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일본 시즈오카현 후쿠로이의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기, 북한 선수들의 모습.
연합뉴스
하여 아시안게임 취재에 나선 우리 언론사에게 거듭 요청하고 싶다. 대회 폐막까지는 아직 일주일 가까운 시간이 남아 있다. 특히 여자 축구 일정이 주목된다. 9월 29일 열리는 4강과 10월 2일에 열리는 3·4위전이나 결승에는 한국과 조선팀 모두 참가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기자회견도 있다. 이 자리에서 한국 기자가 조선팀에 공식 국호를 사용해 질문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
기실 언론은 꽁꽁 얼어붙고 바늘구멍조차 찾기 힘들 정도로 꽉 막힌 남북관계의 최전선에 서 있다. 여러 국제스포츠 대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한국과 조선이 만날 기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이스-브레이커'로서 우리 기자들의 역할이 중요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언론이 공식 국호를 사용해 조금이라도 화해에 기여한다면,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향후 펼쳐질 국제스포츠 대회에 디딤돌을 놓는 작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되는 대회는 내년 여름에 열릴 충청 유니버시아드와 내후년으로 예정된 평양 아시아탁구이다. 충청대회 조직위원회는 이미 조선을 공식 초청한 상황이다. 이 대회가 종합스포츠 대회인 만큼, 조선이 참가한다면 지난 5월 내고향여자축구단의 방한을 훨씬 상회하는 규모가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부터라고 한국 언론이 적어도 대회 현장에선 공식 국호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론이 공식 국호 사용의 빈도를 높일수록 조선의 충청 대회 참가 가능성도, 참가시 조금이라도 냉량함을 덜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충청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다면 평양 아시아탁구 대회에도 여러 가지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2028년 대회는 평양 개최가 확정돼 있지만, 실제 대회가 예정대로 평양에서 열릴지는 향후 준비·실사 등의 절차를 지켜봐야 한다. 특히 한국 대표팀의 출전 문제가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한국 언론의 공식 국호 사용이 중요한 까닭은 이 지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적대성을 조금이라도 완화한다면 평양 대회에 한국의 참가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적대성이 줄어들수록 선수단 출전뿐만 아니라 언론 취재 및 응원단 방문까지도 타진해볼 여지가 커진다.
오늘날 남북관계는 도저히 풀 수 없는 고차방정식이 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고차방정식도 기본적인 방정식들로 분해해서 풀어갈 수 있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이다. 가장 기본적인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그 첫 번째가 '상호주의'에 따라 서로의 제 이름을 불러주는 일이다.
31년 전 한국 언론 기관들은 이 지점을 정확히 포착했었다. 오늘날 못지않게 남북관계가 좋지 않았던 1995년.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는 '평화통일과 남북화해 협력을 위한 보도제작 준칙'을 제정하면서 1항에 "상대방의 국명과 호칭을 있는 그대로 사용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물론 하루아침에 공식 국호를 사용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단계적 접근도 생각해볼 수 있다. 보도할 때엔 '북한'이라는 표현을 유지하더라도 조선 측을 만났을 때엔 공식 국호로 부르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과도기적으로는 병기할 수도 있다.
어떤 형태로든 아시안게임이 끝나기 전에 일본 현지 취재에 나선 언론사 가운데 누군가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