법관 및 법원공무원은 여비, 업무추진비 등 공무 활동을 위한 예산을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하여 소속기관에 재산상 손해를 입혀서는 아니된다.

그런데 대법관들에게 관행적으로 지급된 돈은 사실상 격려금으로 볼 수 없다.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된 데다가, 대법관에 대한 평가에 의해 지급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일선 법원의 우수 법관이나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돈을 대법관들에게 '특수활동비'처럼 현금으로 나눠준 것이다. 이는 '예산의 목적외 사용금지' 조항에 해당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보면, 2019년까지는 대법관들에게 특수활동비를 지급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이 폐지되면서 아마도 현금으로 변칙적인 격려금을 지급한 것으로 추정해 볼 수도 있다. 애초에 기밀이 요구되는 활동에 써야 할 특수활동비를 대법관들에게 지급한 것도 문제지만, 그것이 폐지되자 변칙적으로 격려금을 지급한 것이라면 더더욱 문제다.

법원행정처는 감사원에 "대법관에 대한 격려금은 소부 또는 전원합의체 기일을 전후해 해당 재판에 관여한 대법관과 재판연구관 등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한 취지였다"며 "처장에 대한 격려금은 사법행정 업무 총괄, 대외업무 수행과 재판 지원 업무 병행을 고려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대법관들에게는 별도로 매월 512만여원(현금 30만 원, 정부구매카드 한도액 482만여 원)의 특정업무경비가 지급되고 있었다고 한다. 매월 512만여 원이나 되는 돈이 배정되니, 그 돈을 쓰면 될 일이다. 그런데 왜 변칙적으로 매월 200만 원씩의 현금을 받았다는 것인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국정감사에서 철저한 진상규명 필요

조희대 대법원장
▲조희대 대법원장연합뉴스

최고사법기관인 대법원은 법관이나 법원직원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모든 공무원들에게도 모범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법원의 판결을 신뢰하고 따르겠는가?

그런데 대법원 내에서 심각한 세금오·남용 실태가 드러났으니, 국회가 이번 국정감사에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

도대체 누구의 지시에 의해 격려금 지급이 시작된 것인지, 금액은 어떻게 결정된 것인지, 대법관들은 현금으로 받은 돈을 어떻게 썼는지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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